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대선 '명룡대전'…"인천·경기에 74석 걸렸다" 관전 포인트는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김도현 기자, 박상곤 기자 2024.03.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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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MT리포트] [2024 빅매치 르포] '인천·경기' 격전지를 가다(종합)

편집자주 4월10일 전국 254개 지역구에서 총선이 치러진다. 여야 모두 이른바 '텃밭'을 제외한 서울, 인천, 경기, 충청, PK(부산·경남) 등 경합 지역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강벨트' '반도체벨트' '낙동강벨트' 등 이번 총선의 최대 승부처를 직접 가본다.

'이재명 vs 원희룡 일기토'...74석 걸린 '인천·경기', 총선 승패 가른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인천 계양을 지역에 출마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오후 인천 계양산전통시장을 찾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2.23/사진=뉴스1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인천 계양을 지역에 출마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오후 인천 계양산전통시장을 찾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2.23/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국회의원 후보들이 20일 오후 인천 서구 정서진중앙시장 인근에서 열린 현장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국회의원 후보들이 20일 오후 인천 서구 정서진중앙시장 인근에서 열린 현장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뉴스1
4·10 총선의 승패는 사실상 인천·경기 지역에서 갈릴 전망이다. 전국 지역구 의석(254개)의 3분의 1에 가까운 74개 의석이 걸려 있는데다 유독 스윙보터(부동층 유권자) 지역구가 많아서다.

최근 수 년 사이 인천·경기는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세가 강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 급등으로 서울에서 이 지역으로 옮겨간 젊은 층이 늘어난 것 등과 무관치 않다.



실제로 4년 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경기도 59석 가운데 51석을 쓸어담았다.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7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인천에서도 민주당이 11석, 미래통합당이 1석(향후 복당한 무소속 윤상현 의원까지 2석)을 얻었다.

앞선 19대, 20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경기 지역에서 각각 21석, 19석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변화다. 인천 역시 19대, 20대 총선에선 보수 정당이 각각 6석, 4석(윤상현 의원 포함 시 5석)을 따냈었다.



이번 총선에선 4년 전보다 인천·경기 지역구 의석이 1석씩 늘어 경기 60석, 인천 14석이 됐다. 화성·평택·하남이 1석씩 늘고 부천·안산이 1석씩 줄어든 결과다. 인천에선 서구 지역구가 1석 늘었다.

인천에선 계양을이 대권 주자 간 대결이란 점에서 이번 총선에서 가장 주목받는 격전지다. 2022년 6월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한 현역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상대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도전장을 던졌다.

계양을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3선을 지낸 곳으로, 민주당 계열 정당의 지지세가 높다. 그러나 이 대표가 현재 사법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데다 국민의힘에서 이례적으로 대선주자급 거물이 나선 것이어서 끝까지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단 분석도 나온다.


정당별 역대 인천지역 총선 의석수 확보 현황/그래픽=윤선정정당별 역대 인천지역 총선 의석수 확보 현황/그래픽=윤선정
인천 동구미추홀을도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과 남영희 민주당 후보가 리턴매치를 치르게 되는데, 4년 전 총선에선 무소속으로 나선 윤 의원이 171표 차이로 신승을 거뒀다. 1, 2위 후보간 전국 최소 표차였다. 윤 의원은 8년 전 총선에서도 무소속으로 당선된 전력이 있다. 이 지역구에서 4선을 지낸 윤 후보가 이번엔 중앙당의 지원까지 받으며 남 후보를 따돌릴지, 남 후보가 설욕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경기 지역에선 '경기도의 강남'으로 불리는 성남 분당 갑·을 지역이 최대 격전지로 분류된다. 당초 보수정당 지지 성향이 강했으나 판교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젊은 층이 몰리며 판세를 예측하기 힘든 상태다. 1,2기 신도시를 끼고 있어 여야 후보간 재건축 해법을 놓고 치열한 정책대결이 펼쳐지는 지역이기도 하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경기 성남 분당갑에 출마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부터)와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 분당을에 출마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가 21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선거관리위원회로 후보자 등록을 위해 들어오고 있다. /사진=뉴스1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경기 성남 분당갑에 출마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부터)와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 분당을에 출마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가 21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선거관리위원회로 후보자 등록을 위해 들어오고 있다. /사진=뉴스1
분당갑에선 2022년 6월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한 현역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복심인 이광재 민주당 후보와 맞붙는다. 거물급 후보간 대결이다. 분당을에선 현역 김병욱 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가 지역구 탈환에 나섰다. 김 후보는 4년 전 총선 당시 분당을에서 김병관 의원을 누르고 승리한 바 있다. 경기도지사 출마로 중도에 의원직을 내려놓았으나 분당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3자 구도가 뚜렷한 경기 화성을에서의 승부도 이번 총선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전통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곳으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전국에서 가장 확실한 3자 구도가 형성됐다. 국민의힘에선 이 대표보다 1세 많은 '젊은 피' 삼성전자 DS부문 연구원인 한정민 후보를 내세웠고, 민주당에선 현대자동차 사장을 지낸 공영운 후보를 공천했다.

정당별 역대 경기지역 총선 의석수 확보 현황/그래픽=윤선정정당별 역대 경기지역 총선 의석수 확보 현황/그래픽=윤선정
현재 민주당이 5석을 모두 장악하고 있는 수원 지역에서 국민의힘이 공략에 성공할지도 주목된다. 이 가운데 수원정에선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현역 박광온 의원이 경선에서 탈락하며 경기대 교수인 이수정 국민의힘 후보와 한신대 교수인 김준혁 민주당 후보 간 대결이 성사됐다. 수원병에선 현역 '친이재명계' 김영진 민주당 의원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방문규 국민의힘 후보가 격돌한다.

이밖에 보수 지지세가 비교적 높은 하남갑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수행실장이었던 '호위무사' 이용 국민의힘 의원과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징계를 결정한 '여전사' 추미애 민주당 후보가 맞붙는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문재인 정부 말기 부동산 폭등으로 서울을 떠나 경기, 인천에 유입된 젊은층이 굉장히 많다. 민주당 지지층 증가가 확연해진 게 사실"이라며 "지난 대선,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이 경기에서 승리하는 데 이같은 인구구성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인천, 경기 지역이 이론적으로는 어떤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스윙보터 지역구가 많고 최근까지 국민의힘이 우세한 지역도 꽤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이종섭 주호주대사·황상무 시민사회수석 논란으로 상당수 뒤집어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는 정부·여당에 좋지 않은 바람이 불고 있는데, 이 바람의 방향이 투표까지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인천·경기 주요 격전지 여야 대진표_240322/그래픽=조수아인천·경기 주요 격전지 여야 대진표_240322/그래픽=조수아
"이재명 치워야죠" "원희룡도 못 이겨"...미니 대선 '명룡대전'
"이재명 치워야죠" 원희룡, '이천수·엄홍길' 함께 계양산 오른 이유는

인천 계양을-원희룡 국민의힘 후보

국민의힘 인천 계양을 후보인 원희룡 전 장관과 이천수 후원회장,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16일 인천 계양산 등산에 나서고 있다. /사진=박상곤 기자국민의힘 인천 계양을 후보인 원희룡 전 장관과 이천수 후원회장,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16일 인천 계양산 등산에 나서고 있다. /사진=박상곤 기자
"히말라야가 아무리 높아도 우리가 함께 손잡고 도전하면 반드시 넘을 수 있습니다. 계양산 땅 밟으면서 지역민들의 사랑 가슴에 한껏 담고 맞잡은 손으로 함께 들어올려서 돌덩이도 치우고, 계양 발전의 앞 길도 엽시다."

