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경기를 어떻게 뛴 걸까, 토트넘 중원 '미친 정신력'... 발가락 골절 투혼 "멈추기 싫었다"

스타뉴스 박건도 기자 2024.03.2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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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홋스퍼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 /AFPBBNews=뉴스1토트넘 홋스퍼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 /AFPBBNews=뉴스1


손흥민(오른쪽)과 벤탄쿠르. /AFPBBNews=뉴스1손흥민(오른쪽)과 벤탄쿠르. /AFPBBNews=뉴스1
그간 경기에서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로드리고 벤탄쿠르(26·토트넘 홋스퍼)가 본인이 숨긴 부상을 공개했다.

영국 매체 '토크 스포츠'는 26일(한국시간) "벤탄쿠르는 뼈가 부러진 상태에서 경기를 뛰었다. 그에게는 회복할 시간도 부족했다. 2022년 1월 유벤투스에서 토트넘에 넘어온 뒤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지난 3월 토트넘은 크리스탈 팰리스와 2023~20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7라운드에서 맞붙었다. 이날 벤탄쿠르는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63분을 뛴 뒤 교체됐다. 토트넘은 팰리스전 1골 1도움을 기록한 손흥민(32)의 맹활약에 힘입어 3-1 승리를 거뒀다.

당시 벤탄쿠르는 발가락 부상을 안고 뛰었다. 우루과이 매체 '텔레도스'와 인터뷰에서 벤탄쿠르는 "발목과 무릎 부상에는 회복했다"라며 "다만 2~3주 전에 왼쪽 새끼발가락이 부러졌었다. 3~4주간 휴식이 필요했지만, 내겐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팰리스와 경기 전 훈련에서 발가락을 다쳤다"라고 고백했다.



 손흥민이 브라이튼전 로드리고 벤탄쿠르(오른쪽)를 대신해 교체 투입되고 있다. /사진=토트넘 홋스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손흥민이 브라이튼전 로드리고 벤탄쿠르(오른쪽)를 대신해 교체 투입되고 있다. /사진=토트넘 홋스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주전 경쟁을 위한 본인의 선택이었다. 앙제 포스테코글루(59) 감독은 올 시즌 이브 비수마(26)와 파페 마타 사르(22)를 선발로 기용하고 있다. 베스트 11이 간절한 벤탄쿠르는 "멈추고 싶지 않았다. 일단 몸을 풀고 나면 발가락 부상을 잊어버리더라. 지금은 몸 상태가 100% 괜찮다"라며 출전 의지를 불태웠다.

골절상에도 벤탄쿠르는 휴식기 없이 꾸준히 토트넘 경기에 나섰다. 지난 10일 아스톤 빌라와 경기에서는 후반전 교체 투입돼 20분을 뛰었고, 17일 풀럼전에서도 24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심지어 벤탄쿠르는 A매치 기간에도 휴식을 취하지 않았다. 현재 우루과이 대표팀에 발탁돼 27일 코트디부아르와 친선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영국 '풋볼 런던'에 따르면 벤탄쿠르는 토트넘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 중 하나다. 벤탄쿠르의 팀에 대한 헌신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벤탄쿠르는 영국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에서 토트넘에 느끼는 본인의 감정을 솔직히 털어놓은 바 있다. 그는 매체를 통해 "시즌 초반 경기를 뛰지 못했다. 선수들과 최대한 가까이 머물면서 그들을 따라가려 했다. 새로운 감독과 코칭 스태프의 노력도 중요했다"라고 말했다.

2023~2024시즌 전 토트넘에 부임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팀을 완전히 뒤바꿔놨다. 벤탄쿠르는 "전과 다른 경기 운영 방식이었다. 프리시즌에도 참여하지 못하지 않았나"라며 "포스테코글루 감독 부임 후 6개월을 날린 셈이었다. 감독이 어떻게 팀을 이끄는지 보고 싶었다. 그의 시스템을 보고 연구했다. 복귀를 준비하는 방법이었다"라고 비결을 밝혔다.

벤탄쿠르. /AFPBBNews=뉴스1벤탄쿠르. /AFPBBNews=뉴스1
제임스 매디슨(오른쪽)이 벤탄쿠르를 대신해 교체 투입되고 있다. /AFPBBNews=뉴스1제임스 매디슨(오른쪽)이 벤탄쿠르를 대신해 교체 투입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벤탄쿠르의 성실함에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혀를 내둘렀다. '스카이스포츠'에 따르면 벤탄쿠르의 긍정적인 태도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벤탄쿠르는 계속 우리집 문을 두들기더라"라고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다.

