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롯·기'를 주목해야 한다

스타뉴스 박정욱 기자 2024.03.2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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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공식 개막전인 LG-한화전이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만원 관중이 열띤 응원을 펼치며 관전하고 있다. / 잠실=김진경 기자'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공식 개막전인 LG-한화전이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만원 관중이 열띤 응원을 펼치며 관전하고 있다. / 잠실=김진경 기자


'엘롯기'라는 단어는 한국프로야구 KBO리그에서 아픈 손가락과도 같았다.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의 이야기다. 세 팀은 LG의 전신 MBC 청룡과 KIA의 전신 해태 타이거즈 시절까지 포함해 원년인 1982년부터 KBO리그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빅마켓' 전국구 인기 구단들이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으로 팬들을 눈물짓게 하는 때가 많은 팀들이기도 했다.

닮은꼴 행보로 '엘롯기 동맹'이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2000년대 들어 롯데가 1999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뒤로 하고 2001년부터 2004년까지 4년 연속 꼴찌를 도맡으며 성적 하락의 길을 걷고, 2005년부터 2008년까지 KIA와 LG가 한 해씩 건너뛰며 최하위 성적표를 주고 받았을 때 만들어진 말이다.



그런데 뜨거운 열기 속에 3월 23일 새 시즌을 개막한 2024년에는 '엘롯기'가 아니라 '한롯기'를 주목해야 한다. LG 대신 한화 이글스다. 희망에 찬 긍정적인 의미에서다. '한롯기'는 지난해 하위권에 떨어졌던 팀 성적을 2024시즌에는 한껏 끌어올려 '가을 야구'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잔뜩 키워주고 있다.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개막전에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 /사진=김진경 기자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개막전에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 /사진=김진경 기자
# LG와 다른 '한롯기'의 최근 5년 행보



LG는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한국시리즈에서 KT 위즈를 물리치고 1990·1994년 이후 29년 만에 챔피언의 자리에 다시 올랐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정규시즌에서 4-5-4-2-1위로 상승곡선을 그리며 '엘롯기 동맹'에서 완전히 이탈해 강팀으로 면모를 다지고 있다.

반면 '한롯기'는 LG가 상승세로 돌아선 같은 기간 동안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한화는 9-10-10-10-9위로 바닥을 헤맸고, 롯데도 10-7-8-8-7위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KIA는 7-6-9-5-6위로, 2022년에만 5위에 올라 겨우 한 차례 가을야구에 참가했다.

KIA와 롯데는 지난해 전반기에만 해도 상위권에서 순위 경쟁을 펼쳤지만, 올스타전 휴식기 이후 후반기 들어 부상 등 악재를 이겨내지 못하고 하위권으로 떨어져 각각 6,7위로 시즌을 마쳤다. 한화는 2018년 3위로 잠깐 반등해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2019년부터 다시 하위권으로 떨어져 깊은 어둠에 빠져들었다. LG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2024년은 전혀 다른 분위기에서 출발한다. 세 팀은 '달라졌다'는 공통분모를 안고 있다.


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이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기자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이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기자
# 한화, 올해는 확실히 다르다

한화부터 보자. 한화는 무엇보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7)이 12년 만에 돌아왔다. 한화가 몇 년새 공 들인 '팀 리빌딩'의 마침표를 찍는 '화룡점정'과도 같은 변화다.

류현진은 2006년 한화에 입단해 30경기에서 201⅔이닝을 던져 18승 6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23, 204탈삼진을 기록하며 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등 투수 주요 부문상을 휩쓸며 '트리플크라운'(3관왕)을 달성하고 사상 최초로 신인상과 최우수선수(MVP)을 한꺼번에 품에 안았다. 그는 2012년까지 한화에서 7시즌 동안 190경기에서 98승 5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0, 1238탈삼진을 기록하며 KBO리그를 평정한 뒤 미국 메이저리그(MLB)로 진출했다. LA 다저스~토론토 블루제이스를 거치며 왼쪽 어깨 관절와순 수술,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 등 역경을 이겨내고 지난해까지 11시즌 동안 통산 186경기 78승 48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27, 934탈삼진의 성적을 남겼다.

2019년에는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 163탈삼진으로 MLB 전체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2위에 올랐다.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단축시즌으로 치른 2020년에는 12경기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 72탈삼진으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팔꿈치 수술에서 돌아온 지난해 11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으로 준수한 성적을 거둔 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다시 얻었고 MLB 팀들의 입단 제의를 뿌리치고 한화와 8년 총액 170억원에 계약해 12년 만에 국내 무대로 복귀했다.