봄볕이 따스했던 지난 16일 오전 계양산 초입인 인천 계양산성 박물관 앞. 국민의힘 인천 계양을 후보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운집한 주민들을 향해 이같이 밝혔다. 그가 밝힌 치워야 하는 돌덩이란 이 지역구 현역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가리킨다.

이날 '계양 희(喜)말라야 원정대' 행사는 주민들에게 '계양 발전'이란 기쁨을 드리고 싶단 의미를 담아 기획됐다. 산행엔 세계 최초로 해발 8000m 이상 산악 16좌를 완등한 산악인 엄홍길 대장, 이천수 후원회장이 '계양 원팀'으로 함께했다. 최원식 계양갑 후보, 윤형선 계양을 상임선대위원장도 자리를 빛냈다.

원 전 장관과의 개인적 친분으로 참석했다는 엄 대장은 "청룡의 해 계양산에 새로운 변화, 혁신의 바람을 몰고 올 후보"라고 추켜세웠다. 이어 "원희룡 후보 적극 성원, 응원해 주시고 함께 이 기운을 모아 올해 꼭 4월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게끔 도움을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천수 회장은 "어머님 아버님, 저희 원희룡 후보님 많이 도와주십시오"라며 넙죽 큰 절을 올렸다.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원 전 장관은 등산복을 제대로 갖춰입은 엄 대장과 참석자들을 향해 "혹시 여길 진짜 히말라야로 알고 오신 건 아니죠"라고 장난을 쳤다. 그러면서 "오늘은 등산이 주 목적이 아니다. 사진이다. 언제 이런 조합으로 찍어보겠나"라고 했다. 실제 집합부터 등산 시작까진 1시간이 걸렸다. 끝없이 이어지는 사진 촬영에 모두 응하면서다. 사진 촬영 후엔 매점에서 어묵 등을 먹었다. 지역 소상공인을 살린다는 취지다.

 원희룡 전 장관과 이천수 후원회장,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16일 인천 계양산 등산 전 주민들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상곤 기자 원희룡 전 장관과 이천수 후원회장,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16일 인천 계양산 등산 전 주민들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상곤 기자
오전 10시쯤 산행이 시작됐다. "안녕하세요 원희룡입니다. 인사 좀 드리겠습니다." 이들 3인방은 마주치는 등산객들을 한 명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인사를 건네고 사진촬영 요청에 일일이 응했다. 등산로인 만큼 50대 이상 유권자들이 다수였는데, 이들은 "많이 좀 부탁드린다. 너무 낙후됐다", "이번엔 꼭 역전해야 한다. 썩은 돌덩이를 치워버려야 한다", "이천수, 우리 고향 사람 고생 많네 열심히 좀 해봐"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원 전 장관의 악수 요청에 어색해 하거나 "왜 길을 막냐"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일부 있었다. 2030 세대들은 심드렁한 표정이다가 이 후원회장과 엄 대장을 목격하고는 "오 이천수다, 이천수 아니야?" "뭐 하나 했는데 엄 대장님이 계시네"라며 관심을 갖기도 했다. 이 동네 토박이인 이 후원회장을 '선배님'이라고 친근하게 부르는 주민들도 목격됐다. 이 후원회장의 역할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원 전 장관은 "이천수 후원회장의 정성에 매일 놀란다. 매일 새벽부터 밤까지 함께한다"며 "오래 전부터 친분이 있던 이천수 선수가 계양 토박이여서 고향 발전을 위해 도와달라고 허심탄회하게 부탁했는데 선거 유세에 도움이 되는 수준 정도가 아니라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들 3인방이 산행 도중 주민들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은 "도와주시면 (당선)된다"는 것이었다. 현재 여론조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원 전 장관이 이재명 대표와의 격차를 줄이고 있는 만큼, 유권자의 한 표 한 표가 중요한 상황이다. 원 전 장관은 "16%p에서 시작해 3주 만에 3%p까지 올라왔다. 하루하루 변화하는 민심을 느낀다"며 "계양은 특정 정당이 25년간 독점해 발전이 정체됐다. 계양을을 구석구석 돌며, 교통·주거·문화 혁신을 약속드렸다. 원희룡은 진짜 한다"고 강조했다.

산행을 마친 엄 대장은 "대기를 뚫고 기운이 올라오는 계양산 산행을 마쳤다"며 "이 기운을 받아 계양에서 꼭 원희룡을 응원해주시고 행운이 가득하길 바란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원 전 장관과 이 후원회장은 하산 후 쉴 틈도 없이 계양산 시장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서부간선수로를 찾았다. 따뜻한 봄기운에 산책 나온 계양 주민들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서다.

이곳에선 이 후원회장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인천계수중학교를 다닌다는 중학생 무리는 이들과 한 차례 인사를 나눈 뒤 다시 찾아와 축구화와 축구공에 사인을 요청했다. 친구와 통화하던 한 중년 여성은 이 후원회장에게 전화를 바꿔주기도 했다. 70대로 추정되는 주민은 "야, 천수야 오랜만이다. (선거운동 하며) 매 맞고 다니지 마라. 보고 슬프더라"고 걱정했다.

이천수 후원회장이 16일 서부간선수로에서 원희룡 전 장관 유세 도중 중학생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사진=박상곤 기자 이천수 후원회장이 16일 서부간선수로에서 원희룡 전 장관 유세 도중 중학생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사진=박상곤 기자
현장 민원 청취도 이뤄졌다. 한 노부부는 원 전 장관에게 "수로 수질 문제를 개선해달라"고 요청했고 원 전 장관은 "수로에 물 흐름만 있어도 충분히 수질이 개선될 텐데"라며 정책팀에 곧바로 해결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원희룡캠프 관계자는 "동별 맞춤공약은 현장에서 주민들과 소통하며 꼭 해결해 달라는 것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발전시키고 있다"고 했다. 서운역을 설치해 BRT(간선급행버스체계) 대신 전철을 타고 출퇴근할 수 있도록 하겠단 공약도 출근길 인사 도중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원 전 장관은 국토부 장관 경력을 이용, 교통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하철 9호선을 동양동, 박촌역까지, 서울 지하철 2호선을 홍대에서 계양, 서운, 작전까지 연결한단 방침이다. GTX-D 작전 서운역 신설도 약속했다. 또 노후 아파트 재건축 시 종(種)상향으로 용적률을 높이고 계양 테크노벨리에 AI(인공지능) 생태계와 수영장, 키즈카페 등을 포함한 대규모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불가능한 약속, 절대 안 합니다"...'국회의원 이재명'의 첫 방어전

