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디지털헬스, 민간이 주도해야…기업·대학·병원 참여가 중요"

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2024.03.2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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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디지털헬스 산업 육성은 민간주도형으로…의사와 AI, 상호보완적 관계"

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서울대 의대 지역의료혁신센터장·한국원격의료학회장)가 서울대 연건캠퍼스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서울대학교 의과대학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서울대 의대 지역의료혁신센터장·한국원격의료학회장)가 서울대 연건캠퍼스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디지털헬스 산업은 민간이 주도해야 합니다. 정부가 앞장서서 혁신특구나 첨단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은 비효율적이고 행정 편의적인 과거형 모델이에요. 민간 기업과 대학, 병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해야죠."

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26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디지털헬스 산업 육성 방안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디지털헬스 산업을 육성해야 한단 목소리가 커지는 지금, 중앙 정부 중심에서 벗어나 기업·대학·병원의 '민간주도형'으로 새 판을 짜야 한단 조언이다. 한국원격의료학회장과 서울대 의대 지역의료혁신센터장을 맡고있는 강 교수는 디지털헬스 분야 전문가다. 그는 "기업이 독창적이고 경쟁력 있는 제품·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제대로 지원해야 한다"며 "정부는 디지털헬스 국정과제 수행 상황을 제대로 모니터링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에 디지털헬스를 포함하며 관심을 표명했다. 실제 정부는 첨단바이오 집적단지 '한국판 보스턴 클러스터' 및 지자체별 특구 조성 등 계획을 내놓으며 디지털헬스 육성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강 교수는 이 같은 '주도적인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는 "정부 중심 방안은 실질적으로 디지털헬스 산업에 도움이 된다기보다 실적 위주의 과시형 방식"이라며 "민간 기업과 대학, 중요한 테스트베드(새로운 기술·제품·서비스의 성능을 시험하는 설비)인 병원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성공적인 민간주도형 모델의 사례로 화순전남대병원(이하 '화순병원')을 꼽는다. 암 전문 병원으로 20년간 자리를 지킨 화순병원은 전남지역 암 환자 60%가 오가는 지역의료의 중심이 됐다. 바이오벤처에 임상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카카오헬스케어·씨어스테크놀로지 비상장 등 민간기업과 스마트 의료 서비스를 협력하며 지역의료 혁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화순병원을 중심으로 기업이 모여든 화순은 국내 '바이오 메디컬 클러스터' 대표 지역 중 한 곳이 됐다. 강 교수는 "지역의료가 살아나면서 녹십자 (111,900원 ▲500 +0.45%) 화순공장이 들어섰고 민간기업과 협력도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다"며 "화순병원 의료인력이 자체적으로 일군 성과"라고 말했다.



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서울대 의대 지역의료혁신센터장·한국원격의료학회장)가 서울대 연건캠퍼스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서울대학교 의과대학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서울대 의대 지역의료혁신센터장·한국원격의료학회장)가 서울대 연건캠퍼스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최근 'AI(인공지능) 신약'이 주목받는 가운데 강 교수는 의사와 AI는 상호보완적 관계라고 표현했다. 최근 의료현장에선 루닛 (50,900원 ▼2,000 -3.78%)·뷰노 (27,250원 ▼550 -1.98%)·아이넥스코퍼레이션 등이 개발한 AI 의료기기가 의사결정지원시스템(DDS) 개념의 보조 솔루션으로 사용되고 있다. 강 교수는 "AI 솔루션은 의사 간 숙련도 차이에서 오는 문제를 개선해 의료(기술) 표준화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며 "향후 신약 후보물질 개발 과정에서도 효율성을 상당히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첨단바이오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관계부처를 정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행 제도상 바이오벤처가 허가를 받으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한국보건의료연구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건강보험공단 등을 오가며 긴 절차를 밟아야 한다. 단계별 과정이 관계부처별로 분산돼 있어서다. 강 교수는 "지역·필수의료를 담당하는 보건부를 독립하고 보건산업청을 신설해 관련 제도를 뒷받침해야 한다. 허가 과정이 길고 복잡한 만큼 이를 개선할 원스톱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총리실에 이러한 부처를 아우를 수 있는 국가 보건산업진흥위원회 등 행정 조직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인력 수급이다. 현장에선 고질적인 문제로 인력 부족을 꼽는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의사과학자는 약 1300명으로 전체 의사 수의 1.2% 수준이다. 연간 배출되는 의사과학자 수도 약 30명에 불과하다. 강 교수는 "의대 증원 인원 중 일부를 의사과학자·디지털헬스 전문가로 양성해야 한다"며 "서울대는 첨단융합학부에 디지털헬스케어 전공 과정을 신설해 2025학년도 정원 40명을 모집할 계획이다. 지역거점대학에도 공대·의대·약대·데이터과학대 융합 전공을 만들고 의사과학자를 대거 양성해 디지털헬스 산업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정부 국정과제에 디지털헬스가 포함됐지만 유의미한 성과는 부족하단 점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국정과제에 디지털헬스와 의사과학자 양성이 포함된 건 대단한 일"이라며 "산업을 제대로 촉진하려면 의사과학자 양성 등 정부가 약속한 국정과제 수행 상황을 제대로 모니터링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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