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지구…"원전까지 다 동원해야" CFE 확산 더 절실한 이유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김훈남 기자 2024.03.1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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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지구온도 1.5℃ 위한 첫걸음 CFE(上)

"화석빼고 다 동원해야" 2050탄소중립 위한 마지막 수단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무탄소에너지 잠재력 제고를 위한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무탄소에너지 잠재력 제고를 위한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2050년까지 1.5도(℃)"

전세계가 2015년 프랑스 파리에 모여 설정한 지구 기온 상승 억제 목표다. 그로부터 8년여간 지난 2023년 확정된 유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6차 보고서에 따르면 2011~2020년 지구 표면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09도 올랐다. 6년 안에 '1.5도' 목표를 넘을 것이란 경고도 담겼다.



탄소배출을 줄이고 지구 온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선 현재의 노력만으론 불가능하다는 게 결론이다. 지난해 12월 UAE(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도 참가국들은 이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원자력발전과 수소 등 무탄소에너지(Carbon Free Energy, CFE)를 포함한 에너지 믹스를 탄소 감축을 위한 수단으로 제시했다.

17일 CF연합(CFA)에 따르면 전세계의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에너지 의존도는 2000년 80.5%에서 2021년 80.3%로 불과 0.2%p(포인트) 감소하는 데 머물렀다. 같은 기간 재생에너지 의존도는 12.8%에서 14.7%로 1.9%p 늘었다. 하지만 원전 의존도가 6.7%에서 5%로 줄면서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는 20년째 제자리걸음을 했다.



우리나라 사정은 조금 낫다. 한국의 화석에너지 의존도는 2001년 83.8%에서 2021년 82.6%로 1.2%p 줄었다. 재생에너지에 원전과 수소를 포함한 무탄소에너지 비중을 16.2%에서 17.4%로 끌어올린 결과다.

문제는 감축 속도다. 2050년까지 1.5도가 아니라 2030년 이전에 1.5도를 넘을 만큼 지구 표면 온도 상승이 빠르다. 지금까지 노력보다 더 혹독한 '탈탄소'에 매진해야 시간을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탈탄소 수단이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뿐 아니라 원전과 같은 무탄소에너지로 탈탄소 수단의 개념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COP28에서 주요 국가들이 인정했듯이 기후 에너지 분야 전문가도 무탄소에너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CF연합이 지난 1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무탄소에너지 잠재력제고를 위한 세미나'에 참석한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 학장은 "기업들의 부담 경감을 위해 낮은 전기요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CFE의 잠재력 활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태양광·풍력을 늘리면서도 비용효과적인 무탄소·저탄소전원의 확대도 병행해야 한다"며 "탄소 배출량이 비슷하다면 국내 일자리를 더 늘릴 수 있는 전원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용창출 기여도와 전력공급 안정성을 고려해 블루수소, 원전, CCS(탄소포집저장) CFE 전원 개발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도체·철강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핵심인 우리나라 산업 구조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에 비해 산업부문 에너지 소비가 65% 늘어났다.

제조업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주현 산업연구원 원장은 "우리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라며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직간접 배출만 60%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산업부문 노력이 각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철강·석유화학산업 같은 경우 수소환원제철, 전기가열분해로 도입 등 공정을 완전히 바꿔야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며 "탄소다배출 업종이 탄소 저감을 위해 전기화되는 과정에서 무탄소에너지 기반 전력의 안정적 공급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전기 더 많이 필요한데…CFE 없이 반도체·철강 미래 없다"

왼쪽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 원장, 오른쪽 안윤기 포스코경영연구원 상무왼쪽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 원장, 오른쪽 안윤기 포스코경영연구원 상무
"CF(무탄소)연합이 출범할 때부터 국내 주요 기업들이 솔선수범해 도왔을 만큼 산업계에선 CFE(무탄소에너지) 확산에 대한 기대감이 큽니다. CFE를 추진해야 합리적인 가격으로 균형감 있게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 원장)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 원장은 머니투데이와 만나 "CFE는 결국 정부가 청정에너지를 균형감 있게 확대하겠다는 취지"라며 이같이 밝혔다.

글로벌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모든 부문의 총체적 노력이 필요하지만 한국의 경우 특히 산업부문의 대응이 중요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약 30% 수준으로 높고 온실가스 배출에서 산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다.

온실가스 감축과정에선 생산공정 혁신 등 산업구조 변화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 국내 제조업은 수출의존도도 높아 개별 기업의 의지만으론 탄소배출 저감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기업들이 정부 차원의 지원에 목말라 했던 이유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추진하는 CFE는 이 같은 기업의 애로를 해결해준다.

조 원장은 "2022년까지만 해도 기업들은 선택지가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과 구글이 추진하는 '24/7 CFE'(실시간 무탄소에너지 사용) 밖에 없었다"며 "CFE는 현실적인 목표를 내세운 데다 정부의 지원이 밑바탕이기 때문에 기업들 사이에서 나날이 관심도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 등 탄소배출량이 많은 업종은 CFE 확산이 더 절실하다. 철강업계의 경우 기존의 고로에서 탄소배출이 없는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하기 위해선 투입되는 에너지가 '전기화'돼야 한다. 현재처럼 3800만톤 규모의 조강생산량을 유지한다면 연간 그린수소는 330만~370만톤, 그린전력 3~4GW(기가와트)가 추가로 필요하다.

안윤기 포스코경영연구원 상무는 "철강업계의 경우 생산공정이 완전히 바뀌어야 탄소배출 저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며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에너지의 안정성과 공급 가능성인데 정부가 CFE를 추진하면서 이 부분이 해결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안 상무는 CFE 확산을 위한 정책적 제언으로 △CFE 전원에 대한 PPA(직접전력구매제도) 마련 △수소특구 조성 및 저가의 청정수소 공급 △CFE 연구개발 및 투자 자금 지원 △CFE 투자에 대한 세제 완화 △택소노미 기준에 투자 기준 반영 △글로벌 공시기준 적극 협상 △민간 중심 기후금융 조성 △탄소발자국 LCI(전과정 목록) DB(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한 예산 지원 등을 꼽았다.

안 상무는 "기업들 입장에선 CFE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인증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금융 지원으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열심히 탄소 감축 기술을 개발·적용하는 기업들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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