인천 계양구을-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본인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 소재 한 성당에서 시민과 만나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김도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본인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 소재 한 성당에서 시민과 만나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김도현 기자
"(정치인이) 불가능한 약속 하면 안 되는 거죠. 저는 절대 그런 약속 하지 않을 겁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일 인천 계양구 소재의 한 성당 앞에서 만난 한 시민과의 대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계양구와 인접한 지방자치단체 용역 청소부라고 밝힌 이 시민이 "정치인들이 매번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지만 매번 지켜지지 않았다"고 토로하자 이 대표는 안타깝다는 반응과 함께 이렇게 말했다.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이 대표는 본인 지역구에 오롯이 집중할 수 없는 처지다. 모처럼 계양을 찾은 이날도 그랬다. 이 대표는 만나는 시민들마다 "어느 곳에 사시든지 민주당을 지지해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이 대표와 계양의 인연은 길지 않다. 2022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인천 계양구을 보궐선거에 전략공천되면서 연을 맺었다.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급하게 계양구청 인근 오피스텔에 거처를 마련했고 당선 후에는 귤현동의 한 아파트에 전세를 얻었다.

그런데도 계양은 이 대표에게 특별하다. 대권에 도전했던 이 대표가 처음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단 곳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민주당 텃밭으로만 불렸던 계양은 이 대표의 등장과 함께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지로 급부상했다. 상대 후보의 중량감도 커졌다. 여권의 대선 잠룡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대형 정치인들의 등장에 주민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품는다.

이날 오전 이 대표는 최소한의 수행원만 대동한 채 계양구 소재의 한 교회에서 열린 주일예배에 참석했다. 일상적인 식순이 치러지던 중 대형 스크린에 이 대표의 얼굴이 잠시 비치자 정숙하던 장내가 잠시 술렁였다. 이 대표의 입장 사실을 몰랐던 신자들이 놀란 반응을 보였다. 예배를 마친 뒤 신자들과 함께 줄지어 빠져나오던 이 대표를 향해 많은 이들이 반가움을 전하고 응원의 말을 건넸다.

한 신자가 옆에 선 이 대표에게 "우리 언니가 왔으면 너무 좋았을 텐데. 성남 사는 우리 언니가 대표님 너무 좋아한다"고 했다. 교회 바깥으로 빠져나온 이 대표 주변으로 많은 신자가 몰려들었다. 교회 신자인 한 50대 부부는 이런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면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국민의힘에서 누굴 내보내더라도 민주당과 이 대표가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인천=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 계산동 일대에서 시민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4.03.10. photocdj@newsis.com /사진=최동준[인천=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 계산동 일대에서 시민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4.03.10. [email protected] /사진=최동준
이어 이 대표는 지역 행사가 열리는 인근의 성당으로 향했다. 성당과 가까운 계산체육공원에서 하차한 이 대표 주변으로도 인파가 몰렸다. 계산체육공원은 계양산 메인 등산로와 인천지하철 1호선 계산역 사이에 위치했다. 주말이면 가벼운 산행을 위해 인천뿐 아니라 인접한 서울·김포 주민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이 대표가 등장하니 운동을 나온 시민들이 한 눈에 알아보고 인사를 나누거나 사진 찍기를 청했다.

사진을 찍으려던 한 시민이 "전 계양구 살지 않는다"며 말끝을 흐리자 이 대표는 "어디 사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촬영에 응했다. 성당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 신자들이 이 대표를 보고 모여들었다. 이들은 "반갑다"라거나 "힘내시라"면서 이 대표를 응원했다. 이 대표 주변은 시종일관 웃음이 넘치는 모습이 연출됐다.

반면 이 대표를 외면한 뒤 갈 길을 재촉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이름값만으로 표를 얻으려는 행태에 대한 반감이 크다고 입을 모으면서 "지금 계양에 필요한 것은 대형 정치인이 아닌 지역을 위해 땀 흘릴 일꾼"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성당에서 이 대표를 지나쳐 밖으로 나온 한 60대 부부는 "30년 넘게 계양에 살면서 줄곧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피부로 느껴질 만한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이번 총선에서도 이재명과 원희룡이라는 정치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계양 주민의 삶에 대해선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에만 맡기니 당연히 뽑아주는 줄 알고 신경을 안 쓴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선거에서 전과 다른 선택을 해야 하나 고민 중이었다"면서 "누가 되든 낙후된 지역 개발이나 교통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줬으면 싶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계양 지역의 주요 현안과 관련한 공약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지난 보궐선거 당시엔 △GTX D Y자노선 원안 추진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서울2호선 청라 연장 △공항철도·서울9호선 직접 연결 등을 약속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이를 근간으로 하는 공약을 내세울 전망이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대리인을 통해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 대표는 예비후보 등록을 하며 "이번 총선은 대한민국 명운을 결정할 중대선거"라며 "4·10 심판의 날, 경제와 민생 그리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권에 책임을 묻고 계양에서부터 무너진 민생을 복원하겠다.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인천 계양을은?

인천 계양을은/그래픽=조수아인천 계양을은/그래픽=조수아
대선주자급 인사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출사표로 이번 총선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인천 계양을은 기존엔 민주당 계열 정당이 사실상 싹쓸이 해온 지역구다. 계양구의 동북부 지역이 이 선거구에 해당한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계양구가 단일 선거구였던 16대 총선부터 계양을로 분구된 17~18대까지 내리 3선을 지냈다. 송 전 대표가 중도에 인천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치러진 2010년 재보궐 선거에서 이상권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됐는데, 보수 정당 후보가 승리한 건 이 때가 유일하다. 이 후보는 야권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으로 분열됐는데도 약 5%p(포인트) 격차로 신승을 거뒀다.

19대 총선에선 최원식 민주통합당 후보가 당선됐으며, 20대 총선에선 2년 전 인천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송 전 대표가 이 지역으로 돌아와 다시 배지를 달았다. 21대 총선까지 이 지역에서 5선의 기록을 세웠다.

2022년 6월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선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전략공천했다. 이 대표가 대선에서 패배한 직후 민주당의 '텃밭'에 출마하는 데 대해 여권에서 공세를 퍼부었다. 국민의힘에선 '지역 일꾼'으로 이 지역구에 2차례 출마한 경험이 있는 윤형선 후보를 전략공천했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선 윤 후보가 이기는 결과도 일부 나왔으나 결국 10.5%p 차이로 이 대표가 승리했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작전서운동을 계양을로 보내고, 계산1동과 계산3동을 계양갑으로 넘기는 선거구 획정이 이뤄졌다. 상대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계산 1동이 갑 선거구로 넘어가고 진보세가 강한 작전서운동이 을 선거구로 넘어왔단 점에서 원 전 장관에게 불리해졌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보수 진영에서 이곳 계양을에 전국구 인지도를 가진 후보가 처음 등판했단 점에서 이 대표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워졌단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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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을-한정민 국민의힘 후보

한정민 국민의힘 경기 화성을 후보가 15일 오후 5시 동탄역 부근에 나와 퇴근 인사에 나서고있다. 한 후보 뒤로 공영운 더불어민주당 경기 화성을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선거 사무소 현수막이 보인다. /사진=박상곤 기자한정민 국민의힘 경기 화성을 후보가 15일 오후 5시 동탄역 부근에 나와 퇴근 인사에 나서고있다. 한 후보 뒤로 공영운 더불어민주당 경기 화성을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선거 사무소 현수막이 보인다. /사진=박상곤 기자
"동탄은 제가 살아왔고 살고 있고 앞으로 살아갈 도시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동탄을 좀 더 좋게 만들고 싶습니다."

