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거기서"…토종 비만약 연구 속도 내는 바이오 벤처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24.03.2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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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릭스와 뉴로바이오젠의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그래픽=조수아올릭스와 뉴로바이오젠의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그래픽=조수아


비만치료제 위고비(노보노디스크)와 마운자로(일라이릴리)가 전 세계에서 인기다. 비만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둘 다 장내 호르몬의 일종인 'GLP-1'(Glucagon-like peptide-1,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치료제란 공통점이 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주 1회 투여하는 주사제다. GLP-1 계열 약물 특성상 주사 투여를 중단하면 체중이 다시 느는 요요현상에 대한 우려가 있다. 또 설사와 구토 등 이상반응도 꾸준히 보고된다. 비교적 비싼 비용도 부담이다. GLP-1 계열 약물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 비만치료제 연구를 주목하는 이유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릭스 (15,220원 ▼90 -0.59%)와 뉴로바이오젠 등 국내 신약 개발 바이오 벤처가 GLP-1 계열이 아닌 새로운 기전의 토종 비만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토종 비만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임상시험이나 공동연구, 기술이전 논의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올릭스는 비만 및 MASH(대사이상지방간염) 치료제 파이프라인 '702A'의 글로벌 기술이전에 속도를 낸다. OLX702A는 원래 MASH 치료제로 개발하다 우수한 체중감소 효능을 확인해 적응증을 확장했다. 현재 호주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올릭스는 OLX702A가 인간 유전체 연구로 발굴한 약물이라 인체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앞서 설치류와 원숭이 등 다양한 동물실험을 통해 지방간과 간섬유화에 대한 뛰어난 효능을 확인했다. 최근 체중감소 효과를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식욕을 줄이는 GLP-1 계열 약물과 달리 에너지 대사를 늘려 체중을 감량하는 비만치료제로 확장성이 높단 평가다. 앞서 전임상에서 위고비와 병용 투여해 체중감소 시너지 효과를 확인했다.

시너지이노베이션 (2,795원 ▼5 -0.18%)의 자회사 뉴로바이오젠은 최근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 'KDS2010' 임상 1상을 완료하고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KDS2010은 국내에서 발굴한 새로운 기전의 신약 후보물질로 비만과 치매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임상 1상에서 내국인과 코카시안 계열 88명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내약성을 입증했다. 임상 참여자 모두 심각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신뢰할 만한 수준의 약동 및 약력학 결과를 확보해 글로벌 임상 2상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뉴로바이오젠의 KDS2010은 '마오비'(MAO-B) 효소를 타깃하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다. 뇌 속에 있는 신경세포 군집 '가브라파이브'(GABRA5)를 조절해 체중을 감량할 수 있다. 식욕을 억제하지 않는 데다 경구형(먹는 약)이라 복용 편의성이 뛰어나단 설명이다. 지난해 KDS2010 연구가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타볼리즘'(Nature Metabolism, IF=20.8)에 게재되며 주목받았다. 올해 임상 2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기술이전도 노린다.


토종 GLP-1 계열 비만치료제 개발도 한창이다. 우선 한미약품 (310,500원 ▲500 +0.16%)이 비만치료제 연구에 앞서있단 평가다. 한미약품은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국내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먹는 비만치료제 연구도 병행한다. 또 유한양행 (71,000원 ▼500 -0.70%)동아에스티 (67,500원 ▼1,500 -2.17%) 등이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비만치료제 인기가 매우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지금까지 허가받은 GLP-1 계열 약물은 요요현상을 비롯해 일부 부작용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또 GLP-1 비만치료제는 비교적 비싼 가격과 공급 부족, 주기적인 주사 투약 등 한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GLP-1 계열 약물과 병용투여가 가능한 파이프라인이나 아예 새로운 기전의 비만치료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2030년 최대 100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쟁력을 갖춘 파이프라인의 연구는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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