잦은 부상에도 벤탄쿠르는 출전 의지를 잃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10월 복귀전을 회상하며 "다시 경기장에 서는 느낌은 특별하다. 팬들과 함께 경기를 즐길 수 있어 좋았다"라고 했다.

이어 "팀에 최대한 빠르게 복귀하려 노력했다. 팀 동료들은 제게 도움을 요청하더라.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다행히 예정보다 일찍 공식 경기에 돌아올 수 있었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2022년 겨울 이적시장 토트넘에 합류한 벤탄쿠르는 당시 위기에 빠졌던 팀을 구했다. 당시 토트넘은 안토니오 콘테(54) 감독 체제로 팀을 운영했다. 시즌 초 부임한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50) 감독은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다. 겨울에 반전을 꾀했던 토트넘은 유벤투스에서 벤탄쿠르와 데얀 클루셉스키(24)를 데려왔다.

토트넘의 선택이 옳았다. 벤탄쿠르는 적응 기간 없이 곧바로 콘테 감독 전술 핵심으로 올라섰다. 왕성한 활동량과 적재적소 패스로 중원을 지배했다. 토트넘 성적도 수직 상승했다. 어느새 토트넘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진출권까지 올라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동점골을 넣고 벤탄쿠르가 달려가고 있다. /AFPBBNews=뉴스1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동점골을 넣고 벤탄쿠르가 달려가고 있다. /AFPBBNews=뉴스1
2021~2022시즌 후반기에서 벤탄쿠르는 토트넘에서 무려 프리미어리그 17경기를 뛰었다. 토트넘은 시즌 막바지 북런던 라이벌 아스널을 제치고 4위를 탈환했다. 이 기간 손흥민은 연일 득점포를 가동하더니 모하메드 살라(리버풀·23골)와 함께 공동 골든 부트를 차지했다. 영국 '미러' 등은 벤탄쿠르와 클루셉스키를 영입한 파비오 파라티치 전 토트넘 단장을 극찬했다. 겨울 이적시장이 토트넘 반등을 이룬 것이나 다름없었다. 벤탄쿠르도 토트넘 부활 주역 중 하나로 빛났다.

승승장구하던 찰나 벤탄쿠르는 심각한 부상으로 쓰러졌다. 2023년 2월 십자인대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통계 전문 매체 '트랜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벤탄쿠르는 이 기간 공식 36경기를 놓쳤다.

선수 경력에 있어 가장 큰 부상이었다. 벤탄쿠르는 "이전에는 심각한 부상을 당한적이 없었다. 쉽지 않더라. 하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많이 얻었다. 가족과 보낸 시간은 특별했다. 겨우 1년 8개월이 된 제 딸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다"라며 "축구로 인해 딸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놓쳤다는 걸 깨달았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더라. 이제는 과거가 되었고,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득점 후 세리머니하는 벤탄쿠르. /AFPBBNews=뉴스1득점 후 세리머니하는 벤탄쿠르. /AFPBBNews=뉴스1
복귀 직후에도 운이 없었다. 상대 선수의 살인 태클에 쓰러졌다. 벤탄쿠르는 지난해 11월 빌라와 경기에서 매티 캐시(27·빌라)와 강하게 충돌한 뒤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결국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벤탄쿠르를 전반 32분 만에 빼줬다. 부상에서 회복한 뒤 단 4경기 만에 다시 공식 경기 명단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벤탄쿠르는 "네 개의 인대에 모두 손상이 있었다더라"라고 설명했다.

발목에 문제가 생겼던 벤탄쿠르는 약 두 달간 휴식 뒤 토트넘 경기에 돌아왔다. 이미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서 비수마와 사르가 확고한 주전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벤탄쿠르는 종종 교체투입 되며 경기 감각을 끌어 올렸다. 경기력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AFC본머스전부터 선발로 나선 벤탄쿠르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동점골을 터트리기도 했다.

벤탄쿠르의 뛰어난 실력은 영국 현지에서도 수차례 조명한 바 있다. 특히 부상 빈도가 적었던 2021~2022시즌이 전성기였다. 중앙 미드필더에게 다양한 역할을 요구하는 명장의 극찬도 받았다. 콘테 감독은 벤탄쿠르 영입 초기 '풋볼 런던'을 통해 "벤탄쿠르, 클루셉스키와 함께해 행복하다. 훌륭한 태도를 지닌 선수들이다. 토트넘에 완전히 적응하도록 돕고 싶다"라고 말한 바 있다.

맨유전 득점 후 두 팔을 벌리며 환호하는 벤탄쿠르. /AFPBBNews=뉴스1맨유전 득점 후 두 팔을 벌리며 환호하는 벤탄쿠르.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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