시원한 호수 바람이 불던 지난 15일 오후 경기 화성시 동탄 호수공원. 국민의힘 경기 화성을 후보로 나선 한정민 삼성전자 DS 부문 연구원(휴직중)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한 후보는 "삼성전자 입사 후 지금까지 10년 동안 동탄에 살아온 '진짜 동탄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1984년생인 한 후보는 1985년생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현대자동차 사장 출신 1964년생 공영운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경쟁하기 위해 경기 화성을로 전략공천을 받았다. 동탄2신도시 전체를 관할하는 경기 화성을 지역의 유권자 평균 연령은 34.7세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등이 근처에 있어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것도 이 지역의 특징이다.

한 후보는 아이를 가진 20·30대 젊은 부부들 표심을 사로잡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날 한 후보가 찾은 동탄 호수공원 또한 젊은 부부가 아이와 함께 산책을 나오는 동탄의 '핫플레이스'다. 한 후보는 "(동탄의 경우) 아이 엄마들이 경력까지 단절해가며 최선을 다해 아이를 키우는데 아이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며 "여성과 청소년이 모여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소망이 있다"고 했다.

이날 호수공원에서 한 후보가 만난 동탄 주민들은 모두 한 후보의 선거 현수막이 너무 작다는 아쉬움을 전했다. 실제로 동탄 호수공원에서 바로 보이는 한 후보 선거사무소 현수막은 반대편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후원회 현수막보다 작아 보였다. 한 후보는 "민주당과 개혁신당에 비해 공천이 늦어 선거 사무소를 구하기 쉽지 않았다"며 "건물 환풍구 때문에 현수막을 크게 달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왜 조그만 현수막을 걸었느냐고 유권자분들이 자주 얘기하신다"고 전했다.

한 후보를 향한 동탄 주민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호수공원에서 한 후보를 만난 50대 여성 A씨는 "우리 교회에 40대들이 많다. 가랑비에 옷 젖듯 한 명 한 명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며 한 후보를 응원했다. 아이와 함께 산책을 나온 30대 여성 B씨는 "우리 남편이 삼성전자에 다닌다.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 40대 여성은 한 후보가 명함을 건네자 선거사무소 현수막에 있는 한 후보의 얼굴과 대조하며 "힘내세요"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오후 거리 인사를 마친 한 후보는 곧바로 선거사무소로 직행해 선거 대책 회의에 들어갔다. 이날 한 후보와 캠프 관계자들은 탁상에 동탄2신도시 지도를 펼쳐놓고 동탄 지역 교육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한 후보는 "동탄의 교육 및 과밀학급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고등학교가 매우 부족하고 특성화고도 없다. 평택과 안성, 오산으로 멀리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근본적 원인 중 하나는 오산과 화성 교육지원청이 묶여있는 것이라 본다"며 "동탄 교육지원청을 만들어 동탄만의 교육 이슈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후 5시. 주민들의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한 후보는 '삼성출신''영입인재'가 크게 적힌 팻말을 들고 동탄역 앞 롯데백화점 사거리로 나섰다.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탓에 자가용으로 이동하는 비율이 높은 동탄에서 출퇴근 인사는 자신의 매력과 공약을 어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특히 서울로 이동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탓에 한 후보의 출근 인사는 다른 지역보다 약 1시간 빠르다. 이날도 한 후보는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부터 출근 인사에 나섰다고 전했다.

동탄으로 진입하는 차 한 대 한 대 마다 허리를 90도 숙여 인사하던 한 후보는 "동탄에 가장 필요한 건 지하철이다. 차가 이렇게 막히는 것도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광역버스, 시내버스도 부족해 버스 증편을 어떻게 해야 할 지도 고민"이라고 했다. 이어 "다른 후보들도 분당선 등을 동탄으로 가져오겠다고 말씀하시는데 저도 정말 중요하다 본다"며 "기본적으로 저는 여당 후보기 때문에 다른 후보들보다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5일 한정민 국민의힘 경기 화성을 후보가 동탄호수공원 거리인사에 나섰다./사진=박상곤 기자15일 한정민 국민의힘 경기 화성을 후보가 동탄호수공원 거리인사에 나섰다./사진=박상곤 기자
한 후보는 삼성전자 연구원 출신인 자신이 다른 두 후보에 비해 동탄을 가장 잘 이해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자신했다. 한 후보는 "기본적으로 전 반도체 산업의 육성 방안을 깊이 있게 고민하는 사람이었다"며 "동탄이 계속 발전할 수 있는 성장동력이 반도체인 만큼 ( 반도체 투자세액공제) 일몰 연장, 인재 육성 방안과 산업 스파이 피해 예방 등 산업 발전에 앞장설 것이다. 10년 동안 반도체만 본 제가 현대차 사장과 IT(정보기술) 전공자보다 반도체는 더 잘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에 처음 도전하는 한 후보는 거리에 나서 주민들에게 인사하는 순간이 늘 새롭고 즐겁다고 말한다. 한 후보는 "저는 제 정체성을 정치인이 아니라 이웃 주민으로 잡고 있다"며 "시민들께 인사드릴 때면 어린 시절 아버지께 '잘 다녀오세요' 하면서 인사하던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살아갈 곳을 좋게 만든다는 마음으로 우리가 같이 살아갈 동탄 주민들이 편해지는 도시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평균 35세' 젊은 도시 동탄에 간 공영운 "내가 진짜 정치 新상품"

경기 화성을-공영운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기 화성시 소재 화성시 동탄노인복지관을 찾아 유권자들에 인사를 건내는 공영운 더불어민주당 후보 /사진=김도현 기자경기 화성시 소재 화성시 동탄노인복지관을 찾아 유권자들에 인사를 건내는 공영운 더불어민주당 후보 /사진=김도현 기자
"저야말로 진정한 정치 신상품이죠."

경기 화성을에 출마하는 현대자동차 사장 출신의 공영운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14일 경기 화성시 동탄노인복지관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상대 후보보다 스무살 이상 많지만 정치권에서는 더 신선한 인물임을 강조했다.

