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초콜릿 사려 대출 받아"…폭등한 카카오, 구리보다 비싸졌다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4.03.2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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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서만 130% 상승, 톤당 9000달러 돌파
영국에선 부활절 달걀 초콜릿 가격 50% 급상승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초콜릿 주원료인 코코아 가격이 폭등세를 이어가면서 사상 처음으로 톤당 9000달러(약 1200만원)를 돌파했다. 이달에만 50% 가까이 올랐고 올해 들어선 두 배 넘게 뛰었다. 초콜릿 가격 상승도 불가피하단 전망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품거래소 코코아 선물 가격은 이날 하루에만 700달러 넘게 오르면서 톤당 9649달러에 마감했다.



세계 2대 공급국인 가나에서 카카오빈 작황 부진으로 농민에 대한 추가 대출이 어려울 수 있단 소식이 나온 영향이다. 코코아 공급이 더 줄어들 것이란 우려에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이미 코코아 가격은 세계 최대 산지인 서아프리카에서 악천후와 카카오나무 질병 등에 따른 생산 감소로 이달 들어서만 50% 가까이 뛴 상태다. 올해 상승률은 130%에 달한다.

가파른 랠리에 톤당 1만달러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블룸버그는 "코코아가 산업용 구리보다 비싸졌다"며 "이 가격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코코아 가격 고공행진을 비트코인 랠리와 비교했다. 지난 1년 동안 코코아 가격은 3배 넘게 뛰었다며 같은 기간 비트코인 상승률을 능가한단 설명이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코코아 선물 가격이 랠리를 펼치면서 톤당 1만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사진=블룸버그뉴욕상품거래소에서 코코아 선물 가격이 랠리를 펼치면서 톤당 1만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사진=블룸버그
코코아 가격 급등은 초콜릿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부활절을 기념해 초콜릿을 주고받는 전통이 있는 나라에선 코코아 가격 급등 여파를 확연히 느끼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일부 상점에서 부활절 초콜릿 구입을 위해 할부나 대출을 제공할 정도다. 또 소비자 리서치회사 NIQ에 따르면 미국에선 올해 부활절 초콜릿 달걀의 평균 단가가 지난해에 비해 12%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영국에선 인기 있는 부활절 초콜릿 달걀 가격이 최대 50% 치솟은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부활절 초콜릿을 만드는 데 사용된 카카오는 지난해 4분기 이전에 구매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실상 초콜릿 가격 상승은 이제 시작일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이달 앞서 스위스 초콜릿 제조업체 린트는 원료 가격 급등을 이유로 올해와 내년 가격 인상을 예고하기도 했다. 일부 제조사는 초콜릿 제품의 사이즈를 줄이거나 초콜릿에 다른 재료를 넣는 것으로 소비자 가격 인상을 피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J게인스컨설팅의 주디 게인스 대표는 "일부 기업의 경우 향후 6개월 초콜릿 생산을 위한 원료를 이미 저렴하게 확보했을 수 있지만 향후 급격한 가격 인상에 나서기 부담스러운 만큼 미리 점진적으로 가격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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