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시국가를 건설하는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 [PADO]

머니투데이 김수빈 에디팅 디렉터 2024.03.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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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미국은 영국 등 유럽의 신교도들이 '종교적 자유'를 찾아 대서양을 건너와 세운 나라입니다. 이후 기업가, 자본가들이 '경제적 자유'를 찾아 건너왔습니다. 미국이란 나라의 역사는 자유를 향한 프로젝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처음 상륙한 동부의 사회적, 경제적 질서에 구속감을 느낀 이들은 드넓은 서부로 떠났고, 서부의 끝 캘리포니아에 다다르자 태평양을 건너 동아시아로 진출했습니다. 전통적인 국민국가의 영역을 벗어나 새로운 도시국가형 '스타트업'을 꿈꾸는 이들이 유독 미국에 많은 것은 (미국이 가장 부유한 나라라는 자명한 이유 외에도)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암호화폐 업계를 필두로 새로운 '네트워크 국가'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집니다. 비트코인과 함께 가장 많이 거래되는 암호화폐 이더리움의 설립자 비탈릭 부테린은 2023년 3월 몬테네그로에서 2개월짜리 네트워크 국가인 '주잘루'를 선보였습니다. 세금이 없는 나라, 불필요한 정부 서비스에 돈을 낼 필요가 없는 나라, 생명 연장을 위한 실험에 제약을 가하지 않는 나라 등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여기 소개하는 애틀랜틱의 2024년 2월 기사는 (말미가 다소 감상적으로 흐르긴 하지만) 새로운 세대 몽상가들의 면면과 '새로운 국가'를 설립하려던 과거의 논의 등을 상세히 설명합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도시국가를 건설하는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 [PADO]


몬테네그로의 수도로 통하는 국제공항에는 도착 게이트가 단 두 개뿐인데 2023년 봄에는 평소보다 더 붐볐다. 나도 다른 많은 사람들과 같은 이유로 그곳을 찾았다. 발칸반도에 위치한 작은 국가 몬테네그로는 주로 미국인들이 주축이 된 사회·정치 운동의 중심지로 어울릴 법한 곳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되었다.

내가 특히 관심을 갖고 있던 것은 주잘루(Zuzalu)였다. 친환경 암호화폐 이더리움의 공동 창립자인 비탈릭 부테린이 조직하고 어느 정도 비용을 부담한 두 달간의 공동생활 실험체다. 라도비치에서 멀지 않은 아드리아 해안의 새로운 리조트이자 계획 공동체인 곳에서 진행 중이었다.



일종의 수련회이자 콘퍼런스인 주잘루는 테크 업계 디지털 유목민들이 전 세계 여러 지역으로 이주해 원하는 대로 자신들만의 사회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험무대이기도 했다. 약 200명이 두 달을 꽉 채워 살기로 신청했다. 나처럼 들락날락 한 사람들도 있었다. 내가 참석했던 날의 대화 주제는 '새로운 도시와 네트워크 국가'였다. 유럽에서 온 관광객들은 산책로에서 시가를 피웠고, 주잘루 참가자들은 여행과 운동 계획을 세우고 나중에 참가자 대상으로만 열리는 가수 그라임스(Grimes)의 공연장으로 향하는 셔틀을 탔다.

네트워크 국가란 테크 업계에서 영향력 있는 비트코인 옹호자인 발라지 스리니바산이 처음 제안한 개념이다. 그가 2022년 7월 4일에 출간한 저서 '네트워크 국가'에서 설명한 것처럼, 네트워크 국가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한다.



이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토지를 구입하고 "최소한 기성 정부 한 곳"이 외교적으로 국가로 인정할 정도로 집중적으로 거주함으로써 오프라인 세계로 이동한다. 투표를 할 필요는 없다. 투표를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네트워크 국가에 그대로 머무르거나 더 마음에 드는 다른 네트워크 국가로 '퇴장'하는 것이다.

그 외에는 내가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 스리니바산은 특정 식단(코셔, 케토)을 먹는 사람, FDA 규제가 싫은 사람, 캔슬 컬처를 싫어하는 사람, 베네딕토 수도사처럼 살고 싶은 사람, 공공건물을 패러데이 케이지에 넣어 인터넷 사용을 제한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네트워크 국가 같은 걸 만들 수도 있으리라고 제안한다. 국가가 무엇을 기반으로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지만 '도덕적 혁신' 또는 '하나의 계명'에 기반해야 한다.

그래서 몬테네그로에서는 지오데식돔 안에서 발표자들이 제안하는 다양한 사회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대화는 '브레인스토밍에 나쁜 아이디어는 없다'는 친근한 분위기로 이어졌다. 엄청난 규모의 제안이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시간마다 차례로 발표됐다. 몇몇 제안은 온라인 커뮤니티 또는 '탈 중앙화된 자율 조직'으로 시작해 대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구축해야 할 것이었다.


또 다른 제안들은 전통적인 의미의 스타트업에 가까웠다. 창업자가 주도하고 기업처럼 운영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독일의 기업가 타이터스 게벨은 시민이 고객이 되어 개인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정부 서비스에 대해서만 비용을 지불하는 '무료 민간 도시'의 설립을 제안한다. 도시 운영자와 소규모 운영위원회가 모든 중요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현재 서구의 기존 체제는 개혁이 불가능합니다." 게벨은 프레젠테이션에서 말했다. "더 이상 사람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후 나는 프랙시스의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20대 청년 드라이든 브라운과의 Q&A를 들었다. 프랙시스는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은 단체로, 지중해 지역 어딘가에 새로운 '영원한 도시' 프랙시스를 건설하여 미국 민주주의와 그 모든 결함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

Q&A에서 그는 과거에도 자주 했던 이야기들을 주로 했다. 그의 가족은 독립전쟁에 참전했고, 자신이 15~16살 때부터 새로운 도시를 만들고 싶었으며, 프랙시스에 대해 알아야 할 중요한 점은 그곳에 사는 모든 사람이 훌륭하리라는 것이다.

"또 다른 일론 머스크가 이 도시로 이주하게 되면 거기서부터 수익이 발생하는 겁니다." 그는 말했다. 브라운은 "위험에 대한 내성이 있고, 재능이 있으며, IQ가 높은 인재를 도시에 유치하고 계속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높은 IQ"라는 부분을 두 번이나 말했다.

이런 류의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는 웅장함과 불만과 함께 진행된다. 민주적 거버넌스의 뒤틀린 관료제가 인류를 구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십 년 전에는 달에도 갔는데 왜 인류에겐 아직도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없는 걸까? 수 세기 전에는 개척자와 선구자를 칭송했는데 왜 오늘날에는 그들을 비난하는 걸까? 왜들 이렇게 행동가와 건설가들을 경멸할까? 왜 이 모든 관료주의가 최고의 인재들을 가로막는 걸까?

이런 프로젝트의 대부분은 아직 조약이 체결될 정도로 현실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강력하고 긴밀하게 연결된 업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충분히 현실적이다. 이들은 활기차고 창의적이며 때때로 매력적이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미래를 꿈꾼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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