류현진은 올해 시범경기에서 두 차례 선발 등판해 9이닝을 던지며 예열을 마친 뒤 지난 23일 LG와 원정 시즌 개막전에 선발 등판했다. LG 리드오프 박해민이 경기 전 모자를 벗고 인사를 했고, 상대 더그아웃 선수들이 모두 나와 '왕의 귀환'을 예를 갖춰 반겼다.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공식 개막전인 LG-한화전이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선발 류현진이 작심하고 던진 공이 볼 판정을 받자 미소를 짓고 있다. / 잠실=김진경 기자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공식 개막전인 LG-한화전이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선발 류현진이 작심하고 던진 공이 볼 판정을 받자 미소를 짓고 있다. / 잠실=김진경 기자
그는 3⅔이닝 동안 86구를 던져 5실점(2자책)하며 일찍 물러났다. 수비 실책 탓에 많은 실점 뒤 조기 강판했다지만 탈삼진 없이 6안타 3볼넷을 내준 것은 결코 만족스럽지 못한 투구 내용이었다. 그러나 MLB에서 통하던 그의 제구와 경기 운영력 등에 대한 기대치는 여전하다. 그의 말대로 '예방주사'를 맡은 격이다. 전문가들은 류현진이 올해 두 자릿수 승수를 넘어 15승까지 수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12년 만의 복귀전에서 패전을 안은 뒤 "1회말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 많은 팬들이 이름과 응원의 함성을 외쳐주셔서 너무 기뻤고 감회가 새로웠다"며 "그동안 준비를 잘 해왔고 오늘 날씨도 좋았기 때문에 구속이나 컨디션은 괜찮았는데 다만 제구가 좋지 않았고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류현진 효과'는 성적뿐 아니라 구단 인기도를 드높이고 나아가 KBO리그 흥행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이미 만원 관중을 불러모은 시범경기와 지난 23일 시즌 개막전에서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한화는 새 시즌에 류현진 외에도 '플러스 요인'이 많다. 내야수 안치홍을 FA로 영입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까지 SSG 랜더스에서 뛰었던 '원클럽맨' 김강민과 이재원을 2차 드래프트와 자유계약선수로 합류시켜 베테랑 선수를 대거 보강했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되던 경험 부족을 크게 보완한 것이다. 투타 핵심으로 성장한 문동주와 노시환을 비롯해 투수 김서현과 야수 문현빈 최인호 임종찬 정은원 등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화 이글스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가 24일 LG 트윈스와 원정경기에서 홈런을 날리고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OSEN한화 이글스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가 24일 LG 트윈스와 원정경기에서 홈런을 날리고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OSEN
또 외국인선수도 눈에 띈다. 지난해에는 외국인 타자의 부진에 울었다. 하지만 올해 1년차 최고 연봉인 100만 달러에 새로 데려온 요나단 페라자는 벌써 큰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밝은 성격에 투지가 넘친다. '페요미'라는 별명을 벌써 얻었다. 그는 시범경기에서 타율 0.280(25타수 7안타) 2홈런 7타점으로 기대감을 끌어올린 뒤 지난 23~24일 LG와 개막 2연전에서 8타수 4안타(2홈런) 3타점 3득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4안타 가운데 3안타가 장타(2루타 1개, 홈런 2개)였다. 2차전에서는 LG의 국내투수 에이스 임찬규를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터뜨렸다. 한화는 페라자의 활약에 힘입어 8-4로 이겨, 1차전 2-8 패배를 설욕하고 원정 개막 2연전을 1승 1패로 마쳤다.

한화 이글스 투수 펠릭스 페냐가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OSEN한화 이글스 투수 펠릭스 페냐가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OSEN
검증된 두 외국인 투수도 건재하다. 지난해 11승(11패)을 거둔 펠릭스 페냐와 7승(8패)을 올린 리카르도 산체스가 류현진 문동주와 함께 강한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해 '판타스틱4'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민우 황준서 등 5선발 후보도 풍부하다. 장민재와 이태양이 불펜에 무게를 더하면서 롱릴리프·스윙맨으로 뛸 수 있다. 전문가들이 한화를 5강 후보에 당당히 올려놓는 이유다.

