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 혜택은 소수에게?…KDI "중장년 조기퇴직 줄여야"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2024.03.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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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KDI사진제공=KDI


급속한 고령화에 맞춰 우리나라 중장년층 임금근로자의 고용 불안정성을 극복하고, 이를 위해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가 나왔다. 보고서는 구조적 변화가 정년 추가연장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0일 발표한 '중장년층 고용 불안정성 극복을 위한 노동시장 기능 회복 방안' 보고서에서 "중장년층 노동수요를 진작하려면 기업들이 중장년층을 더 쉽게 정규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 제도와 관행을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인 우리나라 중장년층 근로자의 고용 불안정성에 주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55~59세 남성 근로자 중 1년 미만 근속자 비중은 2021년 기준 26.8%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튀르키예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한 연구위원은 "남성 임금근로자의 경우 40대 중반 이후 중위 근속연수의 증가가 멈추고 50대부터 급락한다"며 "여성의 경우 30대 중반부터 중위 근속연수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데, 50대 남성 및 40대 여성의 고용 불안정성 증가는 세계적으로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현상"이라고 밝혔다.



중년 이후 고용불안정성이 증가하는 이유는 비정규직 비중이 근로자 연령과 함께 빠르게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중장년층 근로자에 대한 정규직 노동수요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제시했다. 정규직에서 이탈하면 다시 정규직으로 재취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연구위원은 중장년층 정규직 노동에 대한 수요가 낮은 이유를 정규직 임금의 경직성, 특히 과도한 연공서열형 임금구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 및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증가가 매우 가파르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현재의 노동시장 상황이 중장년층 조기퇴직과 여성 경력단절을 초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인구 고령화와 여성 경제활동 참여 증가 등 거시적 변화에 대응하는데도 제약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한 연구위원은 "정년 연장 및 출산율 제고의 맥락에서 바라볼 때 현재의 노동시장 상황에서는 의미 있는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워 노동시장 구조를 개혁할 필요성이 제기된다"며 "중장년층 조기퇴직이 만연한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추가적인 정년 연장의 정당성이 부족하고 기대되는 효과성도 낮다"고 말했다.

보고서가 제시한 노동시장 구조개혁 방안은 △대기업 및 공공부문 중심의 정규직 임금 연공성 완화 △해고 과정의 예측 가능성 제고 △비정규직 보호 강화 △고용보험 제도의 점진적 개혁과 더불어 고용 안전망 강화 등이다.

한 연구위원은 "제도적 힘보다는 시장의 힘에 의한 안정성을 확대해 중장년층 조기퇴직 및 여성 경력단절을 감소시켜야 한다"며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토대로 정년 연장도 더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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