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현장에서 100여명의 대피를 도와 인명 피해를 줄인 한 10대 소년이 화제의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소년 영웅 이슬람 할릴로프(15)가 러시아 프로축구 구단이 선물로 준 유니폼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스파르타크 모스크바 구단 텔레그램
24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등 외신과 가제타.루 등 러시아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테러 당시 공연장 외투 보관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올해 15세인 이슬람 할릴로프가 러시아에서 영웅으로 떠올랐다.
테러 당시 외투 보관소에 있었던 할릴로프는 갑자기 들리는 폭음 소리에 처음에는 에스컬레이터가 고장 났거나 술에 취한 사람이 난동을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겁에 질린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본 뒤 그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공연장을 찾았던 사람들은 당황한 나머지 표지판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막다른 길이나 다름 없는 화장실 쪽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공연장 아르바이트생이었던 할릴로프는 건물 내부구조와 출입구 위치를 잘 알고 있었다.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고객을 어떻게 대피시키는 지도 사전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사건 당시 할릴로프가 뛰어가며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영상 속에서 그는 "저쪽으로, 저쪽으로, 모두 저쪽으로 가세요", "그들이 총을 쏘고 있어요. 지나가게 해주세요"라고 외치며 사람들의 대피를 도왔다. 그는 부모님에게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리려고 이 영상을 찍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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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릴로프는 "테러범 중 한 명을 직접 봤는데 수염을 기른 채 녹색 작업복을 입고 자동소총을 들고 돌아다녔다"며 "솔직히 너무 무서워서 곧바로 도망치고 싶었지만 사람들 뒤로 가서 아무도 남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마지막에 탈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충격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않았다면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아찔하다"며 "내가 영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구단 1군 선수들과 기념 촬영을 하는 할릴로프/사진=스파르타크 모스크바 구단 텔레그램
러시아 래퍼 모르겐시테른은 그에게 100만루블(약 1400만원)을 전달했다. 러시아 무슬림 지도자인 무프티 셰이크 라빌 가누트딘은 그에게 '최고 무슬림상'을 수여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연방 조사위원회 역시 그의 활약을 인정하고 공로상을 수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