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마일리지·백화점·게임·네이버까지…전금법 '폭풍전야'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최우영 기자 2024.03.1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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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카오·토스 선불충전금 외부 기록관리 도입에 반발

전금법 개정안 적용 가능성 있는 주요 업종들/그래픽=김다나전금법 개정안 적용 가능성 있는 주요 업종들/그래픽=김다나


'머지 포인트'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개정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시행을 앞두고 항공사, 게임사, 백화점 등 유통업계와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까지 긴장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개정된 법의 적용 범위를 어디까지 둘지에 따라 '후폭풍'이 불 수 있어서다. 3조원이 넘는 항공마일리지가 당국 규율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루 평균 1조원이 넘는 네이버·카카오페이 등 기존 선불업자는 충전 거래 정보를 외부에 기록·관리해야 해 반발하고 있다.

마일리지 3조 이상 쌓인 항공사, 전자업자로 등록?
18일 관련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8월 개정된 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금융위는 시행령을 개정하기 전 국회 정무위원회에 개정법 적용 범위와 대상을 사전 보고해야 한다. 개정된 법은 올해 9월 시행된다. 금융위가 전금법 적용 범위를 어디까지 긋냐에 따라 관련 산업에 미칠 파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전금법은 '머지 포인트' 환불대란 이후 마련된 법안이다. 2020년부터 1년간 선불전자지급수단 '머지머니' 약 2521억원 어치가 판매됐는데 재정난에 빠진 회사가 운영을 중단하면서 소비자 57만명이 피해를 입었다. 이를 계기로 선불전자업체의 등록 요건이 강화되고, 선불금(포인트) 관리 기준이 강화된 것이다.

당국의 규제를 받는 선불업자는 크게 늘어난다. 개정전엔 △포인트를 발행한 회사가 아닌 제3의 회사에서 재화용역을 구입해 쓸수 있느냐와 △이 포인트를 2개 업종 이상·가맹점 10개 이상에서 쓸수 있느냐가 기준이었다. 하지만 개정 이후 업종 기준이 없어졌고 가맹점 숫자도 1개 이상이면 등록 의무가 있다. 대신 포인트 발행잔액·발행총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업자로 범위를 좁히기로 했다. 이 기준을 금융위가 시행령으로 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항공사 마일리지가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는 지난해 3분기 기준 2조4700억원, 9500억원으로 합쳐서 3조원이 넘는다. 항공 마일리지를 자사 비행기 표를 구매하는데만 쓰면 '제3자성'이 없어서 규율 대상이 아니지만 현재 호텔 숙박비나 가전, 생활용품, 모바일 쿠폰 등 사용처가 다양하다. 협약을 맺은 해외 항공사를 이용할 때도 사용가능한 만큼 규제 대상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전금법상 면제 대상이 되는 방법은 열려 있다. 법상 소비자가 포인트(마일리지)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경우 업자(항공사)가 보증보험 등에 가입하면 면제된다. 실제 최근 항공사들이 서울보증보험 등과 보험 가능 여부를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보증요율 등 추가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항공사가 등록 대상이 되면 경영건전성 관리를 받아야 한다. 마일지리(선불금)의 50% 이상을 은행에 예치하거나, 신탁 혹은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의무다.


전급법 개정안 주요 내용/그래픽=김다나전급법 개정안 주요 내용/그래픽=김다나
하루 거래금액 1조원...네이버·카카오·토스 긴장모드
'날벼락'은 게임업체에도 떨어졌다. 넥슨 등 주요 게임사들은 자사 플랫폼에 공용으로 쓸 수 있는 게임머니(넥슨캐시)를 판매한다. 넥슨 플렛폼에 들어온 다른 게임업체에서 넥슨캐시를 사용하는데 역시 전금법 대상이다. 대형 게임 유통사들이 전금법 규제를 피하려고 게임머니 사용처를 자사로 제한하면 중소형사는 고사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게임업계에선 적용을 면제해 달라고 금융위에 강력히 요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선불업자들도 긴장한다.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토스(비바리퍼블리카) 등 빅테크 기업은 포인트(선불충전금) 보호 책임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금액은 일평균 1조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이 네이버·카카오 등 전자금융업자 몫이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보호라는 법 취지에 따라서 이들 업체의 선불 충전금 정보를 외부에 기록, 관리하는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결제원이나 신용정보원 등 공적인 기관이 거래 정보를 기록하고 관리하면 향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별로 거래 잔액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다. 머지 사태 때 발생한 혼란을 막기 위한 조치지만 해당 업체는 반발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규모가 커진 선불업자의 경우 그에 상응하는 소비자 보호 장치를 둬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라며 "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서 정보의 기록, 관리를 엄격하게 해야 제2의 머지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사용 충전금이 3000억원이 넘는 스타벅스는 전금법 폭풍을 비켜가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스타벅스는 포인트 사용처가 직영점으로 제한돼 '제3자성'이 없어서다. 다만 스타벅스는 자체적으로 포인트(충전금)의 100% 보증보험에 가입해 소비자 보호 장치를 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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