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투톱' 체제 닻 올렸다..."주가 하락 피눈물" 주주는 원성

머니투데이 김승한 기자 2024.03.2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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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엔씨, 제27기 정기 주주총회
김택진·박병무 공동대표 체제 시작
이사 보수한도 200억→150억원 조정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 /사진=김승한 기자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 /사진=김승한 기자


엔씨소프트 (171,200원 ▼1,300 -0.75%)가 1997년 창사 이래 첫 '투톱 대표' 진용을 갖추게 됐다. 실적 하락과 신작 부진으로 대내외 위기감이 감지되는 가운데,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해 전문성과 업무 분업화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경영 효율을 높여 곤두박질치는 주가와 실적을 견인하겠다는 엔씨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엔씨는 28일 오전 판교 R&D(연구개발)센터에서 제27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사내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각 안건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이날 엔씨 새 공동대표로 선임된 박병무 대표는 "현재 대내외적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엔씨는 이를 극복할 흥행 IP(지식재산)와 우수한 인재, 성공 노하우를 갖고 있다"며 "이 같은 자원을 활용하면 충분히 다시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내외 어려움이 존재하는 가운데, 주가 하락 등으로 주주들에게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올해 새로운 장르의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 대거 출시될 것이며, 올해가 엔씨의 글로벌 진출 원년이라 말하고 싶다. 주가도 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씨소프트 주총 현장. /사진=엔씨소프트엔씨소프트 주총 현장. /사진=엔씨소프트
이달 임기가 만료된 창업자 김택진 대표 역시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다만 김택진 대표는 구글과의 협업 등으로 현재 미국 출장 중이라 주총 현장엔 참석하지 않았다. 이 밖에 이재호 오스템임플란트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사외이사(감사위원)로 새롭게 선임했다. 김택진·박병무 공동대표는 이날 오후 이사회를 거쳐 엔씨 공동대표로 최종 선임된다.



엔씨는 이날 이사 보수 최고 한도도 기존 200억원에서 150억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사 보수 한도액을 낮추는 건 창사 이후 처음이다. 이는 실적 부진에 따른 경영 효율화 차원이다. 엔씨는 지난해 전년 대비 75.4% 감소한 141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출시한 'TL'(쓰론 앤 리버티)도 부진하면서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엔씨소프트 정기 주총 현장. /사진=엔씨소프트엔씨소프트 정기 주총 현장. /사진=엔씨소프트
주총 현장에선 주가와 실적 하락 책임을 묻는 주주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한 주주는 '주가가 5분의 1까지 떨어져 주주들은 피눈물 흘리는데, 김택진 대표와 동생인 김택헌 수석부사장이 지난해 100억원의 보수를 받는 게 정당한가'라고 질의하자 구현범 엔씨 COO(최고운영책임자)는 "고성과 실적 때 부과된 장기, 특별 인센티브가 대부분"이라며 "임원 중 어느 성과가 있으면 3~4년 혹은 5년 보상 주는 형태 구조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올해 8월이 되면 상반기 보수가 공시될 텐데, 올해 3월 보상위원회에서 책정된 김택진 대표의 2023년 성과 연동형 보상은 0원으로 이미 책정됐다"며 "김택진 대표 역시 가타부타 말씀 없이 이미 수용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원 보상은 이사회 산하 보상위원회를 통해 결정되며 김택진 대표가 개입하거나 의사를 관철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엔씨 주가는 연일 하락세다. 2021년 한때 100만원을 상회하기도 했지만, 현재 20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엔씨 주가는 TL 한국 출시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8일 전날 대비 9.6% 떨어진 23만8500원에 장을 마감하더니, 올해 1월 17일에는 8년 만에 10만원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한편 박병무 대표는 올해 야구단 '엔씨 다이노스'의 경영효율화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박병무 대표는 "지난해 당사 자회사인 엔씨 다이노스에 258억원을 지급했는데, 올해 12월까지 373억원의 대여금을 지급할 예정"이라며 "곧 발표되겠지만, 올해 지급될 경영 지원금은 작년보다 대폭 낮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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