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최윤범 vs 영풍 장형진…다시 지분확보 경쟁 붙나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2024.03.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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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진 영풍 고문(좌측)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장형진 영풍 고문(좌측)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의 고려아연 지분 확보 경쟁이 다시 시작됐다. 작년부터 장 고문이 개인회사를 내세워 고려아연 지분을 꾸준히 늘려온 가운데, 최근 최 회장이 지분 매입을 재개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8~22일 4차례에 걸쳐 고려아연 주식 1만4324주를 장내 매수했다. 종가 기준 총 63억7300만원 규모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1.75%에서 1.82%로 소폭 올랐다.



최 회장의 고려아연 지분 매수는 5개월 만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9월1일부터 10월4일까지 12차례에 걸쳐 고려아연 주식을 매수했다. 투입한 자금은 총 122억5800만원이었다.

영풍에서는 최근 장 고문이 지분 100%를 보유한 에이치씨가 영풍 보유주식을 장내 매도, 4억2700만원을 현금화했다. 그 동안 장 고문의 개인회사가 영풍 지분을 판 후 고려아연 주식을 매수해왔단 점에서, 이번 자금도 고려아연 지분 확대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에만 에이치씨는 18억원 어치 영풍 주식을 팔고, 77억원 어치 고려아연 주식을 매입했다.



에이치씨, 씨케이 등 장 고문의 개인회사 2곳은 2020~2021년 장 고문이 보유한 주식을 매수해 영풍 주주가 됐다. 2022~2023년에는 고려아연 주주가 됐다. 이후 두 회사는 꾸준히 영풍 지분을 팔고, 고려아연 지분은 늘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올 들어만 두 회사가 매입한 고려아연 지분은 290억원 규모에 달한다.

75년간 동업관계를 이어온 영풍과 고려아연은 최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영풍그룹은 공동 창업주 고(故) 장병희, 최기호 회장이 1949년 설립한 영풍기업사가 모태다. 2세 경영으로 넘어가면서 영풍 계열은 장씨 일가가,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경영해왔다.

하지만 3세 경영으로 넘어오며 갈등이 시작됐다. 2022년 최 회장 체제가 시작된 이후 양측의 고려아연 지분 확보 경쟁이 본격화됐다. 이후 영풍은 장 회장 개인회사, 특수관계인 등이 나서 고려아연 지분을 공격적으로 늘렸고 고려아연은 현대자동차와 한화 외국법인, LG화학 등 우호세력을 확보하며 맞섰다. 최 회장 역시 지난해 6년 만에 지분 매수에 나섰다.


올해는 주주총회에서 사상 첫 표대결을 벌였고,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신주발행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공방까지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서린상사 경영권을 놓고 다투는 중이다. 서린상사는 고려아연과 영풍의 비철제품 수출 등을 담당해왔다. 수십년간 제품 판매를 공동으로 수행하면서 시너지를 내와 두 기업 간 협업의 상징으로 간주돼왔다. 그러나 고려아연(지분 66%)이 이사회의 고려아연 멤버 수를 4명에서 8명으로 늘리기 위한 주총 소집을 요청했다. 영풍은 이사회 불참 의사를 밝히며 반발했다.

현재 고려아연의 지분율은 우호지분을 포함해 고려아연 측 33%대, 영풍 측 32%대로 차이가 크지 않다. 올해 갈등이 격화한 만큼, 고려아연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양측의 매수 경쟁도 보다 치열해질 수 있다.

영풍 관계자는 "과거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을 약 35% 보유했으나, 유상증자 등으로 지분율이 희석됐다"며 "이전 지분 수준을 회복하는 차원에서 고려아연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고 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최 회장의 지분 매수 재개와 관련해 "개인 차원의 결정"이라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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