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VS차파트너스 주총 안건/그래픽=이지혜
금호석유화학은 22일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자사주 처분·소각 조항을 신설하기 위해 이사회가 올린 정관 변경 안건을 출석 의결권 주식의 74.6% 찬성으로 채택했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제안한 정관 변경 안건은 찬성률이 25.6%에 그쳐 부결됐다. 앞서 차파트너스는 '이사회 결의 없이도 주총 결의가 있으면 회사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조항을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해당 안건이 부결되면서 자사주 전량 소각을 골자로 한 차파트너스 주주제안 의안도 자동 폐기됐다.
차파트너스는 지난달 중순부터 주주제안을 예고했다. 업계에서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명예회장 조카인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세 번째 경영권 분쟁을 시도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박 전 상무가 차파트너스자산운용에 의결권 행사 권한을 위임해서다. 박 전 상무는 2021년과 2022년에도 주주제안을 통해 경영권 장악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차파트너스의 제안을 일부 받아들였다.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50%를 향후 3개년간 분할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소각 목적의 자사주 취득 결정도 발표했다. 별도 당기순이익의 16.5%인 총 500억원 규모 자사주를 6개월간 취득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50%의 자사주를 남겨두는 게 총수일가에 우호적인 제3자에 처분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차파트너스가 주장하자, "단 한 차례도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자사주를 처분한 적이 없고 향후에도 이를 목적으로 처분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양측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이날 주총은 기관 투자자 등 주주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하는지가 승패를 좌우했다. 박 회장 등 회사 측 지분율은 15.5%, 개인 최대주주인 박 전 상무(9.01%)와 차파트너스 지분율은 10.1%다. 하지만 주총을 앞두고 ISS, 글래스루이스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잇따라 금호석유화학 안건에 힘을 실었다. 지분 9.09%로 캐스팅보트로 꼽혀온 국민연금도 전날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아닌 금호석유화학 안건에 찬성한다는 뜻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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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훈 금호석유화학 사장이 22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미리 기자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사장은 "학계에서도 PBR(주가순자산비율)을 개선하는 방안이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만 있는 건 아니라고 한다"며 "자사주를 절반 남겨둔 것은 경영권 방어가 아닌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어 "석유화학 불황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재무안전성을 기반으로 한 경영활동에 집중해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욱 성장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