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N'과 인터뷰 도중 눈물을 흘리는 히샬리송. /사진=ESPN 유튜브 영상 갈무리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27일(한국시간) "브라질과 토트넘 공격수 히샬리송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이후 우울증과 싸웠다. 모든 것을 포기할 준비가 됐었다고 말했다"라고 보도했다.
'ESPN'이 공개한 영상에서 히샬리송은 눈물을 계속 흘렸다. 그는 "훈련 전에 그냥 집으로 가고 싶었다. 머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몰랐다. 방으로 돌아가고 싶었다"라며 "아버지에게도 모든 걸 포기하겠다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히샬리송은 "월드컵이 끝난 뒤 7년 넘게 함께했던 사람들과 여러 일을 겪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라며 "나와 함께 꿈을 좇던 아버지에게 갔다. '포기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미친 짓이었다"라고 고백했다.
히샬리송. /사진=ESPN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이미 심적으로 지친 상황에서 에이전트의 충격적인 행동은 히샬리송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그는 "한창 힘들 때 월드컵에 출전했었다. 나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우울증에 시달렸고, 포기하고 싶었다. 심적으로 강했던 나조차도 월드컵이 끝난 뒤에는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인생 최대 고비에서 간신히 벗어났다. 히샬리송은 "심리 치료사가 나를 구했다. 쓸데없는 생각만 하는 경우가 잦았다"라며 "심지어 포털 사이트에는 죽음처럼 쓰레기 같은 것들만 검색했다"라고 솔직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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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 브렌트포드전에서 결승골 터트린 직후 히샬리송. /사진=토트넘 홋스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에버튼과 경기 후 히샬리송(왼쪽)과 손흥민. /사진=토트넘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달 중순 히샬리송은 영국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에서도 지난해 부진했던 시기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스카이스포츠'에 "정신 건강 문제가 있었다"라며 "심리치료가 내 생명을 구했다. 만약 이런 문제를 겪고 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했으면 좋겠다. 경기장 안팎에서 느끼는 큰 압박감은 선수들만이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선수 심리치료 중요성도 강조했다. 히샬리송은 "심리치료가 내 생명을 구했다. 주앙(심리학자)과 얘기도 많이 나눴다. 그는 낙심한 나를 구해줬다"라며 "국가대표팀에도 선수들을 도울 수 있는 심리학자가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선수들은 필드 밖에서도 압박감을 겪는다. 나 또한 경기장 밖에서 더 많은 고통을 겪었다"라고 했다.
손흥민(왼쪽)과 히샬리이 질주하고 있다. /사진=토트넘 공식 SNS
브레넌 존슨(왼쪽)과히샬리송. /사진=토트넘 홋스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토트넘 합류 전 에버튼에서 뛰었던 히샬리송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내 수준급 공격수로 통했다. 안토니오 콘테(54) 감독 시절 토트넘은 이적료 6000만 파운드(약 1015억 원)를 투자해 히샬리송을 영입했다.
토트넘 합류 초반 히샬리송은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좀처럼 득점포가 터지질 않았다. 프리미어리그 2022~2023시즌을 통틀어 단 한 골에 그쳤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는 그나마 2골을 넣었다. 이마저도 한 경기에서 기록했다. 영국 현지에서도 히샬리송의 경기력을 꼬집기도 했다.
히샬리송(오른쪽)을 안아주는 제임스 매디슨. /사진=토트넘 홋스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심리 치료로 회복한 히샬리송은 토트넘 두 번째 시즌부터 펄펄 날았다. 특히 2023~2024시즌 시작 전 부임한 앙제 포스테코글루(59) 감독의 전술과 잘 맞았다. 시즌 초반 약 두 달간 부진했을 때는 손흥민(32)이 중앙 공격수로 나서며 짐을 덜어줬다. 당시 손흥민은 9월 번리전 해트트릭을 시작으로 연일 득점포를 가동하며 토트넘 상위권 경쟁을 이끌었다. 주로 중앙에서 뛰던 히샬리송이 측면으로 빠졌다.
12월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프리미어리그 경기가 전환점이었다. 히샬리송은 전반 38분 손흥민의 크로스를 왼발로 방향만 바꿔 밀어 넣었다. 후반전에는 상대 골키퍼가 각을 좁히며 나오자 절묘하게 아래로 깔아찼다. 토트넘 이적 후 첫 프리미어리그 멀티골이었다. 당시 토트넘은 4-1로 크게 이겼다.
히샬리송. /사진=토트넘 홋스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물이 오른 히샤를리송은 친정팀을 상대로도 골을 넣었다. 에버튼전 9분 히샤를리송은 브레넌 존슨(22)의 크로스를 오른발로 때려 넣었다. 전 소속팀에 대한 예우도 지켰다. 두 손을 높게 올리며 세리머니를 자제했다. 9분 뒤에는 손흥민이 추가골을 터트렸다. 상대 골키퍼를 맞고 나온 공을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토트넘은 히샤를리송이 득점한 4경기에서 모두 이겼다.
특히 히샬리송은 손흥민이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으로 인해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 차출됐을 때 맹활약을 펼쳤다. 히샬리송은 1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2월 브렌트포드와 에버튼전에서 총 3경기 5골을 몰아쳤다. 어느새 23경기 10골(3도움)로 토트넘 내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경기 최우수 선수(POTM)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는 히샬리송./사진=토트넘 홋스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심리 치료를 병행했던 히샬리송은 당시 감독과 마찰까지 빋은 바 있다. 영국 '90min'은 "히샬리송은 지난 시즌 출전 시간에 대해 불만을 느꼈다. 그는 콘테 감독과 직접 맞섰음을 밝혔다"라고 설명했다. 토트넘과 브라질 국가대표팀에서 히샤를리송과 함께 뛰는 에메르송 로얄(26)이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90min'에 따르면 에메르송은 "히샤를리송은 경기 당일 선수 소집에 늦게 도착했다. 콘테 감독은 '할 말이 있나'라고 물었다. 다른 선수들은 '그냥 죄송하다'라고 답했다. 다만 히샤를리송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알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를 들은 히샬리송이 콘테 감독과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히샬리송은 "당시 생각났던 모든 말을 했다. '출전 시간이 더 필요하다', '지금 토트넘이 사용하는 포메이션은 좋지 않다'라며 욕설까지 했다"라고 폭로했다.
미팅에 지각했음에도 콘테 감독과 선수단에 사과를 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히샬리송은 "내가 말을 시작하자 다른 사람들이 웃기 시작했다"라며 "나는 콘테 감독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 미리 연습했던 말만 쏟아냈을 뿐"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토트넘 부주장 크리스티안 로메로(왼쪽)와 히샬리송. /사진=토트넘 홋스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