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머니가 전자금융?…'머지 포인트' 방지법에 중소 게임사 휘청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2024.03.1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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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뉴시스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뉴시스


포인트 '먹튀'를 방지하기 위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 시행령의 대상에 게임머니를 포함하는 방안이 검토되면서 게임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사실상 금융기관 수준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대형 게임사들이 퍼블리싱(유통) 사업을 축소하고, 이에 따라 자체 퍼블리싱 역량이 부족한 중소형 게임사들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IT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해 9월부터 시행하는 전금법 개정안을 앞두고 시행령을 만드는 중이다. 이 개정안은 2020년 '머지 포인트' 사태에 따른 환불대란 이후 피해자 구제 및 피해 방지를 위해 마련됐다. 선불금(포인트)으로 규정한 재화를 판매하는 선불전자업체의 기준을 기존보다 구체화하고 규제를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금융위는 게임사들이 판매하는 게임머니를 선불금으로 분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단순히 자사 게임에만 사용하는 게임머니가 아닌, 자사에서 퍼블리싱하는 타사 제작 게임까지 결제 범위가 확장되는 경우 '제3자성'을 인정할 수 있어서다. 게임머니가 선불금으로 분류돼 전금법 개정안의 대상이 되면 금융위로부터 경영건전성 관리를 받고, 결제금액의 최소 50%를 은행에 예치하거나 보증보험에 의무가입해야 한다. 선불금 판매 정보를 외부에 기록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가능성도 있다.

사실상 게임사가 금융기관 수준의 규제를 받게 되는 셈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여러 규제가 적용되는 게임업계에 금융위라는 규제기관이 또 하나 추가되는 셈"이라며 "특히 포인트 충전금액의 50% 이상을 은행에 묶어둬야 한다는 내용은 게임사들의 유동성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 같은 규제를 피하기 위해 대형 게임 플랫폼들의 퍼블리싱 축소 가능성이 제기된다. 넥슨 플랫폼에서 타사 게임까지 결제 가능한 넥슨캐시, 유틸리티 코인으로서 위믹스플레이에서 다양한 게임에 쓰일 수 있는 위메이드 (46,050원 ▲100 +0.22%)의 위믹스 등이 선불금으로 판단될 소지가 다분하다. 엔씨소프트 (171,200원 ▼1,300 -0.75%) 등 별도의 플랫폼 공용 포인트를 운영하지 않는 업체들과 유동성 측면에서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대형 게임사들의 퍼블리싱 축소는 자연스레 중소형 제작사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자체 퍼블리싱 역량이 부족한 중소형사들은 통상 대형 게임사와의 계약을 통해 게임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대형사들이 전금법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중소형사가 만든 게임에 대한 공용 게임머니 연계를 중단하거나, 퍼블리싱 자체를 피할 수 있다.

이 같은 예상효과 때문에 게임산업협회 등 업계에서는 금융위를 대상으로 전금법 시행 대상에서 게임머니를 제외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는 아직 뚜렷한 결론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 소비자 구제 방안으로도 충분히 게임 소비자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고, 서비스를 종료하는 게임들의 경우 법으로 규정된 범위보다 더 넓은 피해 보상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며 "기대되는 효과가 없고 당장 중소형사들의 막심한 피해가 예상되는만큼 전금법 대상에서 게임머니를 제외하는 방안이 확정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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