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넷플릭스
드라마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제목 ‘삼체’의 의미부터 짚는 게 먼저일 듯하다. 영어 제목은 ‘삼체문제 Three-Body Problem’로 세 개의 물체 간에 작용하는 중력과 그로 인한 움직임을 다루는 고전 역학 문제다. 류츠신의 원작 소설 1부 제목과 동일한 제목으로 작품에선 세 개의 태양이 떠 있어 대재앙이 닥칠 위기에 놓인 외계 행성을 지칭하며, 그곳의 외계 종족을 삼체인이라 부른다. 드라마 ‘삼체’는 지구를 침략하려는 삼체인들에 맞서는 인류의 이야기를 그린다. 드라마 속에서 과학자들이 VR 헤드셋을 쓰고 하는 가상현실 게임의 이름도 ‘삼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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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설정과 묘사가 이야기를 이끄는 하드 SF의 특성상, ‘삼체’의 캐릭터들 역시 개별적으로 두드러지진 않는다. 캐릭터나 배우 중심으로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라면 장벽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보면 캐릭터가 고르게 배치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이야기 흐름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 세계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대다수가 중국인인 원작의 등장인물을 다국적 캐릭터로 바꿔 다양성을 확보했다.
다섯 명의 옥스퍼드대 동문들은 드라마를 위해 새롭게 꾸린 주인공들이다. 원작 1,2,3부에 따로 나오는 인물들을 한 명으로 합치거나 함께 등장하는 식으로 각색했다. 원작 소설을 읽었다면 캐릭터 재조합에 분명 흥미를 느낄 것이다. 이들이 번갈아 가며 에피소드를 이끄는 방식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조연인 줄만 알았던 인물이 급부상해서 이야기 중심에 놓이는 의외의 재미가 있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시리즈의 베네딕트 웡이 형사 다스로 등장해 주요 인물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며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다. 심각한 극 분위기에서 웃음까지 담당한다. 이 작품으로 호평받을 만한 배우다. ‘왕좌의 게임’ 팬들이라면 리암 커닝햄(웨이드 역)과 존 브래들리(잭 루니 역)의 얼굴이 반가울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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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삼체’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건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된 SF로 현실 문제를 직면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섬뜩한 결과를 가져오는 과학 기술의 오용, 첨단 기술 의존에 대한 경고 메시지, 과학(자)과 관련된 사회적 윤리적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룬다. 6화 오프닝에서 삼체의 존재를 알게 된 인류의 다양한 반응과 국가의 대응을 보여주는 뉴스 장면 연출은 꽤 그럴듯하다. 스펙터클을 과시하기보다 내실을 다진 SF 드라마여서 정신을 집중해 볼 수밖에 없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 제작진 데이비드 베니오프와 D.B 와이스, ‘트루 블러드’를 제작한 알렉산더 우,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B 등 베테랑들이 머리를 맞댄 프로젝트답게 창의적인 전략들이 놀라움을 자아낸다.
공개와 동시에 화제작 대열에 오른 ‘삼체’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드라마 후반부에 나온 ‘계단 프로젝트’와 ‘면벽 프로젝트’는 맛보기 수준에 불과하다. 남은 이야기를 어떻게 구현할지는 제작진에게 달려 있다. 우주로 뻗어나갈 드라마 ‘삼체’의 항로를 원작으로 미루어 어림짐작만 할 따름이다. 우주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듯이 예측할 수 없는 즐거움을 주는 이 드라마의 끝이 어디쯤이 될지 두 눈 동그랗게 뜨고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