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끓이는 시진핑, 미국 기업에 러브콜…퀄컴·블랙스톤 회장 등과 회동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4.03.28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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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FPBBNews=뉴스1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FPBBNews=뉴스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에서 퀄컴·블랙스톤 등 미국 기업 수장들과 회동했다. 외국 기업들의 대중 투자가 30년 만에 최저로 쪼그라든 가운데 시 주석은 경제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투자 러브콜을 보냈을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은 27일 시 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장에서 미국 재계 및 학계 인사들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엔 미국 보험사 처브의 에반 그린버그 최고경영자(CEO), 스티븐 올린스 미중관계전국위원회 회장, 크레이그 앨런 미중기업협의회 회장,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회장, 라지 수브라마니암 페덱스 CEO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기업인 80여명은 24~25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고위급포럼(CDF)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상태다. 통상 CDF는 중국 총리가 기업인들과 원탁회의를 갖고 소통하는 자리로 여겨지지만 올해엔 리창 총리의 역할 축소설과 맞물리면서 시 주석이 직접 외국 기업인들을 만난 셈이다.

다만 이번 만남은 CDF의 일환이라기보단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시 주석과 미국 기업인들 간 만찬의 후속 차원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미국 외 다른 나라 기업인들은 초청되지 않았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해 테슬라와 애플 등 굴지 기업 CEO들을 만나 협력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이날 회동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알려지지 않았으나 시 주석은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외자 유치 의지를 내비쳤을 것으로 보인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회동과 관련해 구체적인 언급을 삼간 채 "중국 정부는 양국의 재계와 여러 부문에서 우호적인 교류와 협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장려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속 끓이는 시진핑, 미국 기업에 러브콜…퀄컴·블랙스톤 회장 등과 회동
중국은 외국인 투자가 30년 만에 최저로 곤두박질치는 등 외자 유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미국과의 지정학적 긴장, 중국의 부동산 위기, 디플레이션 우려, 반간첩법 강화 속에 지난해 외국 기업들의 대중 직접 투자액은 2022년보다 80% 급감한 330억달러(약 44조원)로 집계돼1993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이에 중국은 투자자 신뢰를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1월 중국 상무부는 매달 외국 기업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CDF에서 리 총리가 중국 경제 상황에 대한 자신감을 강조한 것도 비관론을 털어내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중국 시장이 중요한 기업인들도 중국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사업 의지를 직접 표현할 기회로서 시 주석과의 만남을 고대하던 것으로 전해진다. CDF에 참석한 재계 인사 중 일부는 지난주 공식 초청을 받은 뒤 현지 체류 기간을 연장하고 일정을 변경했다고 한다.

미·중 관계는 지난해 11월 APEC을 계기로 성사된 미·중 정상회의 후 전반적으로 안정됐으나 무역 및 사이버 공격 등을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이 차별적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고, 앞서는 미국과 영국이 중국 정부 지원을 받는 해커들이 정치인, 기업, 반체제 인사들을 해킹했다며 중국을 비난했다.

미국 대선이 다가오면서 미·중 관계는 더 악화할 공산이 크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관세 폭탄을 예고한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 역시 중국에 더 강경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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