한화의 올해 슬로건은 '디퍼런트 어스(DIFFERENT US)'다. '달라진 우리' 한화가 새로운 모습으로 새 시즌을 힘차게 출발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이 23일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에 위치한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릴 SSG 랜더스와 2024 신한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개막전을 앞두고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OSEN김태형 롯데 감독이 23일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에 위치한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릴 SSG 랜더스와 2024 신한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개막전을 앞두고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OSEN
# 롯데, '우승청부사' 김태형 감독 체제로 새 출발

롯데는 '김태형 감독 체제'로 새로 출발했다. 롯데의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다. 롯데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두산 왕조'를 이끌었던 명장 김태형 감독을 새로 선임했다. 1984·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31년째 멈춰있는 챔피언 시계를 다시 돌리고 싶은 갈망을 풀어줄 '우승 청부사'로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두산에서 첫 지휘봉을 잡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2015·2016·2019년 세 차례 정상에 선 명승부사다. 잇따른 전력 누수 탓에 2022년 9위에 그치며 두산을 떠나 지난해 야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10월 롯데와 3년 총액 24억원에 계약해 현장으로 돌아왔다. 김 감독은 지난 22일 정규시즌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3년 안에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큰 폭의 전력 보강은 없었다. 프랜차이즈스타 전준우와 FA 재계약을 했지만, 내야수 안치홍은 한화로 떠나보냈다. 2차 드래프트에서 오선진, 트레이트를 통해 김민성 등 베테랑 내야수를 영입해 안치홍의 공백을 메웠다. 두 베테랑 선수는 23일 인천 SSG와 개막전에 나란히 선발 출장했다. 김민성은 마수걸이 홈런포도 쏘아올렸다.

롯데 불펜은 시범경기에서 무실점 행진을 한 구승민 김도규 김진욱 최준용과 김상수 김원중으로 짜여진다. 박진형과 신인 전미르의 활용도도 높다. 또 베테랑 왼손 불펜투수 진해수도 영입했다.

롯데 한동희(왼쪽)가 10일 사직 SSG전에서 5회 말 스윙 도중 옆구리에 통증을 느끼고 경기에서 빠지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롯데 한동희(왼쪽)가 10일 사직 SSG전에서 5회 말 스윙 도중 옆구리에 통증을 느끼고 경기에서 빠지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불안 요소도 안고 있다. 주전 3루수이면서 타선의 중심을 이뤄야하는 한동희가 지난 10일 SSG 랜더스와 시범경기에서 옆구리를 다쳤고 근육 부분 파열로 당분간 뛰지 못한다. 김민성과 박승욱이 2-3루를 오가고 오선진이 백업 내야수로 나서는 구도를 이루게 된다.

새 외국인타자 빅터 레이예스는 개막 2연전에서 홈런 한 개를 포함해 타율 0.400(10타수 4안타)을 기록하며 활약을 예고했지만, 두 외국인투수는 아직 새 사령탑에게 강한 신뢰를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애런 윌커슨은 지난 23일 SSG와 개막전에서 제1선발로 나섰지만 5이닝 6안타(2홈런) 2사사구 8탈삼진 4실점하며 패전을 안았다. 지난 17일 한화와 시범경기에서도 4이닝 10안타 2사사구 4탈삼진 7실점(6자책)으로 부진했었다. 지난해 13경기에서 7승 2패 평균자책점 2.26을 기록했던 빼어난 구위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2022년부터 롯데에서 뛴 좌완투수 찰리 반즈는 윌커슨-박세웅에 이어 3선발의 임무를 받고 새 시즌을 맞았다. 2022년 12승(12패), 2023년 11승(10패)으로 두 시즌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챙기며 '에이스' 역할을 했지만 올해 위상은 조금 뒤처진 상태에서 시작한다. 자녀 출산 등 육아문제로 올해 2월 괌-오키나와로 이어진 스프링캠프에 참여하지 않고 미국에서 개인 훈련을 하다가 지난 2월 29일 입국해 2군 구장인 김해상동구장에서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했다. 제 컨디션을 찾기에는 아직 시간이 부족하다. 지난 14일 삼성과 시범경기에 한 차례 등판해 4이닝 2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해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정규시즌에서도 홀로 준비한 것들을 잘 증명해 나가야한다. 제4선발 나균안이 개인사로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도 불안 요소다. 롯데는 SSG와 개막 2연전을 2연패로 출발했다.


KIA 이범호 감독이 22일 서울 롯데호텔 크리스털 볼룸에서 열린 2024 신한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미디어데이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OSENKIA 이범호 감독이 22일 서울 롯데호텔 크리스털 볼룸에서 열린 2024 신한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미디어데이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OSEN
# KIA, 첫 80년대생 초보감독이 "우승"을 외치다

KIA는 LG, KT와 함께 우승 후보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최형우 김선빈 등 주축 타자들의 잇따른 부상으로 제 전력을 갖추지 못해 하위권으로 떨어지면서도 팀 타율 2위(0.276), 홈런 2위(101개)의 폭발적인 타선을 과시했다. 그 타선이 부상 선수의 복귀로 더욱 강해졌다. 양현종을 중심으로 새 외국인 투수(윌 크로우, 제임스 네일)를 영입해 마운드의 높이도 더욱 높였다. 지난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을 통해 인정받은 최지민 정해영 이의리 윤영철 등 젊은 투수들의 성장세도 뚜렷하다.

