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400만원' 예비역 복덩이가 왔다, '타율 0.474' 한화 가을의 꿈 도울 특급 신성의 등장

스타뉴스 안호근 기자 2024.03.2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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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임종찬. /사진=안호근 기자한화 이글스 임종찬. /사진=안호근 기자


타율 0.474(21타수 10안타) 1홈런 8타점, 출루율 0.500, 장타율 0.810, OPS(출루율+장타율) 1.310.

지난 시즌 타격 2관왕 노시환(24)의 성적표가 아니다. 군 전역 후 복귀한 '툴 플레이어' 임종찬(23)이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놀라운 결과물이다.

올 시즌 한화는 류현진과 안치홍, 김강민, 이재원,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 등을 영입하며 단숨에 가을야구 후보 중 하나로 떠올랐다. 내외야에 모두 치열한 경쟁 구도가 형성됐는데 임종찬이 수많은 동료들을 제치고 외야 한 자리를 차지하는 분위기다.



성적이 모든 걸 증명해준다. 임종찬은 시범경기 기간 팀 내에서 가장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했다. 5할에 육박하는 타율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타점은 하주석(10타점)에 이어 2번째로 많고 규정타석에서 모자라긴 해도 전체 타율 1위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타율 0.381)과 비교해도 훨씬 앞서 있다.

당초 한화 외야를 뚫어내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과 같은 확률로 보였다. 특히나 임종찬이라면 더 그랬다. 타격은 물론이고 외야 수비에서도 합격점을 받은 페라자가 왔고 겨우내 채은성과 정은원도 외야 수업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능성을 인정 받은 최인호와 이진영 등에 비해서도 원점에서 시작하는 모양새였다.



한화 임종찬이 시범경기에서 안타를 날리고 있다.한화 임종찬이 시범경기에서 안타를 날리고 있다.
2020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 28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은 임종찬은 툴 플레이어로서 기대를 받았으나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채 2022년 도중 현역으로 입대했다. 지난해 말 복귀한 임종찬은 새 시즌을 준비했다.

우주의 기운이 임종찬을 돕고 있다. 이대진 2군 감독의 강력 추천으로 1군에 올렸으나 교체로 나선 2경기에선 무안타에 그쳤다. 페라자가 팔 통증을 호소했고 최 감독은 임종찬을 그 자리에 시험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페라자가 선발로 나서는 데엔 무리가 없다고 말을 바꿨다. 최 감독은 "그렇다고 (임종찬을) 다시 뺄 수는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오해가 낳은 행운의 선발 출전이었다.

11일 KIA 타이거즈전에 5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임종찬은 3타수 1안타로 타격감을 끌어올렸고 도루도 하나 기록했다. 본인에게 찾아온 기회를 어떻게든 잡아내겠다는 간절함이 돋보인 플레이였다.


이후 폭발적인 타격 잠재력을 뽐내며 단숨에 자리를 꿰찼다. 특히 지난 16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7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홈런 포함 4타수 4안타 2타점 3득점 맹타를 휘두르더니 다음날 롯데전엔 5번 우익수로 출전해 5타수 3안타 4타점 1득점으로 뜨거운 타격감을 이어갔다. 18일 두산전엔 교체 출전해 1타수 무안타로 잠시 쉬어가더니 19일 두산전 다시 7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1안타 2볼넷으로 3출루 경기를 펼치며 최원호 감독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최 감독은 "임종찬은 좋게 보고 있다. 정경배 코치와 같이 입단했을 때부터 봤다"며 "군대 다녀온 후에 좋아졌다고 타격 파트에서 이야기를 하더라"며 "또 기존에 외야에서 경쟁하던 선수들의 타격감이 썩 좋지 않다. 어깨도 워낙 좋은 선수"라고 평가했다. 최저 수준인 연봉 3400만원을 받는 임종찬의 새 시즌 도약을 기대케 하는 발언이다.

