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블록체인을 통한 정치인 후원

머니투데이 소윤권 엔버스 대표 2024.03.26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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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윤권 엔버스 대표소윤권 엔버스 대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기간이 시작되기 직전이다. 4년마다 돌아오는 국회의원 선거는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이 자신을 대신해 정책을 결정하는 일꾼을 선출하는 즐거운 이벤트다. 이런 이벤트에 참여하는 후보자는 투명해야 하고 국민의 투표는 공정해야 한다. 주권자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정치인에 대한 후원과 선거운동 및 정치자금 조달에 블록체인 기술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고자 한다.

첫째, 나는 가상자산(암호화폐)의로 정치자금을 기부하고 싶다. 현재 국내법상 가상자산으로 정치자금을 모집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캘리포니아주를 포함한 12개 이상 주가 가상자산의 정치자금 기부를 제도화한 미국과 대비된다. 미국은 대부분 주가 KYC(Know Your Customer) 프로토콜을 활용해 정치자금을 기부한 이후 가상자산을 법정화폐로 전환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국내에서는 이광재 의원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가상자산으로 후원을 받고 기부영수증은 NFT로 발행하는 가상자산 후원금 모집방식을 시도한 이력이 있다. 가상자산이 화폐구조의 한 축을 형성해나가는 지금 우리나라도 어떤 형태로든 가상자산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있는 법·제도정비가 필요하다.



둘째, 나는 블록체인을 매개로 정치인 팬클럽에 가입하고 싶다. 김영삼 대통령의 민주산악회, 노무현 대통령의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장제원 의원의 여원산악회에 이르기까지 명칭에 상관없이 정치인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모임은 팬클럽으로서 존재해왔다. 팬클럽은 정치자금법상 후원금 모집을 위해 결성되는 후원회보다는 광의의 개념이다. 정치인은 그를 지지하는 국민들의 의지를 담아내는 그릇이요, 지지자 커뮤니티의 아이돌이다.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응원하는데 특화한 툴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예컨대 칠리즈 블록체인을 통해 발행된 토트넘홋스퍼의 팬토큰 '스퍼스'(SPURS) 보유자는 토큰 수만큼의 투표를 통해 구단이 제시하는 다양한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이러한 투표는 팬의 참여도를 높이고 응원하는 구단에 기쁘게 헌신하도록 유도한다. 팬토큰 에코시스템은 정치인 팬클럽에도 그대로 적용돼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을 후원하고 정치적인 의사결정에 참여함으로써 정치인의 당선과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셋째, 나는 블록체인 기반의 상향식 공천시스템 도입을 기대한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의 여야 후보자 공천과정에서 드러났듯이 기존 정치체제는 소수의 권력자가 의정활동의 방향을 결정하고 공천을 관리하는 하향식 권력구조를 보인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정당이라면? 투명성과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탈중앙화 속성은 상향식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여준다. 예컨대 어떤 당원이 민생안건을 발의한 경우 안건을 발의한 주체의 정보는 암호화 상태로 모든 당원에게 제안이 공유되고 그 제안에 대한 당원들의 평가가 이뤄지는 과정을 통해 최종 안건을 선정하는 상향식 입법활동이 진행될 수 있다. 더 나가 당원들의 정당활동 참여에 대한 보상으로 토큰이 부여되면 토큰보상 기록과 안건선정 기록들이 중요한 평가지표가 돼 공천에 반영될 수 있다. 양향자 의원이 블록체인 플랫폼정당 설립을 시도한 적이 있기에 이는 단순히 상상에 그치지 않는다.



정치인 후원단체를 구성하고 정치자금을 기부하기에 적합한 블록체인 서비스들이 등장했다. 우선 소셜액션 플랫폼 베이크(Vake)에선 정치인을 후원하는 단체를 조직하고 후원금 처리와 집행과정을 블록체인으로 관리할 수 있다. 위메이드가 만든 참여형 블록체인 커뮤니티 플랫폼 위퍼블릭(WEPUBLIC)에선 토큰을 매개로 커뮤니티의 조직과 활동을 기록하는 블록체인 장부를 제공하고 자금을 관리하는 툴을 제공하며 DAO의 조직과 운영까지 지원한다. 법·제도만 정비되지 않았을 뿐 정치인을 후원하기 위한 블록체인 기술은 준비된 상태다.

우리가 원하는 일꾼을 양성하고 그 일꾼이 우리의 의지를 대신해 열심히 일하는 미래를 그려본다. 깨끗한 정치, 내 삶이 달라지는 정치를 바라는 자발적인 후원자들의 뜻이 블록체인을 통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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