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세계 뒤흔든 '럼피스킨' 한국서는 꼬리내린 이유

머니투데이 세종=정혁수 기자 2024.03.27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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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훈 농식품부 차관(맨 오른쪽)이 26일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한 민간 방역업체(이동식 랜더링 처리업체)를 찾아 백신접종 등 방역추진 상황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농식품부한훈 농식품부 차관(맨 오른쪽)이 26일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한 민간 방역업체(이동식 랜더링 처리업체)를 찾아 백신접종 등 방역추진 상황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전 세계를 떠돌던 악성 가축질병 '럼피스킨'이 한국 땅을 밟은 건 지난 해 10월 무렵이다. 충남 서산 한우농장에서 발생한 럼피스킨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돼지)과 달리 주로 소에서 발생하는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국내에서 발생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바이러스 질병인 럼피스킨에 감염되면 소 피부·점막에 수 많은 결정이 생기는 가 하면 여러 부작용(우유생산 급감·가죽 손상·유산 및 불임 등)이 뒤따라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온다.

럼피스킨은 다른 대륙에선 이미 '악명'이 대단했다. 아프리카에서만 발생하던 럼피스킨은 2012년 이스라엘 등 중동지역으로 확산된 뒤 2016년 발칸반도(불가리아, 세르비아 등)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급기야 2019년 중국을 시작으로 네팔, 베트남, 대만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럼피스킨이 발생하면서 수 백만 마리의 소가 살처분 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한반도에서 럼피스킨이 발생했다고 하자 주변 국가는 물론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등 글로벌 기구에서 우려의 시선을 감추지 못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하지만 방역당국이 신속한 전국 백신접종과 함께 소 농장의 생축 반입·반출 금지, 매개곤충 집중방제 등 과감한 방역에 나서면서 '럼피스킨 사태'는 발생 1달여 만에 종적을 감추었다.

수 백만 마리의 소가 살처분 된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발생 107건, 살처분 두수 6455마리에 그쳤다. 완벽한 'K-방역'의 승리였다.



권재한 농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은 "지난 해 국내 첫 발생한 럼피스킨을 큰 피해없이 안정화 할 수 있었던 건 관계기관, 지자체, 축산농가 등이 합심해 노력했기 때문"이라며 "가축전염병은 언제, 어디서든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가축전염병 사전예방에 방점을 둔 가축전염병 중장기 방역 대책을 올해 안으로 마련하겠다"고 26일 밝혔다.

농식품부는 가축질병 '럼피스킨' 재발 방지를 위해 다음 달부터 과거 발생 시·군 등 고위험지역에서 사육중인 소 129만두에 대해 백신접종을 먼저 실시한다. 나머지 267만두는 오는 10월까지 접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모든 한·육우 및 젖소는 약 396만두(9만3000개 농가)에 달한다.
해외 럼피스킨(LSD) 발생 현황/그래픽=김현정해외 럼피스킨(LSD) 발생 현황/그래픽=김현정
백신접종 시기를 4월로 정한 이유는 이 때가 럼피스킨 전파 매개충인 침파리 등의 본격적인 활동 직전 시기이어서 예방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우선 사육규모가 50두 이상인 농가는 4월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자가접종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50두 미만인 소규모 농가와 고령 등의 이유로 자가접종이 어려운 농가에는 공수의 등으로 구성된 접종지원반(261개반 486명)을 편성해 접종을 지원키로 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럼피스킨이 발생한 농가가 대부분 서해안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항만 등을 통해 국내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입원료 운송차량 등에 대한 방역조치도 강화하기로 했다. 또 항만 인접 도로 등에 대해 방제를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항구 출입 축산 차량에 대해 소독을 강화한다.

이와 함께 해외 럼피스킨 발생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럼피스킨 발생과 관련한 긴급행동지침(SOP) 등 제도를 개선할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백신접종 과정에서 일부 제기되었던 유산, 유량 감소 등 접종 부작용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올바른 백신접종 요령 교육·홍보 △4월에 접종한 소의 부작용 보상기준을 기존 2주에서 4주로 연장 △아픈 소, 임신 말기 소에 대한 접종 유예 △백신 스트레스 완화제 지원 등 수요자 입장을 고려한 방역대책도 추진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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