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인천 계양을 후보인 원희룡 전 장관과 이천수 후원회장,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16일 인천 계양산 등산에 나서고 있다. /사진=박상곤 기자
봄볕이 따스했던 지난 16일 오전 계양산 초입인 인천 계양산성 박물관 앞. 국민의힘 인천 계양을 후보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운집한 주민들을 향해 이같이 밝혔다. 그가 밝힌 치워야 하는 돌덩이란 이 지역구 현역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가리킨다.
이천수 후원회장이 16일 계양산 등반 전 원희룡 전 장관 지지를 호소하며 큰절을 올리고 있다. /사진=박상곤 기자
원희룡 전 장관과 이천수 후원회장,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16일 인천 계양산 등산 전 주민들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상곤 기자
원 전 장관의 악수 요청에 어색해 하거나 "왜 길을 막냐"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일부 있었다. 2030 세대들은 심드렁한 표정이다가 이 후원회장과 엄 대장을 목격하고는 "오 이천수다, 이천수 아니야?" "뭐 하나 했는데 엄 대장님이 계시네"라며 관심을 갖기도 했다. 이 동네 토박이인 이 후원회장을 '선배님'이라고 친근하게 부르는 주민들도 목격됐다. 이 후원회장의 역할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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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전 장관과 이천수 후원회장,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16일 인천 계양산 등산 중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박상곤 기자
이들 3인방이 산행 도중 주민들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은 "도와주시면 (당선)된다"는 것이었다. 현재 여론조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원 전 장관이 이재명 대표와의 격차를 줄이고 있는 만큼, 유권자의 한 표 한 표가 중요한 상황이다. 원 전 장관은 "16%p에서 시작해 3주 만에 3%p까지 올라왔다. 하루하루 변화하는 민심을 느낀다"며 "계양은 특정 정당이 25년간 독점해 발전이 정체됐다. 계양을을 구석구석 돌며, 교통·주거·문화 혁신을 약속드렸다. 원희룡은 진짜 한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전 장관과 이천수 후원회장,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16일 인천 계양산 등산 도중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박상곤 기자
원 전 장관과 이 후원회장은 하산 후 쉴 틈도 없이 계양산 시장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서부간선수로를 찾았다. 따뜻한 봄기운에 산책 나온 계양 주민들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서다.
이곳에선 이 후원회장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인천계수중학교를 다닌다는 중학생 무리는 이들과 한 차례 인사를 나눈 뒤 다시 찾아와 축구화와 축구공에 사인을 요청했다. 친구와 통화하던 한 중년 여성은 이 후원회장에게 전화를 바꿔주기도 했다. 70대로 추정되는 주민은 "야, 천수야 오랜만이다. (선거운동 하며) 매 맞고 다니지 마라. 보고 슬프더라"고 걱정했다.
이천수 후원회장이 16일 서부간선수로에서 원희룡 전 장관 유세 도중 중학생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사진=박상곤 기자
원희룡캠프 관계자는 "동별 맞춤공약은 현장에서 주민들과 소통하며 꼭 해결해 달라는 것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발전시키고 있다"고 했다. 서운역을 설치해 BRT(간선급행버스체계) 대신 전철을 타고 출퇴근할 수 있도록 하겠단 공약도 출근길 인사 도중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원 전 장관은 국토부 장관 경력을 이용, 교통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하철 9호선을 동양동, 박촌역까지, 서울 지하철 2호선을 홍대에서 계양, 서운, 작전까지 연결한단 방침이다. GTX-D 작전 서운역 신설도 약속했다. 또 노후 아파트 재건축 시 종(種)상향으로 용적률을 높이고 계양 테크노벨리에 AI(인공지능) 생태계와 수영장, 키즈카페 등을 포함한 대규모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인천 계양을은?
인천 계양을은/그래픽=조수아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계양구가 단일 선거구였던 16대 총선부터 계양을로 분구된 17~18대까지 내리 3선을 지냈다. 송 전 대표가 중도에 인천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치러진 2010년 재보궐 선거에서 이상권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됐는데, 보수 정당 후보가 승리한 건 이 때가 유일하다. 이 후보는 야권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으로 분열됐는데도 약 5%p(포인트) 격차로 신승을 거뒀다.
19대 총선에선 최원식 민주통합당 후보가 당선됐으며, 20대 총선에선 2년 전 인천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송 전 대표가 이 지역으로 돌아와 다시 배지를 달았다. 21대 총선까지 이 지역에서 5선의 기록을 세웠다.
2022년 6월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선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전략공천했다. 이 대표가 대선에서 패배한 직후 민주당의 '텃밭'에 출마하는 데 대해 여권에서 공세를 퍼부었다. 국민의힘에선 '지역 일꾼'으로 이 지역구에 2차례 출마한 경험이 있는 윤형선 후보를 전략공천했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선 윤 후보가 이기는 결과도 일부 나왔으나 결국 10.5%p 차이로 이 대표가 승리했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작전서운동을 계양을로 보내고, 계산1동과 계산3동을 계양갑으로 넘기는 선거구 획정이 이뤄졌다. 상대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계산 1동이 갑 선거구로 넘어가고 진보세가 강한 작전서운동이 을 선거구로 넘어왔단 점에서 원 전 장관에게 불리해졌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보수 진영에서 이곳 계양을에 전국구 인지도를 가진 후보가 처음 등판했단 점에서 이 대표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워졌단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