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특허 세계 1위 중국, 미국도 가뿐히 제쳤는데...'혁신지수' 왜 낮을까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4.03.27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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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PO 집계 지난해 국제특허 7만건으로 1위..혁신 순위는 대부분 20위권

[상하이=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9일(현지시각) 상하이 과학기술 혁신 전시장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상하이를 방문한 시 주석은 상하이 선물거래소, 정부 보조 임대주택 공동체 등을 시찰했다. 2023.11.30. /사진=민경찬[상하이=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9일(현지시각) 상하이 과학기술 혁신 전시장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상하이를 방문한 시 주석은 상하이 선물거래소, 정부 보조 임대주택 공동체 등을 시찰했다. 2023.11.30. /사진=민경찬


중국이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특허 출원 건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과 특허 건수 격차도 크게 벌어졌다. 그럼에도 아직 국가적 혁신성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왜곡된 보조금과 정부의 잦은 시장개입 등 국제적 기준에서 혁신국가로 인정받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들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중국 현지언론들은 WIPO(세계지적재산기구) 발표 수치를 인용해 중국이 지난해 6만9610건의 특허를 출원, 미국(5만5678건)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 2022년에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출원했다.



출원 건수가 워낙 많다보니 미국 내에서도 긴장감이 읽힌다. 로버트 앳킨슨 미국 ITIF(정보기술혁신재단) 회장은 "늘어나는 중국의 특허 출원 건수가 기술역량을 반영한다는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이를 외면한다면 미국은 머리만 숨긴 타조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쟁상대가 없는 무더기 특허 출원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혁신적인 국가로 인정받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WIPO가 지난해 80개 항목을 바탕으로 평가한 국가혁신지수에서 중국은 조사대상 132개국 중 12위에 그쳤다. 특허 건수가 중국보다 훨씬 적은 스위스가 1위, 스웨덴과 미국이 2~3위에 올랐다. 한국은 10위였다.



미국상공회의소가 내놓는 지적재산지수도 50개 지표 중 특허출원에 가장 많은 가중치를 두지만 역시 지난해 기준 중국은 24위에 그친다. 미국이 1위다. 블룸버그 혁신지수 역시 특허를 비중있게 보지만 지난해 기준 중국은 22위다. 미국은 6위였다.

압도적 특허 건수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왜 국가적 혁신성을 인정받지 못할까. 전문가들은 시장을 왜곡시키는 중국의 보조금 정책, 시장에 대한 정부의 지나치게 미세한 관리와 적극적인 개입, 과도한 보안의식 등을 문제로 꼽는다. 시장의 자유도가 낮은 가운데 정상적인 시장 구조가 작동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거다. 정부주도 혁신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혁신 전망이 어둡다.

캐롤라인 와그너 오하이오주립대 부교수는 "중국 정부의 정책은 민간기업의 바로 근처에 군대가 있다고 느끼게 한다"며 "많은 해외의 잠재적 협력자들은 이 구도에 대해 겁을 먹게 된다"고 말했다.


겉으로 보이는 특허 건수가 실제 중국의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의 특허는 그간 수량에만 초점을 맞추고 특허 출원자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비판을 받아 왔다"며 "표절 논문을 제거하고 일정 수준 이하의 특허 출원을 줄이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기술적 혁신으로 이어지는 투자 규모는 특허 건수에 비해 상당히 적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R&D(연구개발) 비용 지출은 총 8060억달러로 중국의 668억달러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많았다.

미국 로펌 모리스앤푸어스터 제임스 풀리 파트너변호사는 중국 언론에 "중국이 2018년까지 10여년 간 AI기술에 대해 미국보다 약 2.5배 많은 특허를 출원했다"며 "하지만 이는 미국이 AI혁신에서 중국보다 뒤처져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혁신 노력이 일정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UC버클리 아시아IP(지적재산권)프로젝트 책임자 마크 코헨은 "중국의 특허 출원이나 논문이 해외서 평가절하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준이 개선되고 있다"며 "가치사슬을 따라 올라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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