1964년생인 공 후보의 경쟁자는 1984년생 한정민 국민의힘 후보와 1985년생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젊은 도시'를 공략하기 위해 '젊은 후보'를 전진 배치했다. 동탄2신도시가 있는 화성을은 유권자 평균 연령이 34.7세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대기업 연구개발(R&D) 직종 비율이 높은 것도 이 곳의 특징이다.

이날 공 후보는 20·30·40대가 아닌 60대 이상 노년층 공략을 위해 화성시 동탄노인복지관을 찾았다. 동탄2신도시는 서울·분당 등지에서 거주하다 은퇴한 '베이비부머(1946~1964년생)' 세대의 유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대형 건설사가 이들을 타깃으로 한 '실버 아파트단지'를 선보일 정도지만 인구 비중이 8%를 조금 넘는 수준이라 지역 내에서 자칫 정치적으로 소외당하기 쉬운 세대로 평가된다.

복지관에서 만난 주모씨(65)도 "다른 지역과 달리 아이들 울음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는 활기찬 동네지만 노년층을 위한 시설과 프로그램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면서 "나이 든 입장에서 서운하고 소외감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젊은 사람 챙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지만 누가 국회의원이 되든 노년층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공 후보도 이런 취지로 복지관을 찾았다. 관장과의 면담에서 다른 화성지역에 비해 관내 노인 복지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고 평균수명 증가에 따라 지역 노인들의 일자리 문제가 당면한 시급한 과제라고 설명을 들은 공 후보는 이곳 복지관 이용객 수나 프로그램 수 등을 꼼꼼히 체크하며 향후 선보일 공약에 적극 반영하겠단 의사를 전달했다.

이후 복지관 곳곳을 돌며 방문한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눴지만 '신상 정치인'의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유명 정치인의 경우 등장과 동시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겠지만 공 후보는 마주치는 모든 이들에게 악수를 청하며 스스로가 누군지 소개해야 했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서게 됐음을 상징하는 파란 어깨띠를 맸음에도 공 후보의 이름 또는 당을 되묻는 경우가 많았다. 땀을 흘리며 열심히 본인을 소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한 70대 남성은 공 후보를 지켜보던 기자에 다가와 "저 사람은 누구냐"고 묻기도 했다. 몇몇은 공 후보와 거리를 둔 채 "파란색 띠를 맸으니 민주당일 것"이라며 추측하기도 했고, 삼삼오오 모여있던 어르신들은 이번 총선에 화성을 후보로 출마한다는 얘기에 상대적으로 익숙한 상대 후보(이준석 대표) 이름을 거론하더니 어느새 다른 정치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공 후보는 본인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표식물인 어깨띠 위로 앞치마를 하고 커다란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뒤 위생장갑을 낀 채로 식당 앞에 섰다. 복지관이 지역 내 어르신을 대상으로 결식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마련한 경로식당에서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였다. 대형 급식시설에서 배식을 하기 위해 필수적인 보건증(건강진단결과서)이 없던 공 후보는 화이트데이를 맞아 특식으로 제공된 초콜릿을 나눠주거나 식판에 수저를 얹어 전달하며 방문한 어르신들에게 본인을 소개했다.

공영운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가 지난 14일 화성시동탄노인복지관 경로식당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 /사진=김도현 기자공영운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가 지난 14일 화성시동탄노인복지관 경로식당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 /사진=김도현 기자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누고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배식봉사에 집중했던 공 후보는 2시간여 만에 처음으로 기자에게 말을 건넸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던 공 후보는 "350여분이 식당을 다녀갔다고 들었는데 배식하는 분들이 존경스러울 정도였다"며 "출·퇴근길 유세 현장에서 만난 젊은 주민들에게선 들을 수 없던 다양한 이야기를 듣게 돼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공 후보는 "(2022년 기준) 화성은 전국에서 두 번째로 출생아가 많이 태어난 도시다. 인구절벽의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에 출산율 제고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모델과 같은 곳"이라며 "자칫 젊고 역동적인 도시로만 비칠 수 있지만 교통 문제라던가 지금 태어난 아이들이 공부할 학교 문제, 고령화에 따라 지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는 노인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 또한 많다"고 했다.

이어 "지금 태어나고 자라는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됐을 때 부모님들이 서울 등지로 이주를 고민하지 않게 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학교·학급을 늘리려 하고 있다"면서 "제가 현대차에 재직할 당시 개발 과정에 참여해 신도시에 보급했던 수요자 맞춤형 실시간 노선 생성 인공지능(AI) 버스시스템 '똑버스(똑똑한 버스)'가 현재 동탄에 시범 운영 중인데 이를 확충해 동탄역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교통환경을 개선해 주민 편의에 기여하는 등 동탄이 젊은 도시를 넘어 누구나 살기 좋은 도시로 변화시키는 데 일조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화이팅!" 동탄 출근길 차들이 멈췄다…"1위로 역전할 것"

경기 화성을-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19일 동탄IC 진출로 병목지점에서 출근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19일 동탄IC 진출로 병목지점에서 출근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화이팅!"

19일 오전 8시, 흐린 날씨 탓에 더 칙칙한 출근길 도로를 깨우는 사람이 있다. '개혁오렌지'색 당복을 입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동탄 IC 진출로의 병목 지점에서 '좋은 하루 되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연신 손을 흔들고 허리를 굽혔다. 이 지점은 동탄2신도시 주민들이 경기도 용인 방면 등으로 출근하기 위해 지나게 되는 곳이다.

도중에 비가 내려 우비까지 입었지만 이 대표는 싱글벙글 밝은 표정이었다. 그는 자신을 향해 오는 유권자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차량마다 앞유리에 다가가 손을 흔들고 눈인사를 하고 "화이팅"을 외쳤다. 청년 정치인다운 패기와 재기발랄함을 강조한 맞춤형 유세 방식이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19일 동탄IC 진출로 병목지점에서 출근인사를 하던 중 한 운전사와 '엄지척'을 주고받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19일 동탄IC 진출로 병목지점에서 출근인사를 하던 중 한 운전사와 '엄지척'을 주고받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주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이 대표의 사진을 찍으려고 차량의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경우가 대다수였고, 차창을 내려 손을 흔들거나 같이 고개숙여 인사해 주는 주민들이 많았다. '이준석 화이팅!'을 함께 외치거나 '엄지척'을 하는 이들, 이 대표와 손뼉을 마주치고 가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핫팩을 건네주는 이도 있었다.

한 트럭 운전자는 아예 이 대표가 서 있는 병목지점에 차를 잠시 주차하고 이 대표에게 유세 방법을 조언하고 가기도 했다. 옆 도로 반대 방향 차량에서 이 대표를 알아보고 소리쳐 응원을 건넨 이들도 있었다.

화성을은 '베드타운'의 특성상 아침 7시부터 9시쯤까지 출근자들이 일제히 동탄을 빠져나가기 때문에 이 대표는 출근인사와 퇴근인사에 각별한 신경을 쏟고 있다. 이 대표가 출근인사를 끝내고 도보로 이동하는 중에도 운전 중이던 한 30대 후반 남성이 이 대표를 목격하고 차를 골목에 댄 뒤 사진을 함께 찍었다.

