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야 산다" 몸부림…석유화학 사업재편 가속화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이세연 기자 2024.03.27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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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사업 추진 현황/그래픽=이지혜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사업 추진 현황/그래픽=이지혜


석유화학 업계가 사업구조 재편에 박차를 가한다. '현상유지'만으로는 사업의 지속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훈기 롯데케미칼 사장 및 화학군 총괄대표는 26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주주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재무 건전성을 바탕으로 수소 에너지, 전지 소재 사업 등 미래 신성장 동력을 육성할 것"이라며 "범용 석유화학 비중을 절반 이하로 과감하게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스페셜티 및 그린 사업 비중을 전체의 60%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 계획을 힘있게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에 대한 목표를 지난해보다 조금 더 공격적으로 설정을 해서, 철저히 실행에 옮길 것"이라며 "기존 사업 쪽은 투자 계획을 줄이려는 노력들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체질 개선을 위해 여러가지 전략적 옵션들을 검토하고 있다. 이 대표는 현지 사정으로 계약이 무산됐던 파키스탄 소재 자회사(LCPL)를 두고 "올해 매각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말레이시아 롯데케미칼타이탄(LC타이탄) 매각설'에 대해서는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도 사업구조 재편을 강조했다. 신 부회장은 전날 주주총회 직후 석유화학 경쟁력 제고 방안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매각은 적당한 표현이 아닌 것 같다"라면서도 "원료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합작법인(JV) 등 전략적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그동안 LG화학이 석유화학 사업의 물적 분할을 단행한 후 해외자본과 JV를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돼 왔는데, 이런 시나리오에 힘이 실리는 메시지다. 여수 NCC 2공장 등을 무리하게 매각하기보다, 석유화학 사업 전체를 보다 효율적으로 재구성한다는 전략에 가깝다.



'원료 경쟁력 확보'를 거론한 것을 고려할 때 중동 쪽 자본, 혹은 정유사 등과의 파트너십 구축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이들이 대거 보유한 원유와 납사를 LG화학이 활용해 각종 스페셜티 제품을 생산한다면 '윈-윈' 사업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실제 쿠웨이트국영석유공사(KPC) 등이 이런 구상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라는 석화 업계의 '거인'들이 변신에 나선 것은 기존 사업 상당수가 한계사업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중국발 과잉공급에 글로벌 경기 불황에 따른 수요 감소가 겹쳤다. 이런 영향으로 지난해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은 143억원의 적자를 시현했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7626억원), 2023년(-3332억원) 연속 적자를 보였다. 올해 전망도 불투명하다.

범용 사업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 신사업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밖에 없다. 신학철 부회장은 3대 신성장 동력(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 혁신신약) 투자 계획에 변동이 없다고 밝히면서 "현재 투자의 70% 이상이 3대 신성장 동력에 집중될 정도로 꾸준히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청정 암모니아 사업 추진을 위해 '수소 및 수소화합물 등의 제조, 판매 및 관련 용역의 제공 등 부대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특히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분리막·전해액·양극박·음극박에 힘을 준다. 이훈기 대표는 "글로벌 사업 역량을 계속 확충하고, 투자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훈기 롯데케미칼 사장이 지난 2일 롯데케미칼 의왕사업장 ‘A VIEW(에이뷰)’ 쇼룸에서 친환경 스페셜티 소재를 둘러보고 있다./사진제공=롯데케미칼이훈기 롯데케미칼 사장이 지난 2일 롯데케미칼 의왕사업장 ‘A VIEW(에이뷰)’ 쇼룸에서 친환경 스페셜티 소재를 둘러보고 있다./사진제공=롯데케미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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