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에 컨베이어 벨트 깔라니"...중대재해법 당황스런 통통배 선주들

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2024.03.1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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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 사고 발생 현황/그래픽=윤선정어선 사고 발생 현황/그래픽=윤선정


지난 1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영남권 결의대회'에 이례적으로 어업인들이 참여했다. 같은 집회가 수도권(2월14일, 수원)과 호남권(2월19일, 광주)을 차례로 전국을 순회하며 열렸지만 어업인 참여는 처음이었다. 31유노호 김태환 선주는 중대재해법이 "육상 사업장의 기준만 따른다"며 "수산업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대재해법은 업종 구분 없이 적용된다. 배가 뒤집히거나 침몰하는 어업 사고도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는다. 법이 지난 1월에 확대 적용되면서 선원 5~50인 미만 선주는 새로 법 적용을 받게 됐다. 최신 통계인 2021년 기준 전국에 5~50인 선원이 근무하는 어선은 4979척이다. 한해 어선 사고는 2022년에 3141건, 부상자는 313명, 사망자는 77명 발생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전체 어선 사고 중 10톤 미만 선박에서 발생한 것이 65.5%(2058건)인 점을 감안하면 소형 배에서 부상자·사망자가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



사고 유형은 안전사고(154건)보다 부유물 감김(337건), 침수(249건), 충돌(244건), 좌초(169건) 등 운항상 사고가 많다. 안전사고도 안전 설비를 구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순간적인 배의 흔들림에 부딪히고 끼고 떨어지는 사고가 많다고 전해진다. 현행 법체계상 운항 사고 등 '사고 발생 경위에 특히 참작할 사유'가 있으면 선주를 처벌하지 않거나, 처벌을 줄여주는데 선주들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한 선주는 "수사기관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조그만 책임도 엮어서 처벌하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대재해법 지원 사업은 대체로 육상사업장에 맞춰진 상황이다. 한 선주는 고용노동부 교육에서 배 안의 컨베이어 설치 등을 권유받았다고 주장한다. 선주는 "좁은 배에 제조업 안전 기준을 권하니 따르기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어업의 재해율은 4.3%로 건설업(1.17%), 제조업(0.72%)보다 높다. 선주들은 바다의 불규칙함 때문에 어선 사고는 불가항력적인 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로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고용부 중대산업재해감독과에 더불어 20톤 미만 선박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산업안전보건공단, 20톤 이상 선박은 선원법에 따라 해양수산부 조사관이 추가 투입된다. 20톤 미만 선박은 고용부와 안전공단의 선박 사고 조사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했다. 2025년부터는 배의 무게와 무관하게 어선안전조업법에 따라 해수부가 조사에 착수한다.

해수부 관계자는 "현재로서 중대재해 예방은 제조업 등 육상사업장 위주로 이뤄져 선주들의 부담이 크다"며 "해수부는 지난해 해역마다 안전보건표준 메뉴얼을 제작해 배부했고, 자료나 교육을 못받은 선주를 위해 올해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현도 부산울산중소기업회장은 "중대재해법 내용이 복잡하고, 어디부터 챙겨야할지 여전히 혼란스럽다"며 "법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잘 지키도록 준비할 시간을 달라는 것이니 국회는 지금이라도 임시국회를 열어 법 적용을 유예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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