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롱뇽 알 주우러 갔다가…11년 만에 백골로 발견된 5명의 소년 [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차유채 기자 2024.03.26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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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방송화면 캡처/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방송화면 캡처


1991년 3월 26일, 대구광역시 달서구 성서 지역에 살던 5명의 국민학생(우철원, 조호연, 김영규, 박찬인, 김종식)이 도롱뇽 알을 주우러 인근 와룡산에 올라갔다가 동반 실종됐다.



가족들은 아이들을 찾기 위해 실종 전단지를 배포하는 등 갖은 노력을 했으나 실종 11년 6개월 만인 2002년 9월 26일, 아이들은 백골로 발견됐다.

이후 이 사건은 '개구리 소년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이춘재 연쇄 살인 사건, 이형호 유괴 살해 사건과 함께 3대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아이들이 찾은 것은 도룡뇽 알? 탄두? "산 위쪽에서 비명소리가"
'개구리 소년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 '소년들...' 스틸컷 /사진=네이버 영화'개구리 소년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 '소년들...' 스틸컷 /사진=네이버 영화
아이들이 사라진 1991년 3월 26일은 5·16 군사 정변 이후 중단된 지방자치제가 30년 만에 부활하여 기초의회 의원을 뽑는 시·군·구의회 의원 선거일로, 임시 공휴일이었다.

당시 아이들은 도롱뇽 알을 줍기 위해 집 근처 와룡산에 올랐다. 그러나 사건 초기 도롱뇽이 개구리로 잘못 알려지면서 해당 사건은 '개구리 소년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됐다.


아이들은 사건 당일 와룡산에 가는 길에 만난 친구에게는 도롱뇽 알이 아닌 탄두를 채집하기 위해 산에 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당시 와룡산에 있었던 육군 제50보병사단 사격장에서 흘린 탄피를 주우러 간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여러 목격담을 통해 아이들이 와룡산에 간 것은 분명해졌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증언이 나왔는데, 당시 아이들과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던 함 모 군은 아이들을 보지는 못했으나 "산 위쪽에서 10초쯤 간격으로 날카롭고 다급한 비명소리를 두 차례 들었다"고 진술했다.

부모들은 오후 6시쯤부터 와룡산 주변에서 아이들을 찾다가 경찰에 실종 신고했고, 경찰과 함께 새벽 3시까지 산을 뒤졌음에도 아이들을 찾지 못했다.

아이들은 어디에? 허위 제보만 이어졌다
2019년 10월 10일 오후 대구지방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대구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한 보고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 = 뉴스12019년 10월 10일 오후 대구지방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대구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한 보고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 = 뉴스1
이후 '개구리 소년 사건'은 매스컴을 통해 전국에 알려졌다. 대통령 특별 지시로 군과 경찰이 총동원되어 와룡산 주변을 비롯한 전국을 샅샅이 뒤졌으나 아이들은 어디에도 없었다.

사건이 유명해지며 전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만큼, 부작용도 커졌다. 허위 제보를 비롯한 장난 전화가 빗발치면서 수사에 혼선이 생겼다.

생업을 포기한 채 전국을 돌면서 자식을 찾아나섰던 부모들의 노력도 허사가 되어 갔다.

실종 아동 중 한 명인 김종식 군의 아버지는 슬픔을 술로 달래다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5월에는 박찬인 군의 아버지가 2020년 급성뇌경색이 발병,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별세했다.

11년 6개월 만에 발견된 유골…잡히지 않은 범인
2011년 서울 동대문구 실종미아찾기본부에서 개구리 소년들의 부모님들이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DB2011년 서울 동대문구 실종미아찾기본부에서 개구리 소년들의 부모님들이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DB
사건이 잊혀져 가던 2002년 9월 26일, 실종 11년 6개월 만에 4구의 유골과 신발 5켤레가 대구 달서구 용산동 성산고교 신축공사장 뒷편 500m 떨어진 와룡산 중턱에서 발견되었다.

경찰은 아이들이 길을 잃고 저체온증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으나 부검을 맡았던 법의학팀은 감정 결과 명백한 타살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수사는 진척이 없었고, 범인은 결국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게 2006년 3월 25일, '개구리 소년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유족들은 2005년 말부터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공소시효 연장 및 폐지를 촉구했으나, 공소시효 연장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이 사건의 시효 만료 전에 통과되지 못했다.

"흉기 알고 있다" 31년 만의 주장, 신빙성은?
개구리 소년 사건의 범행 흉기를 알고 있다는 글(왼쪽)과 버니어 캘리퍼스(오른쪽) /사진= 네이트판, 게티이미지뱅크개구리 소년 사건의 범행 흉기를 알고 있다는 글(왼쪽)과 버니어 캘리퍼스(오른쪽) /사진= 네이트판, 게티이미지뱅크
그리고 2022년 6월, 온라인 커뮤니티에 '나는 개구리소년 사건의 흉기를 알고 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며 해당 사건은 다시금 주목받았다.

글쓴이 A씨는 '버니어 캘리퍼스'가 흉기라며 다수의 청소년 불량배가 범인이라고 주장했다. 와룡산 인근에 공업고등학교가 있었는데, 해당 학교 학생들이 버니어 캘리퍼스로 아이들을 살해했다는 것이다.

△문체가 지나치게 확신에 차 있는 점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했다는 점 △'너희들은 경험이 없어서 모른다'는 의미심장한 말 등을 근거로 일부 누리꾼들은 A씨가 사건의 관련자가 아니냐고 추측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당시 버니어 캘리퍼스가 범행 도구라는 제보가 있어 수사했지만 두개골 상흔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기록이 있다"며 "글쓴이와 접촉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잘 되지 않는 상황이다. 먼저 경찰에 연락을 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만 A씨가 과거 분란을 야기하는 글을 여러 차례 작성한 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현재 해당 가설은 신빙성이 높지 않다고 평가되고 있다.

여전한 사건 후유증…대구 달서구, 아동보호주간 운영
'개구리 소년 사건' 32주기 추모 행사 /사진=뉴시스'개구리 소년 사건' 32주기 추모 행사 /사진=뉴시스
사건 발생 후 오랜 시간이 흘렀으나, '개구리 소년 사건'의 후유증은 여전하다. 대구 달서구는 '개구리 소년' 실종 33주기를 맞아 아동보호주간을 운영한다.

장기실종아동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을 환기하고 아동의 권리 보장과 아동학대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마련된 행사는 21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된다.

행사는 기념식, 개구리소년 추모행사, 아동 구강건강 교육, 캠페인,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추모 그림그리기 행사 등으로 운영된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개구리소년 사건과 같은 아동 실종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세밀한 아동 보호 정책 마련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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