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권 200석 위기' 한동훈의 '국회 세종 이전' 승부수…판세 뒤집을까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24.03.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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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회의 세종시 완전 이전을 약속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회의 세종시 완전 이전을 약속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을 2주 앞두고 국면전환 카드로 '여의도 정치 종식'을 띄웠다. 국회를 세종특별시와 완전히 이전하는 방안이다. '범야권 200석' 가능성이 제기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다. 정부·여당으로서 중도 표심에 호소하는 정책 이슈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전략이지만 야권도 일제히 호응한 만큼 국면을 전환시킬 정도의 파급력을 가질진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한 위원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으로 여의도 정치를 종식하겠다"며 "국회의사당을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시민들께 돌려드리고 여의도와 그 주변 등 서울에 개발 제한을 풀어서 서울 개발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국회에선 지난해 10월 정무위원회 등 12개 국회 위원회와 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를 세종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국회 세종의사당의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국회를 통째로 세종시로 이전하겠단 것이다. 명분으론 행정 비효율 해소, 국가균형발전 촉진,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세웠다. 여의도의 고도제한을 푸는 등 인접 지역의 개발 촉진도 약속했다.

한 위원장이 말하는 '여의도 정치 종식'은 단순히 지리적인 의미를 넘어 자신이 강조해온 정치개혁의 완성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들에게 뿌리 깊은 불신을 만들어낸 기존의 정치 문화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국민의힘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당 정책위에서 오래 전부터 검토해온 것인데 공약으론 발표를 안 했던 것"이라며 "지금까진 이재명 민주당 비판에 치중했는데, 정책으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의지의 신호탄으로 봐 달라"고 밝혔다.

당에선 국회의 세종시 이전이 충청지역뿐 아니라 서울 표심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서울 같은 경우 국회 주변 고도개발 제한과 규제가 있어서 서울시장 선거 때부터 규제완화 요구가 있었다"며 "오늘 발표로 한강벨트 중심으로 좋은 분위기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선대위 종합상황실 관계자도 "수도권과 충청 표심을 겨냥한 것"이라며 "세종시 인근 주민들은 온전한 국회가 오기를 원하는 것이고 국회가 옮겨가면 여의도와 인근이 상업화되며 개발 호재가 발생할 것이다. 민주당과 협의해야 하지만 선제적으로 책임여당의 모습을 보이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7일 인천 미추홀구 인하 문화의 거리를 찾아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3.27/사진=뉴스1 /사진=(인천=뉴스1) 구윤성 기자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7일 인천 미추홀구 인하 문화의 거리를 찾아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3.27/사진=뉴스1 /사진=(인천=뉴스1) 구윤성 기자
실제 국민의힘은 최근 정권심판론에 따른 총선 위기론을 의식한 듯 정책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홍석준 당 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 부실장은 이날 은퇴 후 대도시에서 지방 소도시 등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려는 사람의 주택을 사들여 청년·신혼부부 등에게 공급하는 내용의 '업시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그러나 여당 내부에서조차 한 위원장의 '국회 세종시 이전' 방안은 이미 기존 선거에서 공약으로 거론됐던 내용이란 평가가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여의도 정치 종식이란 카드는 좋은 이미지는 줄 수 있지만 선거 판세를 흔들 수 있는 이슈는 아니다. 약하다"고 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민의힘은 전체적으로 전략이 아예 없는 것 같다"며 "왜 (정권)심판 여론이 강하게 불고 있느냐, 왜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고 고전하고 있느냐를 분석하고 그걸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되는데 지금 대통령실도 그렇고 당도 그렇고 그런 전략기능 자체가 완전히 망가져 있고 막연한 희망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표를 얻기 위한 전략, 선거 전략이란 게 지금 당에 부족한 것 같다"며 "2주는 판세를 뒤집기에 충분한 시간이지만 현재 당의 면면을 봤을 때 뭔가를 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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