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 다르네...큰손 쿠팡, 알리 '씀씀이'에 고민 커진 유통사들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4.03.23 10:30
글자크기

쿠팡, 메이저리그 서울시리즈 첫 개최...초대형 기획·마케팅 역량 과시
알리 K베뉴 1000억 쇼핑 보조금...첫날 17만7000만장 쿠폰 모두 소진

 21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공식 개막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의 2차전 경기,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1사 후 우중간 안타를 때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21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공식 개막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의 2차전 경기,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1사 후 우중간 안타를 때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국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쿠팡과 알리익스프레스가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대규모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국내 온·오프라인 유통사들이 모두 긴장하고 있다. 연말 프로모션 등 일반적인 할인 행사와 차별화된 기획으로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어서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일 양일간 쿠팡플레이가 단독 중계한 메이저리그 개막전 서울시리즈 LA다저스와 SD파드레스 경기를 위해 쿠팡이 쓴 돈은 약 150억원으로 추정된다.



쿠팡은 티켓 판매와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기 위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제시한 중계권료 이상의 금액을 냈고, 프로그램 제작비 및 연습경기 대전료 등을 별도로 지불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쿠팡은 쿠팡플레이가 이번 이벤트를 위해 지불한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이번 메이저리그 서울시리즈를 통해 쿠팡이 얻은 마케팅 효과가 상당히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쿠팡은 지난해 12월 1일 메이저리그 서울시리즈 개최 소식을 공개했다. 당시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골든글로브를 수상한 SD파드리스 소속 김하성 선수에게 이목이 쏠렸다. 하지만 공식 발표 후 10일 뒤에 오타니 쇼헤이가 LA다저스로 전격 이적하면서 이 경기가 한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됐다. 이는 쿠팡 측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행운'이었다.

쿠팡은 지난 2022년 손흥민이 뛰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 초청 경기를 단독 중계할 때도 100억원 이상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여름에는 김민재가 소속된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팀 바이에른 뮌헨 초청 경기도 단독 중계할 계획이다.

쿠팡플레이는 쿠팡의 유료 서비스 와우 멤버십 회원만 볼 수 있다. 쿠팡은 월 4990원의 요금을 내면 쿠팡플레이 무료 시청을 비롯해 △무제한 무료 로켓배송 △신선식품 무제한 무료 배송 △쿠팡이츠 할인 △30일 이내 무료 반품 혜택을 제공한다.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 수는 지난해 말 1400만명에 달한다. 2018년 첫 출시한 와우 멤버십은 2020년 말 회원 수 600만명을 돌파했고, 이후 매년 200만~300만명씩 회원 수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알리익스프레스 앱 화면 갈무리/사진=알리익스프레스 앱 화면 갈무리
지난해부터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한 중국 이커머스 업체인 알리익스프레스도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소비자들을 끌어모은다.

알리는 지난 18일부터 한국 상품 전문관 K-베뉴에서 총 1000억원의 쇼핑 보조금을 지원하는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또 오는 27일까지 10억원 상당의 K-베뉴 전용 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앱 화면에 나온 볼을 터치하면 무작위로 1350원, 1만원, 10만원, 30만원, 100만원 등 5종의 쿠폰을 지급한다. 알리 관계자는 "해당 이벤트에 참가자가 몰리며 준비한 쿠폰 17만7000장이 첫날인 21일 모두 소진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NS에는 당일 알리에서 받은 100만원짜리 쿠폰을 받아 고가 전자제품을 구매했다는 인증 사진이 올라왔다.

알리가 당초 저가형 생활용품 위주로 '반짝인기'에 그칠 것이란 전망과 달리 올해 초부터 CJ제일제당,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대기업이 만든 인기 상품을 K-베뉴에 대거 입점시켰고, 이들 상품에 대규모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신규 고객을 늘려가고 있다.

양대 이커머스 업체가 치열한 마케팅 경쟁과 물량 공세를 하면서 유통업계의 긴장감이 커졌다. 특히 기존 소비층이 대거 이탈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하지만 영업실적 악화로 대규모 투자가 녹록지 않아 고민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과 알리가 진행하는 이벤트와 프로모션의 스케일은 국내 이커머스 업체가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앞으로 신규 수요 확보가 더 어려워질 것 같다"고 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