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만 해도 '드론 공짜' 테무 앱 깔았다가…"속았다" 삭제한 이유

머니투데이 하수민 기자 2024.03.2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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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테무/사진제공=테무


#20대 직장인 황모씨(27)는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쏟아지는 무료 사은품 광고에 이끌려 결국 중국 이커머스 '테무' 앱을 다운받았다. 회원가입을 마치자 룰렛 게임 화면이 등장했고, 게임에 참여하자 100% 할인 쿠폰, 100% 무료 사은품 이벤트 등에 당첨됐다. 하지만 당첨의 기쁨도 잠시 계속 이어지는 이벤트 유도 페이지에 피로감을 느낀 황씨는 속았다는 생각과 함께 앱을 삭제했다. 황씨는 "무료 상품을 고르는 데 시간제한을 걸거나 더 많은 혜택을 위해 계속 친구 가입을 유도하는 방식에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세상에 공짜가 없다더니 지인 정보와 사은품을 맞바꾸는 느낌이라 결국 아무것도 받지 않고 앱을 삭제해버렸다"고 말했다.

중국 직구 쇼핑 애플리케이션 '테무'가 한국에서 빠르게 가입자를 늘리고 있는 가운데, 신규 회원을 더 끌어모으기 위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크레딧과 드론, 사진인화기 등 무료 사은품을 제공하겠다는 광고를 송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혜택은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하거나, 친구 초대하기 등 이벤트를 참여할 경우 받을 수 있어 소비자 기만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억만장자처럼 쇼핑하기'라는 슬로건을 걸고 전 세계 49개국에 진출해있는 테무가 지난 한 해 동안 지출한 광고비는 약 17억 달러(한화 약 2조 2810억원)다. 막대한 광고 비용 투자를 단행한 테무는 대부분 국가에서 앱 다운로드 최상위권에 안착했다. 미국 내에서 테무 가입자는 5100만 명으로, 아마존을 위협하는 거대 이커머스로 성장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이같은 공격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테무는 한국 시장에서도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한국 시장에 진출한 테무는 앱 사용자가 580만명을 넘어섰다. 테무는 최근 국내 홍보대행사를 선정하는 등 시장 확장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다만 한국 법인 설립은 아직 논의되지 않고 있다.



100%할인 쿠폰이 적용된 두 제품과 57%할인된 가격의 키보드. 테무에서 키보드를 구매해야만 무료 사은품이 함께 주문 배송된다. /사진=테무 앱 갈무리 100%할인 쿠폰이 적용된 두 제품과 57%할인된 가격의 키보드. 테무에서 키보드를 구매해야만 무료 사은품이 함께 주문 배송된다. /사진=테무 앱 갈무리
테무가 특히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분야는 SNS 광고다. 인스타그램 스토리, 유튜브 영상 시청 중 테무 광고가 연달아 보이게 배치하는 등 높은 단가의 광고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테무의 과장·허위광고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실제로 테무 앱을 깔고 들어가 보면 '신규 사용자 선물'이라며 무료 사은품 7개를 고르라는 안내가 나온다. 제품 중 하나를 고르면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개인통관고유부호 등 개인정보를 입력하도록 한다. 이후 제품을 고르면 일부만 무료고 나머지 2~3개 제품에 대해선 금액을 지불해야 배송되는 구조다. 나머지 금액을 할인받기 위해서는 24시간 이내에 지인에게 초대 링크를 보내야 한다.

테무 앱 내 이벤트 안내 규칙을 보면 "페이지에 나열된 대로 리워드를 받으려면 최대 60명의 신규 사용자를 초대해야 한다" "기존 사용자는 하루에 한 번만 초대를 받을 수 있다" 등의 무료 이벤트 단서 조항이 달려있다.


테무 앱을 이용해 본 직장인 김모씨(34)도 "100% 할인 쿠폰을 받기 위해 코인 개수를 채워야 하는데 90% 채우는 데 노력 비용이 1이 들어간다면 5% 채우는 데 노력 비용 5, 마지막 1% 채우는데 노력 비용 100이 들어간다"며 "다단계처럼 다른 사람들을 계속 초대해야 하는데 오히려 테무 광고를 대신 해주는 대행 알바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테무는 이런 논란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테무 관계자는 "이벤트마다 규칙이 있고 성공에 따른 보상이 갖춰진 상태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테무 이벤트 목적은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을 즐겁게 게임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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