KIA는 새 시즌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감독 교체라는 뜻밖의 변수를 만났지만 빠르게 상처를 치유하고 건강한 모습을 되찾았다. 스프링캠프에 참여해있던 이범호 타격코치가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돼 어수선한 선수단 분위기를 수습하고 새롭게 출발했다.

이범호 신임 감독은 KBO리그 최초의 1980년대생 사령탑으로 가장 어린 감독이지만 "우승"을 외치며 강한 도전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롯데 김태형 감독이 "3년 안에 우승"을 공약한 뒤 이숭용 SSG 신임 감독은 "계약 기간이 2년이기에 3년에서 1년 줄여서 2년 안에 (우승)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말하자, 초보 사령탑인 이범호 감독은 "올 시즌에 하도록 하겠다"고 담대한 우승 목표를 밝혔다. 초보 사령탑의 당찬 포부였다.

KIA 나성범이 17일 광주 KT와 시범경기에서 타격을 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KIA 나성범이 17일 광주 KT와 시범경기에서 타격을 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KIA는 안팎에서 한 단계 올라선 우승 후보 전력으로 예상되지만, 불안 요소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시작 개막을 불과 5일 앞둔 지난 18일 중심타자이자 주장인 나성범이 병원 검진 결과, 오른쪽 허벅지 근육 부분 손상 진단을 받아 당분간 결장을 피할 수 없다. 그는 지난 17일 KT와 시범경기에서 3회말 주루 도중 오른쪽 허벅지에 불편을 느꼈다. 지난해 9월 일찍 시즌을 끝낼 당시에 다쳤던 부위라서 우려를 자아낸다. 나성범은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 감독은 "우승"을 외쳤다. 강한 자신감이다.

KIA는 지난 23일 키움 히어로즈와 홈 개막전에서 7-5로 이겨 이범호 감독에게 데뷔전에서 곧바로 승리를 안겼다. 제1선발로 나선 크로우는 5⅔이닝 6안타(1홈런) 5탈삼진 5실점(4자책)하며 첫 승을 안았다. 이우성이 5타수 2안타를 쳐내 나성범의 공백을 지워냈다. 개막전에 출장하지 않았지만, 고종욱 이창진 김호령 등 외야 백업 요원들이 잘 갖춰져고, 내야에서도 새로 영입한 베테랑 서건창을 비롯해 황대인 윤도현 최원준 등 가용 자원이 풍부하다. KIA는 상위권 팀으로 분류될 만한 많은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마무리 후보 오승환(왼쪽)과 김재윤. /사진=삼성 라이온즈삼성 라이온즈 마무리 후보 오승환(왼쪽)과 김재윤. /사진=삼성 라이온즈
# 삼성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도약을 노리는 팀에서 삼성 라이온즈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은 마무리투수 경력자들인 김재윤과 임창민을 한꺼번에 FA 영입해 불펜을 한층 강화했다. 지난해 수 많았던 역전패의 악몽을 지워버리기에 충분한 전력 보강이다.

삼성은 23~24일 우승 후보 KT와 2연전을 모두 쓸어담고 2연승하며 새 시즌 도약을 예고했다. 6-2로 역전승한 1차전에서 선발투수 코너 시볼드의 6이닝 4안타 8탈삼진 2실점(1실점) 호투에 이어 7회부터 임창민 김재윤이 1이닝씩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았고, 오승환은 2-2로 맞선 9회 등판해 2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역투를 펼친 것뿐 아니라 연장 10회초 대거 4득점한 타선의 지원 속에 시즌 첫 승까지 챙겼다. 오승환은 2차전에서도 11-1로 크게 앞서다가 7실점하며 11-8까지 추격당한 9회말 2사 2루 위기에서 다시 구원 등판해 KT 황재균을 우익수 뜬공을 처리하고 시즌 첫 세이브도 추가했다. 또 1차전에서 호투한 코너에 이어 2차전에 선발 등판한 데니 레예스도 6이닝 6안타 2탈삼진 1실점으로 잘 던졌다. 두 외국인투수가 모두 제 몫을 한 것도 고무적이다.

이틀 연속 18안타를 몰아친 삼성 타선은 시즌 첫 출발을 화끈하게 불태웠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영입한 전병우가 7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으로 새 바람을 불어넣었고, 새 외국인타자 데이비드 맥키넌이 10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으로 예열을 마쳤다.

지난해 하위권에서 맴돌던 팀들이 대반격에 나선 2024시즌이다. 그래서 더욱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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