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에 무장 괴한들이 총기를 난사해 최소 143명이 숨진 현장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크라스노고르스크 AFP=뉴스1)
이번 공격은 2004년 체첸 반군의 테러로 천여명의 인질 중 334명이 사망한 남부 베슬란 학교 참극 이후 러시아에서 가장 치명적인 사건이다. 87%의 득표율로 30년 장기집권 꿈을 이룬 푸틴이 유권자들에게 장담한 '안보' 약속이 5선 임기 시작 며칠 만에 깨졌다. 무너진 자존심을 만회하기 위한 푸틴의 분노가 추후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그러면서 정작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이슬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분파인 호라산(ISIS-K)에 대해선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FSB는 이달 초 모스크바 유대교 회당을 노린 ISIS-K를 저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푸틴은 5분간의 연설 말미에 "전선에 있는 우리 동지들, 이 나라의 모든 시민들이 함께 하나의 대형으로 뭉치는 게 우리의 공동 의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의식한 전국민 총동원령을 시사했다. 최악의 테러를 막지 못한 책임을 우크라이나를 방패삼아 피해가려는 술수라는 지적이다.
푸틴은 지난해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두 번째로 '안보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입었다. 사망한 국민이 최소 137명이어서 피해 규모는 더 크다. 러시아 국영 매체들은 이미 답을 정해놓은 듯 우크라이나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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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 RT 텔레비전 네트워크의 편집자인 마가리타 시몬얀은 IS의 책임에 대한 보도가 미국 뉴스 매체의 "기본적 재주"라고 썼다. 러시아 극보수 이념가인 알렉산드르 두긴은 국영 채널1의 황금시간대 TV 쇼에서 "우크라이나 지도부와 서방정보국의 꼭두각시 주인이 테러를 조직했다"며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려는 노력"이라고 선언했다.
외신들은 푸틴이 향후 이번 테러를 어떻게 정치적으로 이용할지에 주목한다. 집권 초기 테러 사건이 발생했을 때 푸틴은 정치적 자유 억압을 정당화하는 데 이를 이용했다. 이번에는 대규모 병력 동원에 이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푸틴이 러시아 국민들의 관심을 공동의 적에게 집중시키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24일 러시아는 총 57개의 미사일 및 드론을 우크라이나를 향해 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