임종찬(오른쪽)이 지난 16일 롯데 자이언츠와 시범경기에서 홈런을 날리고 3루에서 김재걸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임종찬(오른쪽)이 지난 16일 롯데 자이언츠와 시범경기에서 홈런을 날리고 3루에서 김재걸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지난 16일 맹타를 휘두르고 수훈 선수로 인터뷰를 가진 임종찬은 전역 후 달라졌다는 평가에 대해 "그랬던 것 같다. 아무래도 야구를 직접적으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 발 떨어져서 보게 되니 또 보이는 것들도 있어서 좋은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간절하지만 오히려 이런 부분이 독이 되기도 했다. 임종찬은 지난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마음가짐의 변화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다른 것보다 가장 큰 건 생각의 변화"라며 "항상 할 수 있을 만큼의 준비는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 너무 집착하기보다 경기장에서는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고 재미있게 경기를 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 군대에서 좋아진 게 있다. 바로 적중 체중을 찾은 것이다. 다양한 툴 중에서도 장타력에 강점이 있는 임종찬이기에 오히려 군대에서 근육은 물론이고 체중도 증량하지 않았을까 싶었지는 그는 "가기 전보다 살이 더 빠졌다"며 "몸이 더 가볍고 스윙도 잘 도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방면에서 욕심이 있는 임종찬은 체중 감량으로 인해 주루 플레이에서도 자신감이 붙었다고 전했다.

거의 우익수로만 출전했던 임종찬이지만 올 시즌 중견수로도 적지 않은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시범경기에서도 초반엔 우익수로 나섰지만 출전을 거듭하며 중견수로 나서는 일이 많아졌다. 임종찬은 "처음에는 어색한 느낌이 있었는데 코치님들께서 많이 알려주시고 퓨쳐스에서도 고동진 코치님 등과 얘기를 많이 해 어려움은 없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외야수로는 20년 이상 경력의 김강민을 비롯해 내야수 안치홍, 포수 이재원 등 한화의 약점이라 불렸던 경험을 메울 수 있는 베테랑들이 동시에 영입됐다. 이는 임종찬에게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한화 임종찬(왼쪽)이 안타를 날리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한화 임종찬(왼쪽)이 안타를 날리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그는 "확실히 야구를 잘하시는 선배님들이 많이 오셔서 배우는 점이 많다. 알려주지 않아도 보면서 이제 성장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팀 분위기 자체가 많이 자신감이 생긴 모습이고 어디랑 붙어도 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며 "(김강민 선배는) 제가 태어날 때 데뷔하셨기에 배울 점이 정말 많고 확실히 몸 관리나 경기를 준비하는 것이나 보면 왜 정말 대단한 선수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 좋은 말씀을 너무 많이 해주신다. '잘할 수 있으니까 자신 있게 하라'고 해주신 말씀이 힘이 많이 된다"며 "(중견수 수비에서도) 더 배울 점이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수비적으로나 경기에 임하는 것들을 많이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툴 만큼 욕심도 크다. 임종찬은 "경기에 나가서 다방면에서 뒤처지지 않고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여러 방면에서 장점이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방심하진 않는다.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언제 나갈지 모르기 때문에 벤치에 있더라도 항상 경기에 나가는 것처럼 준비를 해야 한다. 상대 팀을 보면서 분석도 하고 몸도 언제라도 나갈 수 있게끔 잘 풀어놔야 한다"고 신인과 같은 자세를 강조했다.

마운드에선 류현진과 문동주, 외국인 투수 듀오와 탄탄한 불펜, 타선에선 노시환과 안치홍과 채은성, 페라자 등이 건재해 한화가 올 시즌 가을야구 유력 후보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게 한다. 반면 불안 요소는 역시나 선수층. 주전과 비주전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그러한 우려를 메워 줄 선수 중 하나가 바로 임종찬이다. 시즌 초반부터 좋은 기회를 얻게 된 임종찬이 한화 전력에 얼마나 플러스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을지 기대가 커진다.

한화 이글스 임종찬. /사진=양정웅 기자한화 이글스 임종찬. /사진=양정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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