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중러 정치행사 눈치보다가…블링컨 방한 맞춰 '미사일 도발'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2024.03.18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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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2)올해 '순항·탄도미사일' 발사 7번째
"中 양회, 러 대선 눈치…블링컨 방한에 존재감 과시"

북한이 18일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최소 3발 이상 발사했다. 사진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1월14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순항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사격을 지도했다고 보도한 모습. / 사진=뉴스1북한이 18일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최소 3발 이상 발사했다. 사진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1월14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순항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사격을 지도했다고 보도한 모습. / 사진=뉴스1


북한이 18일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최소 3발 이상 발사했다. 탄도미사일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따른 제재 대상으로, 지난 1월14일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지 64일 만의 도발 재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중국·러시아 정치 행사를 앞두고 미사일 발사를 자제했다가 행사가 마무리되자 도발을 재개했다고 분석한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7시44분부터 8시22분까지 평양 일대에서 북한 군이 동해상으로 SRBM로 추정되는 비행체를 최소 3발 이상 발사하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미사일은 300여㎞ 비행 후 동해상에 떨어졌다. 합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즉각 포착해 추적·감시하고 있다"며 "미국·일본 측과 관련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하고 있고 세부 제원은 종합적으로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명백한 도발행위로 강력히 규탄한다"며 "우리 군은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 하에 북한의 다양한 활동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北 미사일, 우리 군사시설 겨냥한 듯
북한이 18일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최소 3발 이상 발사했다. 사진은 북한이 지난 1월14일 순항미사일 '바다수리-6형'을 발사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한 모습. / 사진=뉴스1북한이 18일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최소 3발 이상 발사했다. 사진은 북한이 지난 1월14일 순항미사일 '바다수리-6형'을 발사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한 모습. / 사진=뉴스1
합참은 당초 발사 원점을 '황해북도 상원' 일대로 공지했다가 이를 '평양 일대'로 정정했다. 상원 군사시설과 평양 지역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둔 약 50㎞ 거리에 있다. 우리 군은 이날 발사된 탄도미사일을 최소 3발 이상으로 본다. 미사일은 함경북도 길주군 앞바다의 무인도 '알섬' 방향으로 날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비행거리를 고려하면 우리 주요 군사시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평양에서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시 계룡대까지 직선거리는 약 330㎞다. 전북 군산의 주한미군 제8전투비행단까진 350㎞ 거리다.

북한은 이날까지 미사일 도발만 벌써 7차례 자행했다. 북한은 1월14일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처음 발사했고, 지난달 14일까지 순항미사일을 5차례 발사했다.

탄도미사일은 통상 사정거리에 따라 1000㎞ 이하면 SRBM로 불리고, 1000~5000㎞는 IRBM, 5000㎞ 이상이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등으로 불린다. 순항미사일은 이보다 낮은 고도로 비행하며 항공기와 유사한 원리로 날아간다. 탄도미사일 보단 한 단계 낮은 기술로 알려져 있다.


중러 눈치보다가…한미 밀착하자 도발 재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1월14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신형 순항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사격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 사진=뉴스1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1월14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신형 순항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사격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 사진=뉴스1
전문가들은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의 정치 행사를 배려해 미사일 발사를 자제했다가 행사가 마무리되자 도발을 감행한 것으로 본다. 특히 북한과 밀착 협력하는 러시아는 지난 17일 대통령 선거를 치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5선이 사실상 확정됐다. 중국도 지난 4~11일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개최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북한이 그동안 중국·러시아 정치 행사 일정을 감안해 탄도미사일 도발을 자제하다가 정치 행사 종료 후 바로 미사일 발사를 통해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향후 정찰위성 발사 등 내부적으로 정해놓은 일정에 따라 지속적으로 도발 행위를 전개할 것"이라고 했다.

통일부 산하 통일연구원 관계자도 "중국 양회와 러시아 대선 등의 일정을 고려했다가 한미가 밀착 협력하는 상황에서 탄도미사일을 쏜 것"이라며 "4·10 총선과 김일성 생일(4·15) 등 주요 일정에 맞춰 추가 미사일 도발 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찾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을 겨냥한 도발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17일 경기도 평택 오산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했다.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2021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세계적 권위주의 부상 등 민주주의 진영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양 총장은 "(이번 도발은) 블링컨 장관의 방한을 겨냥해 존재감을 과시하고,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며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북한 인권문제 등이 다뤄질 가능성이 큰 만큼 주권·내정 침해에 대한 사전 경고성 메시지도 내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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