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위기의 석화 "합작법인 검토 중"…핵심은 '원가경쟁력'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이세연 기자 2024.03.2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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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석유화학분야 영업손익, 한국과 중국의 에틸렌 생산량/그래픽=이지혜LG화학 석유화학분야 영업손익, 한국과 중국의 에틸렌 생산량/그래픽=이지혜


LG화학이 위기에 빠진 석유화학 사업을 살리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석유화학 사업을 분할하고, 중동 등 해외투자를 유치해 합작법인(JV)을 만드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 직후 석유화학 경쟁력 제고 방안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매각은 적당한 표현이 아닌 것 같다"며 "원료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JV 등 여러 다양한 전략적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중국의 과도한 설비 증설 때문에 업스트림 쪽의 경쟁력이 어려워진 건 사실"이라며 "매각은 아니고, 원료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해서 파트너십을 갖고 갈 수 있을지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 사업에 관심이 있는 곳과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투자를 받는 방법 등을 고심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LG화학이 석유화학 사업의 물적 분할을 단행한 후, 해외자본과 JV를 추진할 가능성을 거론해왔다. 신 부회장의 메시지는 이런 시나리오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수 NCC 2공장 등을 매각하기 보다 석유화학 사업 전체를 보다 효율적으로 재구성하겠다는 것이다.



신 부회장이 '원료 경쟁력 확보'를 거론한 점을 미뤄볼 때, 원유를 풍부하게 보유한 중동 쪽과의 파트너십 구축 가능성 역시 충분하다. 중동 쪽 자본이 대거 보유한 원유와 납사를 NCC에 투입해 값싼 에틸렌 등을 만들고, 이 에틸렌을 LG화학이 활용해 각종 스페셜티 제품을 생산한다면 '윈-윈' 사업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실제 쿠웨이트국영석유공사(KPC) 등이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석유화학 사업을 이대로 둘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범용 석유화학은 한계사업에 직면한지 오래다. 중국발 과잉공급에 글로벌 경기 불황에 따른 수요 감소가 겹쳤다. 지난해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이 143억원의 적자를 시현한 이유다. 신 부회장은 지난 2월 "한계사업을 점차 축소해 나가야 한다"며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함께,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계사업들의 매각 자체가 여의치 않았다. LG화학은 지난해부터 여수 NCC 2공장 등을 사실상 매물로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거금을 들여 NCC를 사봤자, 시장에서 팔 곳 자체가 부족한 영향이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글로벌 에틸렌 증설은 약 4500만톤에 달하는데, 수요 증가는 2600만톤에 불과했다.

석유화학 부문의 분할 및 JV 설립이 급부상한 이유다. 업스트림에 강점이 있는 중동 등 자본과, 다운스트림에 힘을 주고 있는 LG화학이 일종의 수직 밸류체인을 구축할 수 있는 방식이다. 석화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부문의 분할은 LG화학 입장에서 충분히 취할만한 수"라며 "원유를 가진 해외 자본 입장에서도 돈을 충분히 벌 수 있는 방식이기에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신 부회장은 3대 신성장 동력(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 혁신신약) 투자 계획에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투자의 70% 이상이 3대 신성장 동력에 집중될 정도로 꾸준히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며 "양극재의 경우 전지 수요가 조금 주춤한 측면이 있어서 조금 더 신중하게 보고 있지만, 결국 유럽에 공장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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