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4', 사진=에이비오엔터텐먼트
하지만 이 부분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마동석의 우람한 체격과 괴력이 이 시리즈의 최고 매력이지만 사실 마동석이 아주 큰 ‘덩치’의 소유자는 아니라는 점이다. 무슨 소리냐고?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출연했던 대표적인 액션 스타 드웨인 존슨은 195㎝, 118㎏의 ‘거인’이다. 미국프로레슬링(WWE) 선수 출신으로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 등에 출연한 데이브 바티스타도 193㎝, 131㎏의 거구다. 액션의 클래식이 된 ‘터미네이터’의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188㎝, 107㎏.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젊고 말라 보이는 ‘어벤져스’ 시리즈의 ‘토르’ 크리스 헴스워스도 190㎝, 110㎏에 이른다. 할리우드에서 한 덩치하는 액션배우라면 적어도 키 190㎝ 정도에 몸무게 100㎏을 훌쩍 넘는다. 이에 비하면 마동석은 평균에도 못미치는 셈이다.
'범죄도시4',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대표적인 게 영화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자리 잡은 ‘어깨 등장 신’이다. 첫 화면에서 카메라는 범죄현장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마동석의 뒷모습을 비춘다. 그의 어깨너머에는 범죄현장이 펼쳐져 있다. 그런데 어깨가 스크린을 절반 이상 꽉 채운다. ‘태평양’처럼 넓고 듬직해 보인다. 어깨는 마치 관객에게 "자, 이번엔 어떤 나쁜 놈들을 때려잡아 줄까"라고 말하는 것 같다. 마동석은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악인들을 시원한 한방으로 제압한다. 상대가 칼을 들고 있는 위험천만한 순간에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무심하게 눕힌다. 관객은 그의 통쾌한 액션에서 신뢰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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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4편의 예고편도 변함없이 이런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회를 거듭할수록, 관객의 기대가 올라갈수록 어깨의 크기가 우람해지는 것 같다.
물론 마동석의 팔뚝은 거의 월드 클래스급이다. 최근의 평균 사이즈가 약 21인치. 날씬한 여성의 허리 사이즈와 거의 비슷하다. 이 팔뚝에서 나오는 복싱 액션은 스피드와 효과음을 더해 타격감이 훨씬 짜릿해진다.
'범죄도시4',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마동석의 본명은 이동석이다. 이름과 성이 흔하다 보니 성을 바꿔서 팬들에게 좀더 각인될 수 있는 성씨를 쓴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가 할리우드에서 사용하는 영어 이름은 돈 리(Don Lee)다. 본명에서 따온 것임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마동석이 힘의 상징이라면, 돈 리는 영리함의 표현이다.
돈 리는 재치와 위트가 넘친다. 1989년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가 미국 국적을 취득한 그는 유창한 영어로 농담을 즐긴다. 그가 처음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이터널스’에 길가메시 역으로 캐스팅된 후 제작발표회장에서 보여준 위트가 그 예다. 진행자가 "만약 헐크와 길가메시가 싸우면 누가 이길 것 같으냐"고 묻자, 돈 리는 "여기 마크 러팔로가 와 있느냐"며 관객의 웃음을 유도한 뒤 "길가메시에 한 표를 주겠다"고 답해 박수받았다.
마동석은 건장한 체격의 소유자이지만, 여우 못지않은 영리함과 섬세함을 지니고 있다. 평소 기자회견이나 발표회, 관객과의 인사 등에서 말 한마디, 한마디로 좌중을 웃게 한다.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실제로 마동석은 1편부터 주연은 물론 영화의 기획과 제작, 각색에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따라서 액션의 연출이나 상황 설정, 대사 연결에서 마동석의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됐다. 덩치만 내세우는 액션배우에 머물지 않고, 상황과 대사까지 컨트롤하는 기민함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범죄도시 4’는 지난달 제7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스페셜 갈라 부문에 초청돼 해외 유수 매체들의 호평을 얻었다. 프리미어 현장에서 1600명의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고, 영화 전문매체 버라이어티는 "완벽하다", 스크린 데일리는 "가장 짜릿한 오락 액션", 데드라인은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한 재미" 등으로 칭찬했다. 마동석은 "10년 전 작은 방에서 ‘범죄도시’를 기획하면서 프랜차이즈 영화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4편을 보여드리게 됐다"며 "이번 영화는 톤이 1, 2, 3편하고 다르다. 이전까지는 경쾌하고 빨랐다면, 이번에는 조금 묵직한 액션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