/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배우 김규리(44)가 자신을 둘러싼 정치적 구설수에 억울함을 호소, 활동에 대한 뜨거운 열의를 드러냈다.
김규리는 지난 27일 개봉한 영화 '1980'(감독 강승용)으로 무려 9년 만에 스크린 주연으로서 관객들을 만났다. '1980'은 1980년 5월 17일 광주 한 가운데, 전남도청 뒷골목에서 중국 음식점을 개업한 철수네 가족 3대와 이웃들의 삶의 터전에 불어닥친 폭풍 같은 이야기를 그린다. 1979년 12·12 군사반란이 일어난 지 5개월 후, '서울의 봄'이 오지 못한 여파가 소시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망가지게 되는지 담아냈다.
최근 개봉을 앞두고 아이즈(IZE)와 만난 김규리는 '1980'에 대해 "우리 영화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하긴 했지만, 정치 영화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정치적 이런 것보다 우리에게 있었던 가슴 아픈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걸 이야기한다"라고 메시지를 강조했다.
김규리는 "'1980' 시나리오를 정보 하나도 없이 읽었는데, 제가 느낀 건 놀라움이었다. 그게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라면서 "우는 신이 정말 많았다. 근데 눈물을 애써 만들지 않아도, 그 상황을 생각하면 바로 눈물이 흘렀다. 마지막 장면에선 심하게 오열해서 탈진할 정도였다. 그랬을 거라고만 생각해도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감정신은 힘든 게 하나도 없었다. 나중에 영화를 보고 나니 어쩌면 누군가가 나를 위해 울어준다면 힘이 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 그날을 겪은 분들께도 이런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고, 서로 위로를 주고 힘을 받는 연대감을 형성하는 영화로 다가갔으면 한다. 혼자라고 생각할 때가 제일 두렵고 무섭지 않나"라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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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규리의 작품을 향한 진심이 무색하게, 여전히 대중에겐 '정치색을 띤 배우'라는 선입견이 따라붙는 게 사실. 김규리는 과거 정치적 소신 발언을 서슴지 않고, 최근엔 SNS에 대표적인 진보 성향 인사 김어준과 찍은 인증샷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규리는 "프레임 안에 넣고 그 사람을 재단하고 쉽게 '쟤는 저런 애야' 설명해버리지만, 규정한다 한들 그렇게 되진 않는다. 우리네 인생이 그리 단순하지 않지 않나. 나도 내 인생이 어떤지 모르는데. 저는 여러 삶을 선택하고 걸어가고 있다. 쉽게 어떻게 보여지든 간에 저는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해 어릴 때부터 걸어왔다. '이것도 내 숙명인가' 받아들이고 그냥 걸어가고 있는 거다. 말만 앞서기보다 저는 저대로 마음이 동하면 가고, 지금처럼 계속 살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덤덤하게 얘기했다.
이내 그는 "사실 (정치색 프레임 때문에) 피해를 받은 건 있다. 밖에서 막 뭔가를 만들어내서 절 이용하는 게 힘들었다. 제가 정치색을 드러낸 게 아니라 당한 것이고, 저는 프레임의 피해자다. 김의성 선배님을 생각하시면 될 거 같다. 김의성 선배님이 작품을 할 때 '저 배우 이래서 출연한 걸 거야' 생각하고 보시냐. 그렇지 않지 않나. 선배님은 많이 활동하고 계시지만, 저는 활동이 적을 때도 있고. 아무래도 제가 활동을 더 열심히 해야 이런 말들이 안 나올 거 같다. 그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고 싶다. 얼마나 이슈가 없으면 그럴까 싶은데, 더 열심히 활동해야겠다"라고 고민을 토로했다.
힘든 시기를 겪으며 초연한 자세를 갖춘 김규리. 그는 "어릴 때는 이거 했으면 좋겠고, 저거 했으면 싶고, 이런 사람이 되고 싶고 꿈도 많았다. 근데 살아보니 어느 때는 내가 원하는 길로 가지만 대부분은 계획하지 않은 길로 많이 가게 되더라. 그게 결코 항상 내 인생에 나쁜 것만은 아닌 게, '나한테 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싶었던 게 언젠가 뒤돌아 봤을 때는 '나한테 도움이 되네?' 싶더라. 그래서 인생을 놓고 봤을 때 무의미한 일이 하나도 없었다, 이런 생각이 든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다만 진짜 경계하고 조심해야 하는 일이 뭐냐면, 인생에 나만 생각했을 땐 단맛만 있길 바라는데 그러면 당뇨에 걸린다는 거다"라고 속깊은 이야기를 꺼냈다.
이어 그는 "인생이 건강해지려면 모진 풍파를 겪고 단단해져야 한다. 상처가 나으면 굳은살이 더 단단해지기에 그렇게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거, 그게 인생인 거 같다. 저뿐만 아닌 모든 사람 인생이 다 그럴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을 보면 애잔하고 안쓰럽다. 한 분 한 분 다 자신한테 주어진 삶을 헤쳐나가야 하기 때문에, 내가 날 항상 응원하듯이 사람들을 응원해 줘야겠다 생각한다. 저를 응원해 주는 분들께도 정말 고마운 마음이다"라고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그러면서 김규리는 "이래서 조심하고, 저래서 조심한다고 되는 게 아닌 거 같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그렇지만 뭔가 좋은 일을 하려면 사람들이 많이 모여야 한다.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이 있고 가고자 하는 길이 있는데 그 길을 가려면 수많은 사람을 만날 수밖에 없다. 결국 중요한 건 가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가는 거다. 그림으로 우리의 전통을 세계적으로 알리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지금 당장은 제가 힘이 하나도 없어서 못하지만, 힘을 기르기 위해 작가로서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 장인들을 외국에 모시고 가시는 게 목표다"라고 당차게 말했다.
끝으로 김규리는 "시원하게 깨부수는 액션을 해보고 싶다. 제가 예전에 댄스스포츠 예능 '댄싱 위드 더 스타'에서 몸 쓰는걸(준우승) 보여드리지 않았나. 태권도도 열심히 배웠던 시기가 있었다. (마)동석 오빠가 다니라고 해서 오빠의 복싱장에도 등록했다. 회원제라 딱 50명만 받는다고 하더라. 오빠도 제가 액션을 되게 하고 싶어 하는 걸 아신다. 아직은 전시회 준비로 못 가고 있는데 마치면 다니려 한다. 거기에 제가 그린 호랑이 그림도 걸려 있다(웃음). 저는 궁금하면 우선 가서 배우는 편이다. 근성 있게 하면 (액션물에서) 절 불러주시지 않을까 싶다"라며 열정을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