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규 컴패노이드 랩스 의장
떠오르는 키워드에 편승해 돈이 쏠리는 현상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부터 극초기 스타트업들까지 생존에 필수적이라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AI 스타트업 창업자라면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지금 붐업이 일어나고 밀물이 밀려온다고 느껴진다면 다음엔 반드시 썰물, 즉 붙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물이 빠져나가는 시기가 온다는 점이다.
하지만 항상 기회 뒤에는 위기가 왔다. 특히 키워드 자체가 경쟁력이자 회사의 전부처럼 느껴지는 스타트업일수록 빠르게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그렇다. 한 두가지 혁신 신약 등으로 승부를 보기 때문에 해당 신약 개발에 문제가 생기거나 임상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급격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즉 기회가 크고 모두가 언급할수록 위기는 빨리 찾아올 수 있다는 말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AI라는 파도에 올라탄 스타트업들이 많이 생겼다. 경기가 좋지 않고 스타트업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망할 것이라고 이야기 되던 시기에도 돈이 흘러가는 방향이 하나 있다면 바로 AI일 것이다. 다만 선견지명이 있는 투자자들이 갖는 생각은 다소 다른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이제 AI 키워드만으로는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AI는 기술 자체만 보면 빅테크 기업들의 전장이다. 작은 스타트업이 파고들 지점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그런 빅테크들도 더이상 무한한 자금과 자원을 소모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기업으로서 AI의 효용 가치를 이끌어낼 지를 고민하고 증명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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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AI로 섣불리 다른 분야의 해자(moats)를 건드리는 곳에는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포털 서비스의 진화는 글로벌로 보면 구글이, 로컬 차원에서 우리나라는 네이버와 같은 회사들이 점유한 시장이다. 여기서 AI 포털을 만들겠다는 식의 이야기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가깝다.
세 번째 AI만으로 돈을 버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사용자가 돈을 내고 싶은 서비스에 투자할 것이다. AI 회사들은 기술 혹은 개발 중심 조직이라는 특징이 있다. 기술 자체가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는 인식이 나타나지만 사용자가 없으면 기술은 존재 가치가 없다.
AI를 키워드로 승부를 보려던 대부분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겐 지금이 가장 위기라 할 수 있다. 이것을 빨리 깨닫고 창업자들이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엔비디아처럼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AI라는 파도에 편승한 수 많은 AI 스타트업들에게 더 이상 기회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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