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1.5조, 쿠팡 3조…'쩐의 전쟁' 본격화에 유통가 긴장

머니투데이 하수민 기자 2024.03.2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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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쿠팡의 '쩐의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연초부터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알리의 1조원대 투자 계획서가 공개된 지 일주일 만에 쿠팡이 3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다. 이 가운데 국내 토종 이커머스 기업들과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은 다양한 생존 전략을 모색 중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두 유통 공룡이 펼치는 자금 경쟁이 이커머스 업계 내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창립 이후 첫 연간 흑자를 달성한 쿠팡은 향후 3년간 3조원 이상을 풀필먼트센터 확충 등에 투자하겠다고 27일 밝혔다. 이를 통해 오는 2027년까지 현재 182개 시군구에서 전국 230여개 시군구(5000만명 이상)로 '쿠세권'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대부분 지역은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으로, 전라도·경상도·충청도·강원도 일대에 집중됐다.



쿠팡의 이같은 대규모 투자에 대해 유통업계에선 "알리, 테무 등 C-커머스를 견제하는 맞대응 투자"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COVID-19)시기를 지나오면서 이커머스 시장 내 굳건한 1위를 눈앞에 둔 쿠팡 입장에서는 C-커머스의 성장의 성장세가 견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흑자 구조로 전환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누적 적자가 6조원에 이르는 상황인데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는 것은 알리에 대한 견제가 상당하다는 방증"이라면서 "요즘 유통 업계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국내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인데 출혈 경쟁으로 향하는 것이 우려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알리바바그룹이 보유한 현금자산은 855억달러(11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시장에 투자 규모를 계속 늘린다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유통기업은 쿠팡이 유일하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하지만 쿠팡과 알리의 경쟁이 지속되면 이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더라도 국내 유통 기업들의 피로감은 높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알리-쿠팡 경쟁으로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국내 유통업계들은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경영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25일 15년 이상 근속한 직원을 대상으로, 11번가는 오는 29일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오프라인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을 경쟁력으로 앞세우고 나섰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전통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들도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온라인 쇼핑이 제공할 수 없는 '공간' 경쟁력 강화를 공통 화두로 제시했으며, 수익성 강화·재무 건전성 확보를 약속했다.


한편 쿠팡의 투자로 국내 이커머스 부스트업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로켓배송은 지금까지 쿠팡이 성장한 근간"이라며 "쿠팡이 새로운 모델을 개척해 나가면 각 이커머스 업계도 각자 대응하면서 성장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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