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대선 승리한다면…김정은과 곧바로 정치적 재도전"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4.03.2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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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청 전 브루킹스 석좌교수 홍콩 언론과 인터뷰…"양안 평화 키워드는 홍콩의 자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 30일 이뤄진 판문점 회동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사진=로이터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 30일 이뤄진 판문점 회동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사진=로이터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첫날인 27일 베트남 하노이 국제 미디어센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회담이 생중계 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제2차 북·미 정상회담 첫날인 27일 베트남 하노이 국제 미디어센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회담이 생중계 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재집권할 경우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 재차 관계개선에 나설 거라는 미중관계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홍콩에 안착한 리청(李成) 홍콩대 '현대 중국과 세계 센터' 교수는 25일 공개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이긴다면 북한 지도자와 (정치적) 재도전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 교수는 상하이 출신이다. 1985년 미국으로 가 프린스턴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헤리티지재단과 쌍벽을 이루는 세계 최고 싱크탱크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에서 17년간 근무하며 석좌교수 지위에 올랐다. 브루킹스 산하 존 손톤 중국센터의 첫 중국계 미국인 수장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 홍콩으로 이주, 홍콩대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 중국과 세계센터 창립 이사다.



그는 "중국이 대만 선거에 대해 어느정도 자제를 유지한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오히려 남중국해에서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선에서 이긴다면 북한 지도자와 다시 한 번 (정치적 교감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 이는 모든 사안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시아지역은 불확실성이 높은 상태"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이미 트럼프 당선을 염두에 두고 정치적 카드 확보에 돌입하는 분위기다. 북한은 전날인 24일 평양에서 75년 역사의 대남 통일전선 기구인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조국전선)을 해체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족속들은 통일의 상대가 아닌 불변의 주적이고 가장 적대적인 국가"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에 대해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북미 간 다시 대화채널이 열릴 경우를 대비해 예비동작에 들어갔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트럼프와 다시 만나기 전에 최대한 남북관계를 경색시키고, 이를 통해 대화 재개 이후 양보할 카드를 최대한 만들어두겠다는 포석이라는 거다.

리청 홍콩대 현대중국과 세계 센터 창립이사./사진=바이두 캡쳐리청 홍콩대 현대중국과 세계 센터 창립이사./사진=바이두 캡쳐
리 교수는 미중관계 최대 화약고인 양안관계에 있어서는 뜻밖에 홍콩이 가장 큰 변수가 될거라고 봤다. 그는 "대만 청년층은 중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갖고있지 않으며 중국과 통일을 원하지도 않지만, 전쟁에서 죽고싶은 마음도 없다"며 "이 청년층은 미국 선거가 어떻게 결론날지, 중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그런 점에서 홍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홍콩이 계속해서 엄격하게 통제된다면 중국 지도부는 대만 젊은이들의 지지를 얻을 방법이 없을 것"이라며 "반대로 홍콩이 더 개방되고 더 많은 자치와 자유를 누리게 된다면 중국은 (대만인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서서히 대만에 대해 더 많은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콩언론과의 인터뷰인 만큼 홍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서구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홍콩 위기론에 선을 긋고, 홍콩이 여전히 국제적 금융중심지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홍콩은 끝났다'는 말은 우스꽝스러운 말이며, 홍콩은 국제도시로서 앞으로 몇 년 동안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홍콩은 여전히 8만명의 미국인과 30만명의 캐나다인, 1만명의 인도인이 거주중인 가장 국제적인 도시"라며 "중국 정부도 홍콩을 대체할 선전(심천)이나 상하이(상해)에 대한 언급을 어느새 멈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홍콩은 세계 100대 대학 중 5개를 차지하고 있으며, 높은 교육의 질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 교수는 전반적 미중 관계에 대해서는 브루킹스연구소에서 펴낸 미중관계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아라며 "정상적 관계로 돌아가려면 빨라도 10~15년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9.11 테러(2001년) 미국의 최대 위협은 테러리스트 국가였고, 북한이나 이라크 등 소위 불량국은 두 번째, 중국과 러시아 등 수정주의 국가들은 세 번째였지만 20여년이 지난 후 미국은 중국을 가장 무서운 도전이자 심지어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드사이드 로이터=뉴스1) 정지윤 기자 = 15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파이롤리 에스테이트에서 걸어가고 있다. 2023.11.16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우드사이드 로이터=뉴스1) 정지윤 기자(우드사이드 로이터=뉴스1) 정지윤 기자 = 15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파이롤리 에스테이트에서 걸어가고 있다. 2023.11.16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우드사이드 로이터=뉴스1) 정지윤 기자
구조적 원인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그는 "첫째는 미국이 2차세계대전 이후 중국처럼 포괄적이고 전방위적인 라이벌에 직면한 적이 없다는 것, 둘째는 미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계층화와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것, 셋째는 중국이 지난 30년 동안 '중산층이 없는 나라'에서 '세계 최대 중산층 국가'로 부상했다는 점"이라며 "미국인들은 중국 중산층이 미국의 희생을 통해 형성됐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선후보가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미중관계는 한 차례 다시 격랑에 휩쓸릴 것이라고 봤다. 리 교수는 "트럼프가 고립주의자라는 점은 대만 문제에 있어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반중 정서가 공화당에서 훨씬 더 강하기 때문에 중국도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가 첫 번째 임기 동안 미중관계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어떤 팀을 가동할 것이냐에 따라 전망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마이클 폼페이오나 피터 나바로, 스티브 배넌, 스티븐 밀러 등 반중 성향으로 유명한 인물들을 기용할지, 아니면 덜 비판적이고 더 매력적인 팀을 가동할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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