그는 "젊은 마인드가 너무 좋다. 저도 국민의힘에 있다가 같이 나왔다(탈당)"고 했다. 그는 "제 나이대 친구들은 이준석 대표를 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데 저보다 나이가 많은 연령대의 경우는 조금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출근인사를 마친 이 대표는 "돌아다녀 보면 압도적인 호응이 있다"고 전했다. 이준석 캠프는 4·10 총선 화성을 대진표가 확정된 후 처음으로 발표된 여론조사에 고무됐다. 한길리서치가 인천일보·경인방송 의뢰로 지난 15~16일 화성을 선거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유권자 500여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p)를 실시한 결과 이 대표의 지지율은 23.1%로 공영운 더불어민주당 후보(46.2%)에 이은 2위로 나타났다. 비록 오차범위 안이지만 한정민 국민의힘 후보(20.1%)를 제친 것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대표는 "제가 3당으로 선거를 치러봤다. 바른미래당으로 노원병에서 11% 여론조사가 나왔다가 15일 뒤 27%가 나왔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총선까지 남은 22일 동안 역전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해야 한다. 당연히"라고 했다. 이 대표측 관계자는 "공 후보 표 10%만 더 가져오면 되는 거다. 20%p 차이라지만 저기서 한 표를 뺏는 게 두 표를 뺏는 효과이기 때문"이라며 "2등, 3등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호의적인 여론만 있는 건 아니다. 동탄역에서 만난 60대 여성은 "이준석이는 괜찮은데 주변이 그러니까 못 밀어주겠다. 아무래도 당이 걸린다"고 했다. 이날 거리에서 만난 주민 6명 중 5명이 "누구에게 표를 줄지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대표가 갑작스레 등판하면서 민심이 요동치는 것으로 보인다.

화성을은 지역 주민 평균 연령이 34.7세로 젊고 지역민들이 이곳에 이주한 지 6~7년 내외라 지역내 오랜 조직, 소모임, 향우회 등이 드문 편이다. 이에 이 대표는 온라인을 통한 화제성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 대표의 출근인사 사진이 아파트 커뮤니티나 단체카톡방에 빠르게 전달되며 퍼지는 '바이럴 효과'를 적극 활용하는 식이다.

이 대표의 이날 두 번째 일정은 이 지역구 현역인 이원욱 의원과 함께하는 화성시어린이집 연합회 간담회였다. 이들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간의 불평등한 환경,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어린이집 CCTV 설치의 부작용 등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한 참석자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선생님들이 억울하게 피의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입법을 요청하면서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은 좀 구태의연한 정치를 하니 기존 틀에서 접근하라고 하고, 개혁신당은 기존의 틀을 확 무너뜨리고 확실히 개혁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해 좌중에서 웃음이 터졌다.

이 대표는 "개혁신당이 의석 수가 많아져서 각 상임위에 의원들이 배치돼 있으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의원도 "개혁신당 20석이 만들어지면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유의미한 의석 수를 만들어 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 대표는 간담회를 마치고 "동탄은 기득권이 없는 정치문화다. 오래 거주했다고 해도 6~7년 전에 생긴 동네이기 때문에 과거보다 미래를 많이 얘기한다. 앞으로 어떻게 되길 바란단 얘기를 많이 해 편하게 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제 3당으로 2위 했다는 여론조사 발표 후 확실히 오늘 분위기가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정권심판에 여러 방법이 있는데 거대야당을 만들어줄 수도 있지만 바른 소리를 많이 하고 정면으로 맞서다가 쫓겨나기까지 했던 제가 가진 상징적 의미도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당 의원 한 명 더 당선된다고 해서 큰 고민을 하지 않겠지만 이준석이 동탄 주민 선택으로 국회에 진입하면 긴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1위로 역전할 전략에 대해 "동탄의 문제를 어떤 당의 중심에서 다룰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거대 양당 후보가 당선된다 한들 동탄의 문제가 최고위에서 다뤄지지 않을 것이지만, 개혁신당은 동탄 주민들이 관심 가질 만한 문제를 계속 언론에 등장하도록 할 수밖에 없는 운영을 가진 정당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양당이 이재명 방탄, 김건희 방탄 할 때 우리는 동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화성시를 교육 특화지구로 지정하는 특별법' 제정을 대표 공약으로 내놨다. 소극적 의무교육이 아닌 국가가 책임지는 '책임교육제'를 통해 한 번 뒤처진 학생에게도 기회를 부여하겠단 것이다. 이 대표는 화성정에 출마하는 이원욱 의원과 함께 교통, 문화·의료, 교육 분야까지 TCE 3(Traffic, Culture&medical, Education) 허브 구축을 위한 공동공약도 발표하고 있다.

◇경기 화성을은?

경기 화성을은/그래픽=조수아경기 화성을은/그래픽=조수아
경기 화성을은 전통적으로 진보 정당이 강세를 보여왔지만, 이번 총선에서 이 대표가 출사표를 내면서 격전지로 새롭게 떠오른 지역구다.

화성을로 분구되기 전부터 화성시는 13대 총선 때부터 민주당 계열이 우세를 보였다. 15대 총선 당시 박신원 자유민주연합 후보가, 2007년 재보궐선거와 18대 총선에서 고희선·박보환 한나라당 후보가 각각 당선된 것을 제외하면 모두 민주당 계열 후보가 당선됐다.

이 지역구에서 18대부터 내리 3선을 지낸 비명계(비이재명계) 이원욱 의원이 지난 2월 개혁신당에 입당한 뒤 화성을 출마를 선언했는데, 분구가 확정되면서 화성정으로 옮겼다. 이후 이 대표가 화성을 출마를 선언, 관심 선거구로 급부상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영입인재인 공영운 전 현대자동차 사장을 화성을에 전략공천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영입인재이자 동탄 10년 거주자인 한정민 삼성전자 연구원을 깜짝 전략공천, 맞불을 놨다. 한 연구원은 1984년생으로 이 대표(1985년생)보다 한 살 많다.

화성을은 동탄2신도시 개발로 인구가 최근 급격히 늘어난 지역으로, 토착민이 아닌 신규 유입 주민들이 많다는 특징을 지녔다. 첫 입주를 시작한 지 7년도 되지 않은 젊은 지역구다. 평균연령이 34.7세로 전국 254개 선거구 중 가장 낮고, 전국 평균(44.9세)보다 10세 이상 낮단 점도 이번 총선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와! 진짜 안철수다" "이광재, 이겨줘요"…재건축 걸린 '분당 대첩'
"와! 진짜 안철수다" 초등학생도 아는 '위인전 셀럽', 분당을 달린다

경기 성남 분당갑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오전 성남송현초등학교 사거리에서 교통봉사 중 학생들의 사진촬영 요청에 응하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오전 성남송현초등학교 사거리에서 교통봉사 중 학생들의 사진촬영 요청에 응하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와! 진짜 안철수다, 진짜 안철수다!"
"저 가다가 돌아왔어요! 저도 찍어도 돼요? 우와 진짜 찍었어!"

