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카페에 모인 반려견 순찰대. 왼쪽 위에서부터 오른쪽 순으로 일오, 둘이, 테디, 하다, 복실이, 미소다. /사진=김지은 기자
지난 21일 오후 7시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카페. 형광색 보안관 조끼를 입은 견주 6명이 개 한 마리씩을 데리고 들어왔다. 개는 반갑게 꼬리를 흔들며 다가와 사람 몸을 비볐다. 카페에 있던 견주들은 미소를 활짝 지으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이들의 정체는 반려견 순찰대. 평소 산책 활동을 하다가 위험 요소를 발견하면 신고 조치하는 우리 동네 지킴이다. 이날 합동 순찰을 하기 위해 뭉쳤다.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반려견 순찰대원들. /사진=김지은 기자
시베리아 라이카 하다(4)는 1톤(t) 트럭 뒤에 목이 줄에 묶인 채 달려가다가 구조돼 2년 전 이상미씨에게 입양됐다. /영상=독자제공
하얀색 털을 지닌 둘이(4)는 경북 시골 양봉장에서 곰팡이 핀 사료를 먹으며 길바닥 생활을 했다. 이를 본 봉사자가 둘이를 구조해 4년 전 허진영씨가 입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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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라이카 하다(4)는 1톤(t) 트럭 뒤에 목이 줄에 묶인 채 끌려가다가 구조돼 2년 전 이상미씨에게 입양됐다. 시바견 일오(4)는 처음에 살던 집에서 아이를 문다는 이유로 파양돼 이호진씨 품에 다시 입양됐다.
차우차우 테디(4)는 주인도, 집도 없어 보호소에 있다가 30대 자영업자 최아름씨에게 입양돼 가족이 됐다. 복실이(8) 역시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있다가 김원영씨와 인연이 돼 가족이 됐다.
입양 초기 개들 모습. 왼쪽 위에서부터 오른쪽 순으로 둘이, 테디, 일오, 복실이다. /사진=독자제공
허씨는 둘이를 입양하고 반려동물관리사2급, 반려동물매개심리상담사 2급 자격증을 땄다. 동물을 좀 더 성숙하게 키우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최씨는 테디와 함께 공혈견들에게 피를 수혈해주는 '헌혈견' 활동도 한다.
이웃들 시선도 달라졌다. 평소 대형견을 산책하면 "왜 큰 개를 데리고 나오냐" "너 고소하겠다" 등의 비난을 듣곤 했다. 하지만 반려견 순찰대 이후에 '기특하고 예쁘다' '너무 똑똑하다' 등의 칭찬이 오갔다. 이날 순찰 도중에도 "수고가 많다"며 사탕을 건네는 시민도 있었다.
21일 오후 반려견 순찰대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인적이 드문 골목길 위주로 순찰 활동을 하고 있다. /영상=김지은 기자
(위) 반려견 순찰 활동을 하면서 골목길 비상벨 점검하는 모습. (아래)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를 노란색으로 바꿔달라는 신고 조치 이후 개선된 모습. /사진=김지은 기자
복실이는 매일 오후 7시쯤 지하철역 앞에서 스토킹 피해 여성을 만나 집까지 함께 이동한다. 둘이는 지난해 여름 동네 산책을 하다가 나무에서 떨어진 새끼 까치를 발견해 구조할 수 있게 했다.
이날은 인적이 드문 어두운 골목길을 돌며 비상벨과 CCTV(폐쇄회로TV)가 잘 작동하는지 점검했다. 영등포구에서는 리트리버가 한강에서 투신한 사람을 발견해 구조하기도 했다.
반려견 순찰대는 25개 자치구에서 시행 중이며 서울에는 1011팀이 활동 중이다. 지난해 4만8431회 순찰해 범죄 예방 112 신고 331건, 생활 안전 신고 2263건을 달성했다.
올해는 1000팀을 신규 선발해 총 2000팀이 운영되도록 할 예정이다.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강민준 경위는 "다음달 11일까지 신청 기간"이라며 "일주일 동안 270여팀이 신청했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한 시민이 반려견 순찰대원을 보고 "수고가 많다"며 사탕을 건네는 모습. /사진=김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