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촘한 FTA망으로 미국 무역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 [PADO]

머니투데이 김동규 PADO 편집장 2024.03.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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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요즘 세계 언론은 대부분 중국 경제 위기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고 있는데, 파이낸셜타임스 2월 25일 자 '빅리드' 기사는 중국 무역 전략을 상세히 보도하고 있습니다. 단지 중국이 어떻게 무역을 해나갈 것인가 정도의 전략이 아니라 어떻게 미국을 위시한 서방에 맞서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무역 네트워크를 엮어 별도의 무역 공간을 만들어내는지 그 '대전략'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외교 전략은 일견 마오이즘을 국제무대에 적용한 모습을 취하고 있습니다. 마오쩌둥은 소련식의 도시 중심 전략에 반대해 우선 농촌을 장악한 뒤 도시로 진격하자고 주장했는데, 도시 중심 전략이 실패한 후 중국 공산당은 화남지역에서 서북부의 옌안으로 대이동(장정)을 하게 됐고, 이 실패를 반성하면서 중국 공산당은 마오쩌둥의 전략을 채택하게 됩니다. 이 마오이즘에 따라 현재의 중국 공산당도 미국 등 서방을 에워싸는 외교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비 서방권 큰 국가들을 브릭스 등의 확대를 통해 묶어내고 '글로벌 사우스'를 '일대일로'를 통해 중국 경제권에 연결시켜나가고 있습니다. 미국은 다자체제인 WTO를 무력화시키고 중국을 경제적으로 배제하려 하고 있는데, 중국은 오히려 자신만의 FTA 네트워크를 촘촘하게 짜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러한 중국의 무역 '대전략'이 시간이 흐를수록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명확히 말하지는 않지만) 결론을 내비칩니다. 미국 등 서방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한국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요? 기사를 읽으며 함께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요하네스버그=AP/뉴시스]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과 시릴 라마포사(왼쪽 두 번째)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제15차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정상회의 마지막 날 중국-아프리카 지도자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하고 있다. 2023.08.25. /사진=민경찬[요하네스버그=AP/뉴시스]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과 시릴 라마포사(왼쪽 두 번째)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제15차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정상회의 마지막 날 중국-아프리카 지도자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하고 있다. 2023.08.25. /사진=민경찬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직후의 허니문 기간에도 미국과 중국이 '동상이몽'하고 있다는 건 분명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빌 클린턴은 중국의 WTO 가입을 환영하며 "중국 정부가 국민 생활 영역 전반에서 배제되고 정치 개혁이 촉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당시 중국 지도자였던 장쩌민이 갖고 있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미국의 진짜 동기가 "사회주의 국가들을 서구화하고 분열시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마찰은 더 크게 번졌다. 곧 장관급 퍼런스를 개최하는 WTO는 중국과 서방 간의 무역 마찰이 심화되면서 미중 갈등의 인질로 전락했다.

WTO가 흔들리는 가운데, 중국은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하는 대안적인 무역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등 140여 개국이 관계된 1조 달러 규모의 투자 프로그램으로 2013년 출범한 '일대일로'(BRI) 사업을 통해 육성된 '글로벌 사우스'와의 관계를 활용하겠다는 것이 중국의 주요 전략이다.

중국 관료와 무역 전문가들은 중국 중심의 양자 및 지역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구축 중인 이 체제가 저관세 무역을 허용하는 동시에 직접투자 유입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한다.

자유무역을 위해 세계를 개방한다는 WTO의 임무가 흔들리는 경우 현재 중국 수출 물량의 40%가량을 소화하고 있는 28개 국가와 영토를 아우르는 이 네트워크가 중국의 예비 '백업' 시스템이 될 수 있으리라고 그들은 덧붙인다. 중국은 미국이나 유럽연합 국가들과는 FTA를 맺지 않았다.


"중국은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대안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 거죠." 싱가포르 경영대학교 법학교수이자 WTO 고문인 헨리 가오는 말한다.

"중국의 대안 체제는 주로 일대일로 사업에 기반하고 있죠. 중국은 점진적으로 수출 대상을 미국이나 유럽연합과 같은 전통적인 시장에서 일대일로 사업 국가 쪽으로 전환하려고 합니다."

중국의 자국 무역 보호 시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글로벌 무역 체제의 위축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한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한 2018년 이후 더욱 심화됐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관세 및 비관세 조치를 포함한 '무역제한조치'가 크게 증가하면서 지난해 전 세계 무역액이 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무역 체제의 가장 큰 난관은 2019년 이후 WTO 분쟁 해결 시스템의 붕괴다. 세계 무역의 최고 상소기구인 WTO 상소기구의 기능 부전으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무역 분쟁이 법적 미궁에 빠지면서 무역에 더 많은 비용과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WTO 소멸 같은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예상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여러 대규모 무역국가의 막대한 산업 보조금, 중국이 구축 중인 병행 FTA 구조 확립 등의 난관이 WTO를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각종 위협들로 인해 WTO가 갑자기 붕괴하거나 핵심 무역국가가 탈퇴할 가능성은 낮더라도 WTO의 미래가 보장된 것은 아님을 시사한다." 미국 무역대표부 부대표를 지낸 마크 린스콧은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기고문에서 지적했다.

"각국의 산업 정책이 지속된다면 WTO의 법치주의가 무너질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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