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큰데 더딘 AI연구…이대론 밀려난다

머니투데이 김승한 기자 2024.03.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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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작년 역대최대 매출 불구 연구개발비용 비중↓
마감건수도 2년째 동일…빅테크경쟁 뒤처질라 우려

/사진=윤선정 디자인 기자/사진=윤선정 디자인 기자


네이버(NAVER (181,500원 ▼1,200 -0.66%))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음에도 연구·개발에는 다소 소극적이었다. 매출 성장폭에 비해 연구·개발비 증가폭은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연구·개발 마감 건수도 2년째 제자리다. AI(인공지능) 등 혁신기술에 대한 글로벌 빅테크(대형 IT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자칫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네이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연구·개발비는 1조9926억원이다. 전년(1조8091억원) 대비 10.1% 증가했다. 단순 규모로는 역대 최대지만 매출증가율에 비해 턱없이 낮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7.6% 증가한 9조6706억원이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매년 줄고 있다. 지난해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20.6%였다. 여전히 20%대로 많은 금액을 연구·개발에 쏟아부었지만 2019년(25.2%) 이후 매년 1~2%포인트 감소한다.

자회사를 제외한 네이버의 자체 연구·개발비는 감소했다. 지난해 별도 기준 네이버의 연구·개발비는 6357억원으로 전년(7374억원) 대비 13.8% 줄었다. 별도 기준으로 연구·개발비가 감소한 것은 2017년(2944억원, 전년 대비 11.5%↓) 이후 처음이다.



연구·개발 마감 건수도 2년째 그대로다. 지난해 네이버의 연구·개발 마감 건수는 전년과 동일한 21건이다. 연구·개발이 정점을 찍은 2020년에는 50건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듬해 32건으로 떨어지더니 지난해와 올해 21건까지 줄었다. 지난해 마감 연구·개발 실적 중엔 동영상·이미지 관련 기술이 많았고 현재 네이버는 152건의 연구를 진행 중이다.

IT(정보기술)업계 관계자는 "연 1조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하는 국내 기업 중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20%를 넘는 기업은 네이버가 유일하다"면서도 "다만 몸집이 커지는 만큼 그에 걸맞은 연구·개발이 따라줘야 하는데 아쉽다"고 했다.

네이버는 AI 시대에 발 빠르게 대응했지만 크게 주목받진 못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영향력이 있는 VC(벤처캐피탈) 앤드리슨호로위츠가 최근 발표한 '생성형 AI 사용량 순위'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라이너(회사명·서비스명 동일)는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 캐릭터닷AI(회사명·서비스명 동일)에 이어 4위에 올라 주목받았다. 반면 네이버는 순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8월 생성형 자체 LLM(초거대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 후 대화형 AI 서비스 '클로바X', AI 검색서비스 '큐:' 등을 베타서비스로 선보였다. 하지만 두 서비스 모두 현재 주목받지 못해 더 많은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각 사업부문의 꾸준한 성장과 함께 2023년 초 연결 매출에 반영된 자회사 '포시마크'(2023년 1월 인수한 중고패션 플랫폼) 등의 영향으로 매출폭이 크게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연구·개발 비중이 감소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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