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홍릉강소특구 서울바이오허브를 방문해 입주기업인 고큐바테크놀로지의 '혼합현실 기반 디지털 치료제 시스템'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KIST
국내에는 '바이오·헬스케어 클러스터'란 간판을 단 곳만 30여곳에 이른다. 강대신 서울 홍릉 강소연구개발특구기획실장(G밸리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장)은 '홍릉특구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전국 어디에도 이 정도로 국가 전략 기술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곳이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고령자를 위한 맞춤 기술인 '에이징 테크', 여성 건강을 위한 디지털 기술인 '펨텍', 수면 관련 '슬립테크' 등의 연구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KIST에서 25년 간 지능로봇 연구경험을 쌓은 박성기 박사가 창업한 로아이젠은 AI 기반 경증치매 환자 돌봄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염기서열 분석(NGS) 기반 다유전자분석기업인 디시젠은 '한국인 생애 유방암 발병 위험도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지난해엔 유방암 예측 검사키트 '온코프리'로 '중소기업 R&D 우수성과 50선'에 선정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홍릉특구는 반경 2.5㎞ 안에 여러 상급종합병원들이 모여 있는데다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서울 분원, 고려대, 경희대, 서울과학기술대, 한국외대 등 대학들도 위치한다. 뿐만 아니라 고등과학원, 한국국방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등 연구기관과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까지 한데 모여 있어 세계적인 바이오 클러스터로 꼽히는 보스턴에 가장 가까운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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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제약사들도 새로운 기술 확보를 위해 홍릉특구 입주 기업들을 관심있게 들여다보고 있다. 대웅제약의 경우 2021년 홍릉특구와 MOU(업무협약)을 맺고 특구 내 바이오 스타트업들과 사업화 연계 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전용 벤처펀드를 조성해 초기기업의 후속 투자유치도 지원한다. 2021년 550억원 규모의 홍릉1호 벤처펀드를 조성했고, 최근엔 약 300억원 규모의 2호 펀드 결성을 추진 중이다. 홍릉특구는 특구 내 기업과 투자사들을 연결해주는 투자기관협의회도 운영 중이다. 이곳에 소속된 AC·VC·CVC(액셀러레이터·벤처캐피탈·기업형 벤처캐피탈)는 29곳에 달한다.
홍릉특구는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 측면에서도 강점을 지녔다. 미국과 일본, 중국, 프랑스, 독일, 싱가포르, 이스라엘, 인도, 베트남 9개국에 현지 거점을 마련해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K2B테라퓨틱스는 홍릉특구를 통해 미국 보스턴에 진출한 대표 사례다. 5년 전 KIST에서 개발한 짧은 간섭 리보핵산(siRNA) 기술을 가지고 미국 보스턴 클러스터의 '랩센트럴'에 진출했다. 해당 기술은 탈모 완화 화장품이나 항암제 등을 만들 때 쓰인다. 랩센트럴엔 바이오텍 기업 50곳이 입주해 있고, 그 주변으로 미국 하버드대와 MIT(매사추세츠공대)가 있어 우수 인재 확보에 유리하다.
강 실장에 따르면 최근 홍릉특구는 바이오 스타트업의 유럽 진출을 돕기 위해 프랑스의 바이오 산·학·연·병 협력기관인 '메디센'과 첨단생명공학 기술 바이오클러스터인 '제노폴'과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아시아에선 싱가포르 과학기술연구청인 에이스타 산하에 있는 헬스텍과 MOU를 맺었다. 강 실장은 "홍릉특구 기업들은 헬스텍 컨소시엄에 참여해 싱가포르 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바이오 헬스케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2020년 8월 서울 지역에서 유일하게 강소연구개발특구로 지정돼 출범 4년차를 맞은 홍릉특구는 그간 압축성장을 이뤘다. 홍릉특구가 받아든 지난해 성적표를 보면 입주기업, 고용, 매출액이 각각 333개, 1528명, 696억원으로 설립 초기 목표치인 500개, 5768명, 847억원에 많이 다가섰다.
홍릉특구는 이르면 4월 개관할 '서울글로벌센터'를 통해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에 더욱 힘을 주는 한편 정부의 '딥테크 스케일업 밸리' 과제를 수주해 줄기세포와 같이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전략 기술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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