20일 오전 8시30분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성남송현초등학교 사거리에서 난데없이 즉석 '팬클럽' 행사가 열렸다. 등교를 위해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들이 교통봉사 겸 출근인사 중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을 목격하고 환호했다. 친구들을 데려와 함께 안 의원과 사진을 찍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전화해 자랑하기도 했다. 위인전 등에 실린 덕분에 초등학생들에게도 통하는 안 의원의 높은 인지도와 대중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부 학생들은 인스타그램 '맞팔'(서로 팔로우)을 요청하며 자신의 ID를 건네기도 했다. 최근 안 의원이 초등학교 인근에서 교통봉사를 하면서 그를 목격한 학생들이 안 의원에게 맞팔을 요청하며 DM(다이렉트메시지)을 보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안 의원은 중간중간 아이들의 사진촬영 요청에 응하면서도 신호등이 빨간 불로 바뀔라 "얘들아 빨리 들어와"하며 아이들을 통제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학생들이 읽는 위인전에 안 의원이 있어서 친숙한 것 같다"며 "안 의원이 평소 가는 곳에선 초등학생들을 만날 일이 거의 없었다"고 했다.

학부모들도 호응에 가세했다. 아이를 대동한 한 여성은 "화이팅하시고 이번에 꼭 승리하셔야 합니다"라고 응원을 건넸다. 따뜻한 커피를 건네는 주민, 운전하다 차창을 내리고 '화이팅'을 외치는 주민, 안 의원을 보고 경적을 울리는 주민도 눈에 띄었다.

안 의원은 1시간가량 이어진 교통봉사를 마친 후 점심식사 전까지 분당갑 충청향우회 간담회, 야탑1동 행정복지센터 노래교실과 자유총연맹, 경로당 3곳 등 방문 인사 등을 소화했다. 오후엔 신백현초 등 4개 초등학교 학부모총회 인사, 아파트 입주자대표 총회, 야탑역 사거리 퇴근인사 등이 빽빽하게 이어진다. 이 지역 현역이지만 시간을 20분 단위로 쪼개며 바쁘게 인사를 다녔다. 빠듯한 일정을 맞추기 위해 주특기인 '달리기'도 동원됐다.

야탑동에서 이동 중 들른 과일가게서 만난 한 50대 여성은 안 의원의 손을 맞잡으며 "열심히 하세요. 위험해 위험해"라고 했다. "열심히 하셔야 될 것 같아. 막 명함 안 돌린다고 주민들이(걱정해)"라는 주민도 있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추격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2022년 6월 보궐선거에서 김병관 민주당 후보를 더블스코어 차이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안 의원은 야탑동 장미현대아파트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한 뒤 그간의 성과를 설명하고 지지를 호소했다. 안 의원은 "어떤 분은 4년 됐는데 왜 이렇게 잘 볼 수가 없냐고 하셔서 제가 1년 반밖에 안 됐다고 설명드렸다"며 "근데 1년 반 동안 4년 만에도 할 수 없는 일들을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먼저 노후계획도시 특별법(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회에서 관계자들을 만나고 열심히 설득해 드디어 작년 말에 통과시켰다"며 "올해부터는 아마 선도지구, 그러니까 어디부터 재건축을 시작하느냐 그리고 그분들이 옮겨서 사실 곳, 이주단지를 만드는 일들이 시작되는데 차질 없이 되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두 번째로 관심을 기울인 게 교통 문제"라며 "완전히 무산될 뻔했던 지하철 8호선 연장이 다시 시작되고 있고 지하철 3호선 연장도 지금 용역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요한데 주민들이 잘 모르는 수광선(수서~경기 광주)이란 게 있는데, 제가 매주 국토부를 만나 설득해서 결국 야탑 도촌사거리 쪽으로 끌어당겨 우리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서판교역도 올해 상반기에 준공될 예정"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이밖에도 GTX-A 성남역 개통, KAIST(카이스트) 판교 AI(인공지능) 연구원 설립 추진 등 성과를 자세히 설명했다. 어르신들은 박수를 치며 응원했다. 어르신들이 건강을 걱정하자 "국회의원 300명 중에 풀코스 마라톤은 저 혼자 뛴다. 제일 건강한 사람이니 걱정하지 마시라"며 환히 웃었다.

안 의원은 일정 도중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최근 분당갑 여론조사 추이에 대해 "저는 여론조사 그렇게 신경은 안 쓴다. 여론조사로 뽑는 건 아니잖나, 투표로 뽑지"라며 "주민들께 진심으로 다가가고 그동안에 못 알렸던 제가 했던 일들을 정확하게 열심히 잘 알리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유세를 다니며 들은 주민들의 주된 요구사항을 묻자 "여긴 굉장히 특성이 다른 동들이 많아서 요구사항이 다 다르다. 노원구와 다른 점"이라며 "예를 들어 서판교는 지금 텅 비어있는 곳이 많고 교통이 불편하다. 그래서 월곡과 서판교를 연결시키는 서판교역을 만든다든지 지하철 3호선 연장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판교에 교육기관과 연구기관이 부족해 카이스트 판교 AI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판교분원 유치, 그건 이미 제가 다 했는데 상대가 공약으로 내놓더라. 약간 기가 막혔다"며 "탄천 동쪽에 아파트가 굉장히 많은데 이매동, 서현동의 경우 재건축이 핫이슈라 그 문제를 주로 얘기한다"고 했다. 안 의원은 22대 국회에 입성해 자신이 발의한 재건축 특별법의 구체적 실행을 제대로 해내고 싶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인 안 의원은 최근 여권에서 '수도권 위기론'이 다시 불거진 데 대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원들을 다시 결집하게,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해임 등 민심을 앞장서서 전한 것도 굉장히 좋다"고 했다. 다만 "보완했으면 하는 것은, 지금 지지층이 우리 당에 갇힌 느낌이 든다. 한 위원장이 주로 우리 지지층이 모인 지역에 가신다"며 "일반 시민들이 있는 곳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행보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험지' 분당에 뜬 '노무현의 남자' 이광재 "제가 진짜 일꾼"

경기 성남분당갑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

더불어민주당 경기 성남분당갑 이광재 후보가 판교역 인근 한 카페에서 한 시민과 사진을 찍는 모습. 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시민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도현 기자더불어민주당 경기 성남분당갑 이광재 후보가 판교역 인근 한 카페에서 한 시민과 사진을 찍는 모습. 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시민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도현 기자
"처음에는 '나와줘서 고맙다'던 주민들이 이제는 '꼭 이겨달라' 하시네요."

