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소득증대세제 다시 수면위로…'부자 감세' 부담 넘을까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2024.03.21 05:35
글자크기

자사주 소각·배당 기업 법인세와 주주 소득세 부담↓
박근혜 정부 때 도입·폐지…'방법론'은 여전히 고민
기재부 "내달까지 배당상황 관찰 후 구체적 방안 발표"

배당소득증대세제 개요/그래픽=이지혜배당소득증대세제 개요/그래픽=이지혜


정부가 고질적인 한국 증시의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세제지원에 나선다. 자사주 소각 및 배당에 적극적인 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줄여주고 배당을 확대한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에게 배당소득세 부담을 줄여준다는 게 이른바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세제지원 방안의 핵심이다. 박근혜 정부 때 도입했다가 폐지했던 배당소득증대세제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배당소득증대세제가 공개된 것은 2014년 세법개정안 때다. 당시 정부는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라는 이름으로 △배당소득증대세제 △근로소득증대세제 △기업소득환류세제 등을 신설했다. 조세특례제한법에 근거한 배당소득증대세제는 2015년부터 3년 동안 운영되다가 연장 없이 사라졌다.



배당소득증대세제의 취지는 배당을 장려해 가계소득을 증대한다는 것이었다. 지원 대상은 △배당성향·배당수익률 120% 이상, 당해연도 총배당금 10% 이상 증가한 상장주식 △배당성향·배당수익률 50% 이상, 당해연도 총배당금 30% 이상 증가한 상장주식 등 크게 두 가지 유형이다.

이들 '배당 우등생' 기업의 배당금에는 세제혜택을 줬다. 대주주와 소액주주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이었다.



통상 배당소득에는 14%(이하 지방세 제외)의 원천징수세율이 붙는다. 하지만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이 연간 2000만원을 넘길 경우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로 넘어가 누진세율(현행 최고 45%)을 적용한다. 배당소득증대세제가 도입될 당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의 세율은 최고 38%다.

배당소득증대세제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의 세율을 25%로 낮췄다. 대주주를 위한 인센티브였다. 대주주는 배당에 나설 유인이 없다. 주식 양도소득 세율(20%)이 더 낮아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게 더 유리했고 배당보다 사내유보를 선호했다. 그래서 25%의 세율이라는 '선택적 분리과세'를 도입했다.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자본시장 선진화 관련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3.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자본시장 선진화 관련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3.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당시 최고 38%(배당세액공제 감안 시 31.18%)의 세율을 적용받던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25%의 세금을 내면 됐다. 미국과 일본 등이 배당소득세와 양도소득세 과세체계를 일치시켰던 점도 참고했다. 특히 소액주주를 위해선 배당소득 원천소득세율을 14%에서 9%로 낮추며 더 큰 인하폭을 제시했다.


'지도에 없는 길'이라고 불린 배당소득증대세제는 3년 만에 지도에서 다시 사라졌다. '부자 감세'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했고 실효성 논란도 있었다. 비판이 이어지자 25% 선택적 분리과세를 2000만원 한도의 5%로 세액공제로 바꿨지만 부정적 시선은 바뀌지 않았다.

사라진 배당소득증대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한 이유는 과거 경험치가 누적됐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배당소득세 감면 방안으로 소득·세액공제, 분리과세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배당소득증대세제에서 거의 다뤘던 방식이다.

물론 여전히 '부자 감세'에 대한 부담감은 남는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맞물려 그 부담은 더 커진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업들의 배당이 주로 3월과 4월에 집중된다"며 "배당 상황을 살펴본 뒤 시뮬레이션을 거쳐 어떤 정책이 효과적인 정책일지 판단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