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의혹 교사 이젠 없어" 특수학교 돌아가려던 학생…교육청이 '불허'

머니투데이 김지은 기자 2024.03.1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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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8살인 이모군이 과거 특수공립학교 다닐 당시의 모습. 밝은 모습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독자제공올해 18살인 이모군이 과거 특수공립학교 다닐 당시의 모습. 밝은 모습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특수학교에서 아동을 학대한 의혹을 받은 교사들이 학교를 떠났다. 하지만 학대 피해를 호소하며 일반 학교로 옮긴 장애청소년은 다시 특수학교로 복귀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교육당국의 불허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교육당국이 명확한 불허 사유를 밝히지 않는 가운데 해당 장애청소년은 제대로 된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자택에서 시간을 보내는 상황이다.

19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18살인 이모군은 복합2급(뇌병변3급, 정신지체3급) 청소년 중증 장애인이다. 이군은 2019년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특수공립학교에 입학했다. 당시 이군의 나이는 13살로, 이후 5년간 이 학교를 다녔다.



지난해 8월 이군 측은 해당 특수학교 교사 2명한테 학대를 당했다며 교사들을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현재 경찰은 학대 여부 등을 수사 중이며 해당 교사들은 올해 초 다른 학교로 이동한 상황이다.

이군은 평소 한국사를 좋아해 관련 책을 자주 읽곤 했다. 하지만 서울에 있는 일반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 장애시설이 미비해 수시로 넘어져 철과상을 입었다. /사진=독자제공이군은 평소 한국사를 좋아해 관련 책을 자주 읽곤 했다. 하지만 서울에 있는 일반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 장애시설이 미비해 수시로 넘어져 철과상을 입었다. /사진=독자제공
이군은 지난해 9월 집에서 가장 가까운 일반고등학교로 전학했다. 하지만 신체 적응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이군에게 단추가 많은 교복 셔츠나 후크, 지퍼가 있는 바지를 입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교실까지 가는 것도 어려웠다. 학교 교칙상 정·후문 앞까지 정차가 불가능했다. 이군은 홀로 차에서 내려 교실까지 내리막길을 혼자 걸어가야 했다. 급하게 뛰어가다가 마비 증상을 겪었고 수시로 넘어져 찰과상을 입었다.

또 일반고등학교 교육과정은 이군의 지적 수준에 맞지 않았다. 이군 부모 측에 따르면 이군은 평소 한국사를 좋아했는데 다른 친구들과 성적을 비교하게 되면서 자아존중감도 낮아지고 학업에 대한 흥미도 떨어지게 됐다고 한다.

(위)일반고등학교에서 이군에 대해 학교 재배치 신청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유. (아래)현재 일반고등학교에 다니는 이군에 대한 적절한 전학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서. /사진=독자제공(위)일반고등학교에서 이군에 대해 학교 재배치 신청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유. (아래)현재 일반고등학교에 다니는 이군에 대한 적절한 전학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서. /사진=독자제공
이군 측은 시설이나 학업 모두 이전에 다녔던 특수학교가 더 낫다고 판단해 다시 전학을 신청했다. 해당 학교는 이군 주거지에서 BF인증(장애물없는 생활환경)을 받은 특수학교 중 가장 가까웠다. 학교에 스쿨버스가 있어 통학에도 어려움이 없었다.


특수학교에는 경사진 곳도 없다. 엘리베이터와 교실 안 화장실까지 모두 마련돼 학생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담임을 제외하고 부담임, 실무사, 사회복무요원 등 총 4명이 아이들을 밀착 관리해 다친 적도 없다.

이군이 다니는 일반고 측도 지난해 11월 이군에 대한 학교 재배치 신청을 받아들였다. 평소 △교우관계, 학업스트레스로 급성 고혈압을 겪은 점 △체력저하, 다리 마비 증상으로 외부교육활동이 어려운 점 △등하굣길 위험으로 독립적인 보행 통학이 어려운 점 △교내 시설에 지체장애 학생을 위한 시설이 미비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서울시교육청이 이군에게 전달한 재배치 신청 기각 사유. /사진=독자제공  서울시교육청이 이군에게 전달한 재배치 신청 기각 사유. /사진=독자제공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특수교육운영위원회 회의를 열어 이군의 재배치 신청을 논의한 끝에 이달 5일 최종 기각 처분을 내렸다. 이군이 특수공립학교로 돌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이군 학부모는 통보서를 받았지만 구체적인 사유가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통보서에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17조에 따라 장애정도, 능력, 보호자 의견 등에 위배되는 점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심사했지만 위법 부당한 점을 찾을 수 없다"고 적혀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머니투데이 기자에게 "해당 회의에는 특수교육 전문가를 비롯해 현장교사, 법률인, 학부모 등이 참여했다"며 "학부모도 회의에 참석해 1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원회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일반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을 받는 게 특수학교보다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기각 사유는 개인적인 정보라며 답변을 거부하면서 "학부모 측에도 처분 이유와 근거를 전달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군 부모는 통보서에 적힌 내용 외에 어떤 이유도 설명을 듣지 못했으며, 수차례 서울시교육청에 연락해 물었지만 담당자의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이군 어머니는 "일반고등학교도 특수학교에 가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상황에서 그렇게 말하는 게 납득이 안간다"며 "장애인은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배치돼 학습권을 누릴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명확하지 않은 사유로 계속 불허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표는 "통합학급에서 (교육이) 잘 안되면 특수학교로 가는 게 지금까지 통상적인 관례였다"며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은 학습권을 포기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고에 적응이 안되면 특수학교에 가서 적응하도록 해야 하는게 교육청 역할"이라며 "기각 사유를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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