백화점을 찾은 방문객들로 붐빈 지난 16일 저녁 경기 성남시 판교역 인근. 이날 마지막 유세 일정을 소화하던 더불어민주당 경기 성남분당갑 이광재 후보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강원 지역에서만 출마해온 이 후보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분당갑에 전략공천됐다. 대권에 도전했던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버티고 있어 주변의 우려가 컸지만 "윤석열 정부 심판이라는 국민의 명령을 실행해야 한다"면서 출사표를 던졌다. 이 후보는 유세 활동을 통해 주민들의 정권 심판 열의가 더욱 잘 느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 후보의 캐치프레이즈는 '실력은 이광재'다. '원조 친노(친노무현)'인 이 후보는 참여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강원도지사 등을 지내며 얻게 된 '일하는 정치인'이란 평가를 부각해 선거를 승리로 이끈단 전략이다. 이를 위해 이 후보는 연일 강행군을 계속하고 있다. 매일 아침 거리·차량 인사에 나서며 출근길 주민과의 만남으로 하루를 연다. 여러 간담회에 참가하고 퇴근 시간까지 상가를 돌며 인사 나누길 반복한다.

주말인 이날도 다르지 않았다. 오전 인사와 한 아파트에서 주최한 알뜰장터에 참여하고 백현마이스추진위원회와의 간담회를 마친 뒤 율동공원으로 향했다. 이곳은 분당 시민들이 사랑하는 쉼터다. 이 후보는 수변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걸으며 마주치는 모두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지지를 부탁했다.

이날 유세에는 민주당 강선우 의원(서울 강서구갑)도 함께했다. 강 의원도 이번 총선에서 본인 지역구 재선에 도전하느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험지 출마를 감행한 이 후보를 돕기 위해 이날 분당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 강 의원은 이 후보와 사진 찍기를 요청하는 이들의 휴대폰을 건네받아 자세를 낮춰 사진을 찍는 등 이 후보 지원에 매진했다.

산책로에서 만난 한 40대 여성은 "강원도에서 오셨다는 말 들었다. 너무 기대된다"며 이 후보를 환하게 맞았다. 민주당 당원이라고 밝힌 30대 장애인 여성은 "이 후보가 왔다는 얘길 듣고 휠체어를 끌고 인사드리러 왔다"면서 "반드시 승리해 장애인을 위한 많은 정책을 선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산책을 나온 50대 남성 4명도 이 후보를 알아보더니 함께 사진 찍기를 청했다. 짧게는 25년 길게는 30년 넘게 분당에 거주했다는 이들 중 한 남성은 "분당갑은 1기 신도시와 판교를 중심으로 한 2기 신도시가 모두 포함되다 보니 다양한 구성원이 모여 사는 곳"이라면서 "자연히 관심사나 요구사항도 다 다르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재건축만 하더라도 70대 이상은 지금 모습 그대로 살고 싶어 하는 경향이 강해 반대하는 이들이 많고 재산증식을 바라는 50대를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려 하는 것"이라면서 "신분당선·분당선 인근 단지와 먼 단지 간 교통에 대한 불만 정도도 큰 차이를 보이는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정말 일 잘하는 사람이 당선돼야 하는 곳"이라고 했다.

둘레길을 걷던 도중 '황톳길 맨발 걷기' 체험장이 나타나자 이 후보와 강 의원은 신발과 양말을 벗고 주민들 앞에 섰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이 "분당에서만 13년을 산 저희 아이가 올해 24세가 돼 청년수당(성남시 청년기본소득)을 받을 나이가 됐는데 이게 없어졌다"면서 "새로 취임한 시장(신상진 성남시장)이 그걸 없애 너무 화가 난다"고 토로하자 이 후보는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경청했다. 이어 옷 품에서 수첩을 찾다가 놓고 온 것을 깨닫고는 "반드시 살펴보겠다"고 다독였다.

이 후보의 이런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웃음 전도사'로 유명한 정덕희 교수였다. 정 교수는 "이 후보의 어머니가 저를 양녀로 삼았다. 이 후보가 원래는 1남 6녀 중 둘째인데 나까지 1남 7녀의 둘째다"면서 "유세에 참여할 순 없지만 멀리서라도 응원하기 위해 함께 왔다"고 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정식 후보 등록 전 예비후보 신분일 때는 후보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만이 명함을 나눠주거나 육성으로 지지를 호소할 수 있다.

이 후보의 유세는 율동공원에서 판교역으로 이어졌다. 대형 백화점과 접해 있어 타 지역구 거주민 비율도 높았으나 본인과 민주당을 지지해달라는 호소를 이어갔다. 12시간 넘게 이어진 강행군으로 지친 기색을 보인 이 후보는 잠시 쉬어가자며 인근의 한 카페로 들어섰다. 휴식을 위해 들어섰지만 카페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인사하고 명함을 건네고 주먹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앉았다.

이 후보는 "주요 단지들이 저와 안철수 후보를 각기 다른 시간에 불러 간담회를 실시한다. 대형 스크린에 날카로운 질문들이 빼곡히 띄워 놓고 즉석에서도 어려운 현안 관련 질문들이 쏟아진다"면서 "진땀을 빼면서도 분당 주민들이 단순히 정당만 보는 게 아니라 각 후보의 답변을 통해 개인의 능력을 검증하는 것 같아 굉장히 합리적인 선거를 치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분당을 실망하게 하지 않을 '진짜 일꾼'임을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뛰어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경기 성남 분당갑은?

경기 성남 분당갑은/그래픽=최헌정경기 성남 분당갑은/그래픽=최헌정
경기 성남 분당갑은 수도권의 대표적인 보수 텃밭이다. 1기 신도시인 분당과 2기 판교신도시를 동시에 끼고 있는 지역구로, '경기도의 강남'으로 불린다. 다만 판교신도시가 들어선 후 젊은 IT(정보기술) 종사자들이 대거 유입되며 보수세가 옅어졌단 평가도 있다.

분당갑은 분당신도시가 들어선 후 16대 총선부터 보수 정당이 독점하다시피 했다. 16대 총선에서 고흥길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돼 18대까지 내리 3선을 지냈고, 19대 총선에선 이종훈 새누리당 후보가 승리했다.

반전은 20대 총선에서 일어났다. 민주당은 판교 테크노밸리의 성공한 기업가 출신인 김병관 후보를 영입해 공천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당시 현역인 친유승민계 이종훈 의원을 배제하고 친박계 권혁세 후보를 전략공천했다. 결국 김병관 후보가 이 지역구에서 진보진영 최초로 당선됐다.

21대 총선에선 김은혜 후보가 파란을 일으켰다. 미래통합당이 경기도 59석 중 고작 7석을 따내며 고전한 가운데서도 김 후보는 현역 김병관 의원을 상대로 0.72%p(포인트) 차이 신승을 거두는 저력을 보였다. 판교 10년 공공임대 분양 전환 문제 등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문제가 영향을 미쳤단 분석이 많다.

김은혜 의원이 경기도지사 출마로 사퇴하며 열린 2022년 6월 보궐선거에선 김병관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대결하며 IT 기업가 빅매치가 성사됐다. 결과는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안 후보의 압승이었다.

김병관 전 의원이 지난해 강제추행 혐의로 실형 선고를 받으면서 오는 4월 총선엔 민주당 소속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이 현역 안철수 의원과 대결하게 됐다. 개혁신당에선 류호정 후보가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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