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어떤 정부도 못한"…'그림자 조세' 2조원을 덜어냈다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2024.03.2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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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금 정비방안]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김윤상 기획재정부 2차관이 지난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부담금 정비 방안의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24.03.27.[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김윤상 기획재정부 2차관이 지난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부담금 정비 방안의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24.03.27.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행위에 대해 예외적으로 부과하는 것이 부담금이지, 재원 조달이 용이하다는 이유로 부담금을 남발해선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국무회의에 부담금을 '그림자 조세', '준조세'라고 지칭하며 이렇게 말했다. 특히 "자유로운 경제 의지를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부담금은 과감하게 없애야 한다"며 기획재정부에 부담금을 개편하라고 지시했다. 부담금 개편의 신호탄이었다.



기재부는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91개의 부담금을 모두 살폈다. 특정한 공익사업을 위해 걷는 부담금이 '수익자 부담원칙'에 부합하는지, 변화된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는지 점검했다. 이후 관계부처와 협의해 최종안을 마련했다. 18개 부담금 폐지, 14개 부담금 감면이라는 결과물이 나왔다.

부담금 규모만 봤을 때 가장 큰 변화는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 개편이다.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은 전기요금의 3.7%에 부과한다. 그렇게 걷은 부담금 규모만 2022년 기준 2조3784억원이다. 정부는 부담금 요율을 3.7%에서 단계적으로 1%p 낮춘다. 국민과 기업 부담은 약 9000억 감소한다.



정부는 국민 체감형 부담금 정비에도 공을 들였다.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부담금 개편은 큰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림자 조세'의 상징처럼 여겨진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은 폐지 1순위였다. 예상대로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출국할 때마다 1만1000원을 내던 출국납부금, 복수여권을 기준으로 최대 1만5000원이 따라붙던 국제교류기여금도 각각 인하한다. 자동차보험료에 포함되는 피해지원사업 분담금 요율은 3년간 50% 깎아준다. 엄청난 규모의 감면은 아니지만, 요금과 가격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들이다.

이번 정비로 연간 2조원 규모의 부담이 사라진다. 정비 대상 부담금 9조6000억원의 약 20% 수준이다. 국민들은 알지도 못하고 내던 부담금 부담을 덜게 됐다. 무엇보다 32개 부담금을 일시에 정비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2002년 부담금 관리체계가 도입된 이후 일제 정비가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역대 어떤 정부도 추진하지 못했던 과감하고 획기적인 수준으로 부담금을 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과제는 있다. 이번 부담금 정비가 실효성을 얻기 위해선 요금과 가격 인하로 이어져야 한다. 영화관 입장권만 하더라도 부과금을 폐지했지만, 이를 반영한 가격은 관련 기업이 결정한다. 정부는 관련 업계와 가격 인하 협의를 진행 중이다.

부담금 정비로 비게 될 재원도 살펴야 한다. 정부는 기금 여유 재원을 활용해 최대한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지출 효율화도 병행한다. 법령 개정 사항이 있기 때문에 향후 국회 논의 과정 역시 변수로 남는다.

김윤상 기재부 2차관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나 영화 산업에 대한 발전 등 꼭 필요한 사업에 대해선 일반 재원을 써서라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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