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여왕' 박지은 작가의 '남주'에게는 특별한 게 있다

머니투데이 윤준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03.1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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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그대' '프로듀사' '사랑의 불시착' 인기 견인한 김수현 현빈

'눈물의 여왕' 사진=tvN'눈물의 여왕' 사진=tvN


‘박지은 매직’이 다시 시작됐다. ‘별에서 온 그대’와 ‘사랑의 불시착’으로 유명한 박지은 작가가 내놓은 신작인 케이블채널 tvN ‘눈물의 여왕’은 전국 시청률 5.9%(닐슨코리아 기준)로 출발선을 끊은 후, 2회는 8.7%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제 첫 걸음을 내디뎠을 뿐인데 대중의 반응은 심상치 않다. 특히 ‘별에서 온 그대’와 ‘프로듀사’로 이미 두 차례 박 작가와 호흡을 맞췄던 배우 김수현의 능수능란한 연기력이 발군이다. 원체 남자 주인공 캐릭터를 잘 빚는 박 작가의 솜씨는 이번에도 남다르다.

'별에서 온 그대'. 사진=SBS'별에서 온 그대'. 사진=SBS


#위험을 무릅쓰는 초능력자

박지은 작가의 작품에 출연한 남자 배우는 항상 ‘뜬다’. 초기작인 ‘내조의 여왕’과 ‘역전의 여왕’에서는 ‘1번’ 주인공인 오지호, 정준호 외에 각각 ‘2번’ 주인공인 윤상현, 박시후도 스타덤에 올랐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방귀남(유준상 분) 역시 특유의 다정다감한 모습으로 ‘100점 남편’의 정석을 보여줬다.



이렇듯 현실에 발붙인 작품으로 공감을 얻던 박 작가의 필력은 ‘판타지’ 장르를 섭렵하며 폭발했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는 외계인, ‘사랑의 불시착’에서는 북한군 고위 장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괴력을 가진 외계인 도민준은 시공간을 뛰어넘거나 시간을 멈추게 한다. 인민군 장교 리정혁 역시 최고위급 간부 아버지를 둬 북한 사회에서 남부러울 것이 없는 엘리트다.

그런데 그들의 삶에 한 여자가 개입한다. 그들은 평온한 삶을 살던 남자 주인공을 위태롭게 한다. 하지만 그들은 기꺼이 그 상황을 받아들인다. 도민준은 인간과 타액이 섞이면 몸이 아프기 때문에 식사조차 함께 할 수 없지만 천송이와는 키스를 나눈다. 리정혁은 남한에서 온 윤세리를 보호한다. 들키면 집안 전체가 몰락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리정혁은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남성에게 여성들이 열광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한다.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 내 한류를 촉발시키고, ‘사랑의 불시착’이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타고 일본 넷플릭스 연간 흥행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글로벌 콘텐츠로 자리매김한 이유다.


'사랑의 불시착', 사진=tvN'사랑의 불시착', 사진=tvN
#뻔함을 거부한, 백현우

하지만 맛있는 음식도 자주 먹으면 질린다. 이런 남성상을 선호하지만, 패턴이 반복되면 이내 "똑같다"고 타박한다. 어쩔 수 없는 대중의 습성이다. 앞서 전지현-이민호를 앞세운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의 실패를 경험한 박 작가는 이런 대중의 입맛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눈물의 여왕’에서는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를 새롭게 변주한다.

백현우는 서울대 법대 출신 엘리트다. 지방 출신이지만, 소를 30마리 넘게 키우는 꽤 탄탄한 집안의 차남이다. 집안 경조사를 도맡아야 하는 장남이 아니라는 것도 나름의 장점이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갑’의 조건을 두루 갖췄다.

하지만 박 작가는 이런 백현우를 ‘을’로 내동댕이친다. 결혼 상대가 재벌 3세이기 때문이다. 유쾌한 전복이다. ‘재벌가 며느리’가 아닌 ‘재벌가 사위’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도 새롭다. 그동안 재벌가 여성과 평범한 남성이 만난 실제 사례가 화제를 모은 적이 있지만, 정작 그 사위의 ‘처가살이’에 대한 이야기는 빈곤했다. 박 작가는 ‘눈물의 여왕’을 통해 그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눈물의 여왕’은 ‘사랑의 시작’이 아니라 ‘사랑의 끝’을 출발선으로 삼았다는 것도 이채롭다. 앞선 작품들은 각자의 삶을 살던 이질적인 남녀가 만나 티격태격하며 사랑을 키워가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눈물의 여왕’은 이 모든 상황을 1회 안에 후루룩 정리한다. ‘세기의 결혼식’을 마친 남녀가 결혼 3년 만에 남보다 못한 사이가 돼 이혼을 결심하는 것이 시작이다. 재벌가 입성 만큼이나 재벌가 탈출이 지난한 과정이라는 설정도 흥미롭다.

'눈물의 여왕', 사진=tvN'눈물의 여왕', 사진=tvN
#왜 또 김수현일까?

같은 작가와 같은 배우가 3번 만나는 건 이례적이다. 대중이 기시감을 갖기 때문에 오히려 피하고 싶은 조합이다. 게다가 앞서 손잡았던 두 작품 모두 큰 성공을 거뒀던 터라 기대치도 높다.

‘눈물의 여왕’의 백현우는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과 ‘프로듀사’의 백승찬을 합쳐놓은 듯하다. 도민준과 같은 남다른 능력(학벌과 법적 지식)을 갖췄지만, 정작 재벌 아내 앞에서는 주눅든다. 술에 취해 친구에게 울며 고충을 털어놓는 모습은 어리바리한 PD 백승찬을 떠올리게 만든다. 간극이 꽤 큰 것 같은 두 캐릭터가 김수현의 절묘한 반죽으로 화합을 이룬 모양새다.

김수현의 연기력 못지않게 출중한 외모는 ‘눈물의 여왕’의 최대 관전포인트다. ‘별에서 온 그대’(2014)가 끝난 지 딱 10년이 지났다. 그 사이 김수현의 나이는 27세에서 37세가 됐다. 하지만 그의 외모는 세월을 거스른 듯하다.

김수현, 현빈, 이민호. 박지은 작가가 선택한 배우들의 면면이다. 남자 배우의 빼어난 외모는 판타지 로맨틱 드라마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것을 박 작가는 누구보다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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