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광고판 사로잡은 이 회사…남몰래 살 주식[밸류업 대해부]

머니투데이 김진석 기자 2024.03.19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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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대해부](17)불황에도 강한 이노션…증권가 재조명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내놓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찾기 열풍이 이어진다. 안정적인 재무상태와 적극적인 영업활동에도 그간 시장에서 소외받던 종목들이 하나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지속된 주가 하락으로 PBR 0.9배 수준에서 머물고 있는 현대차그룹 계열 광고대행사 이노션 (22,850원 ▲100 +0.44%)에 주목하고 있다. 실적 개선세와 강화된 주주환원 정책이 호전망을 뒷받침한다. 이노션이 '저평가'라는 허물을 벗고 재도약할지 주목된다.



PBR 0.95배…경쟁사 대비 저평가
이노션 주가 추이/그래픽=윤선정이노션 주가 추이/그래픽=윤선정


18일 코스피 시장에서 이노션은 전 거래일보다 250원(1.17%) 오른 2만1600원에 거래를 마무리했다. 올해 들어서는 0.93% 올랐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주로 주목받았지만, 여전히 52주 최고가와 비교해 6.2% 하락한 수준이다.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이노션의 PBR은 0.95배다. 통상적으로 저평가 종목을 구분할 때 기준이 되는 1배를 밑돈다. 지난해 부진한 광고 업황으로 증시에서 소외되며 하락을 면치 못했다. 동종 업계 기업인 제일기획 (18,750원 ▲30 +0.16%)(1.44배), 에코마케팅 (14,260원 ▲130 +0.92%)(1.74배)과 비교해서도 낮다.



지난해 광고 시장 전반은 크게 위축됐다. 지속되는 고금리 기조와 경기 불안으로 인해 국내외 광고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일부 광고주의 경우 매크로 상황을 주시하며 광고 물량을 집행하지 않았고, 실제로 이노션의 비계열 물량 수주는 예상치보다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도 이노션은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이노션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9.6% 증가한 2조929억원, 영업이익은 9.2% 늘어난 1494억원이다. 4분기 기준 매출총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국내 12.7%, 해외가 5.8% 성장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기저가 무색했다.

계열 광고주 '든든'…외형성장 지속
이노션 연간 실적 추이/그래픽=윤선정이노션 연간 실적 추이/그래픽=윤선정

이노션은 믿을 구석이 있다. 계열 내 주요 광고주의 캠페인 증가가 돋보였다. 페이스 리프트 및 볼륨 차종의 안정적인 캠페인이 지속되며 성장을 이끌었다. 매출 체력이 확대된 가운데 3개 분기 연속 4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했고, 성장성을 증명했다.

밸류체인 강화에 따라 판매관리비가 늘었지만, 일회성 비용으로 수익성 훼손 우려는 크지 않다. 이남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디지털 인력 증가, 경영실적 호조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 등 4분기 판관비는 2000억원을 기록했지만 향후 판관비 효율화는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이노션의 외형성장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 최대 광고 시장인 미국 시장에서의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노션은 2010년 슈퍼볼 광고 시장에 진출한 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전세계 1억명이 시청하는 슈퍼볼을 통한 인지도 상승은 긍정적이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슈퍼볼은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경기인 만큼 슈퍼볼에서의 이노션의 지속적인 성과는 미국 시장 내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노션의 중점 추진 분야 중 하나인 CX(고객 경험) 실적 증가로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주주환원 강화하는 이노션…증권가도 재조명
이노션 기업 개요/그래픽=윤선정이노션 기업 개요/그래픽=윤선정
이노션은 주주친화 정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노션은 2015년 상장한 후 지속적인 배당정책 강화를 통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40%가 넘는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배당 증가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시가 배당수익률은 5.5%에 달한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노션의 이익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고 배당수익률은 6% 수준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정체된 상황"이라며 "저평가, 고배당 , 현대차그룹이라는 최근 증시 상승 테마의 교집합에 자리했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내수 부진에 따른 광고 우려는 있지만 이노션이 슈퍼볼 광고 선호도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등 회사 역량 개선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또 6000억원 수준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추후 M&A(인수합병)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가치 투자 명가로 불리는 베어링자산운용은 최근 이노션의 보유 비중을 늘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베어링자산운용은 이노션의 보유비율을 6.04%에서 7.05%로 1.01% 늘렸다. 현대홈쇼핑과 한섬도 함께 담으며 소외된 저평가주 발굴에 나섰다.

증권가는 이노션의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이노션에 대한 증권가의 평균 투자의견은 '매수', 평균 목표주가는 4만333원으로 현 주가 대비 86%의 상승 여력이 있다. 2월 이후 리포트를 발간한 증권사 중 4곳(NH투자·메리츠·한화투자·DS투자증권)이 목표주가를 올렸다.

이노션 로고/사진제공=이노션이노션 로고/사진제공=이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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