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공개된 미국 넷플릭스 드라마 '스페이스 포스'의 한 장면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진 SF(공상과학)물에나 나올 법했던 이야기지만, 이젠 더 이상 허구가 아니다.
한국 425 프로젝트 군용 정찰위성 1호(KORSAT7)와 북한 만리경 1호(MALLIGYONG-1)가 지난 9일 50㎞ 거리까지 초근접(노란색 원이 겹칠 때)하는 모습. 우리 정찰위성은 근지점 기준 551㎞ 고도에 있고 만리경 1호는 현재 496㎞에 유지 중이다. 미국 우주사령부 연합우주작전센터(CSpOC) 데이터를 활용하는 국내 우주스타트업 '스페이스맵' 추적 시스템을 활용한 영상이다. 스페이스맵은 2016년부터 매년 미국 공군과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영상=스페이스맵
현재 북한의 정찰위성 만리경 1호의 기술 수준은 높지 않지만 북한이 러시아가 보유한 위성 공격용 레이저 무기 기술 등을 이전 받아 정찰위성을 추가로 올릴 경우 심각한 안보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만리경 1호와 비슷한 고도인 500~550㎞를 도는 우리나라 위성이 약 10기인 점을 감안하면 남북한 위성은 하루 한 번 이상 50㎞ 거리를 두고 만나는 셈이다.
스페이스맵 추적 자료를 살펴보면 만리경 1호는 매일 2차례 우리나라 상공을 지나친다. 스페이스맵은 미국 우주사령부 연합우주작전센터(CSpOC) 데이터를 활용해 전 세계 인공위성을 추적하는 국내 우주소프트웨어 기업이다. 특히 만리경 1호가 서울을 찍을 수 있는 시간도 112~116초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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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맵에 따르면 북한 만리경 1호(MALLIGYONG-1)는 하루 2번씩 서울 등 우리나라 상공을 지나간다. 현재까지 만리경 1호의 정찰 기능은 수준이 떨어지지만 향후 러시아로부터 기술을 받아 정찰위성을 추가로 올릴 경우 각종 위협이 예상된다. / 영상=스페이스맵
북한 만리경 1호(MALLIGYONG-1)가 서울 상공을 촬영할 수 있는 기간(Duration). 약 112~116초 사이를 머물며 찍을 수 있다. / 사진=스페이스맵
국방부와 정보당국 등은 현재 만리경 1호가 정상적으로 지구 궤도를 돌지만 용산 대통령실 등 국내 주요시설을 촬영해 지상으로 전송하는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다. 만리경 1호의 사진 해상도는 1~5m 정도(가로·세로 1~5m 점을 한 개 픽셀로 식별하는 수준)로 우리나라 30㎝에 비하면 수준이 낮은 게 사실이다.
다만 북한은 올해 정찰위성 3기를 추가 발사하고 최근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는 대가로 우주기술을 추가로 넘겨받을 가능성도 크다.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에선 러시아가 북한 우주비행사를 훈련시켜 우주로 보내는 등의 인력·기술협력 계획이 나왔다. 이어 북한은 국가우주개발국(NADA)을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NATA)으로 개편하며 우주개발 노선을 자력 개발에서 기술 협력 등으로 확대했다.
이 때문에 러북 간 불법 우주기술 협력 등의 문제를 국제사회에서 공론화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은 올해부터 2년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러북 불법 군사협력 등에 대한 대북제재의 필요성을 제기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외교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이 관련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며 대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조언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북한의 인공위성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425 프로젝트 군용 정찰위성 1호(KORSAT7)와 북한 만리경 1호(MALLIGYONG-1)가 15일에도 우주 공간에서 조우하는 모습. 또다른 정찰위성(DOORY-SAT)도 주기적으로 만리경과 만난다. / 영상=스페이스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