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가 잘했지" vs "구자룡이 유능해"...당보다 인물보는 목동

머니투데이 오석진 기자 2024.03.15 16:11
글자크기

[the300][2024 총선 핫플레이스] 서울 양천갑

6일 양천구 목동깨비시장을 방문한 황 후보와 이재명 대표/사진=뉴시스6일 양천구 목동깨비시장을 방문한 황 후보와 이재명 대표/사진=뉴시스


"황희 의원이 잘했지. 3선하는 동안 문제 없었어."(서울 양천구 목동깨비시장 60대 상인)

"구자룡이 능력있어 보이던데, 젊고 매력적이야."(목동아파트 상가 50대 상인)

이번 4·10 총선 서울 양천구 갑에선 '이재명 저격수' 구자룡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과 지역구 3선 현역의원인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맞대결이 펼쳐진다. 구 비대위원은 국민의힘 1호 영입인재이자 이른바 '친한계'(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계)로, 황 의원은 문재인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을 지낸 '친문계'(친 문재인 전 대통령계)로 통한다.



두 후보 모두 험란한 당내 경선, 공천심사를 거쳐 살아남았다. 구 비대위원은 당 최고위원 출신 조수진 의원과 재선 경험이 있는 정미경 전 의원을 꺾는 이변으로 본선까지 올라왔다. 황 의원은 친명계인 이나영 예비후보와 경쟁했지만, 이 예비후보가 부정행위 정황으로 자격을 상실하면서 단수공천을 받았다.

총선까지 한달이 조금 안되게 남은 14일 머니투데이 the300(더300)이 만난 양천구 갑 주민들은 정당 못지 않게 인물을 보는 경향이 강했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주민도 후보 개인에 관심이 많았다.



"구자룡 젊고 유능해 보인다...영향력 있고 추진력 있는 사람 뽑을 것"
 8일 국회에서 열린 영입환영식에서 한동훈 비대위장이 구 후보에게 당 점퍼를 입혀주는 모습/사진=뉴시스 8일 국회에서 열린 영입환영식에서 한동훈 비대위장이 구 후보에게 당 점퍼를 입혀주는 모습/사진=뉴시스
오목공원에서 마주친 40대 학부모 A씨는 당과 상관없이 인물을 보겠다고 밝혔다. A씨는 "국민의힘은 과거에 계속 스펙(이력) 좋은 사람으로 밀었는데, 인지도가 높지 않은 사람이었다"며 "올해는 당이 아니라 지역구의 이익에 포커스(초점)를 맞춘 공약을 하는 후보를 뽑고 싶다"고 말했다.

목동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가게를 하는 60대 B씨는 구자룡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보였다. B씨는 "방송을 볼때 '이재명 저격수'라고 해서 나오면서 말을 시원시원하게 잘 했던 기억이 난다"며 "보수라서 그런게 아니라 젊고 유능해서 매력적"이라고 했다. 그는 "원래 변호사를 하다가 이번에 발탁됐고 경선에서 이긴 것도 능력있다는 증거다"라며 "솔직히 경선 때만 해도 조수진이나 정미경을 이길 줄은 몰랐다"고 했다.


목5동에 살고 있는 50대 C씨는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황 후보는 마음에 차지 않는다고 했다. C씨는 "양천구는 지금 최대 이슈가 재건축인데 과거부터 재건축할때 소외된 지역이 목동"이라며 "재건축 관련해서 생각을 해 봐도 황 후보가 한 게 바로 떠오르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의힘이 싫어서 민주당을 찍긴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황희가 지금까지 잘했다…구민들과 잘지냈다"
6일 양천구 목동깨비시장을 방문한 황 후보와 이재명 대표/사진=뉴시스6일 양천구 목동깨비시장을 방문한 황 후보와 이재명 대표/사진=뉴시스


목동깨비시장쪽에서 만난 주민들은 오목교역-목동역 주변의 신시가지와는 달리 민주당 후보에 호감을 보는 주민들이 많았다. 깨비시장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60대 D씨는 재건축 관련 질문에 "그쪽은 신시가지이고, 이쪽 주민은 재건축 이슈가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며 "여긴 미디어에서 잘 비추지 않는 가짜목동, 옛날목동이다"고 밝혔다.

D씨는 "황 후보가 사람이 참 좋아보이긴 한다"며 "원래 정치인들은 항상 이상한 말을 해서 문제가 되는데 황 후보는 발언으로 문제가 된 적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구 후보에 대해선 "사실 TV로만 몇번 봤지 누군지 잘 모르긴 한다"며 "황 후보는 이곳저곳에서 평소 자주 보이는 걸 보면 구민들이랑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다만 "당 대표 리스크가 조금 걸리기는 한다"고 덧붙였다.

목2동에 산다는 깨비시장 상인 E씨도 황 후보가 괜찮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 문체부 장관도 했고 이번에 3선을 도전하는 동안 큰 문제가 없이 평화롭게 잘 했던 건 지금까지 잘하고 있다는 말이다"라며 "솔직히 당 대표쪽이 아니라 공천을 받지 못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시장 상인 F씨는 "구자룡은 잘 모른다"며 "황희는 가끔 시장에도 오고 몇번 와서 인사를 하는데 서글서글해 보이고 괜찮았다"고 했다. 이그러면서 "이쪽(목동깨비시장쪽)은 사실 시끄러운 동네는 아니다"며 "황 후보가 구민이랑 가깝게 잘 지내서 큰 문제가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양천갑 보수 텃밭? 인물 중시 성향 더 크다"
양천갑은 과거 14대 총선부터 19대 총선까지 6회 연속으로 보수정당 당선자를 배출한 전력이 있다. 특히 16대부터 18대까지는 현 국민의힘 인천 계양을 원희룡 예비후보가 3선을 지냈다. 역대 전적만 보면 보수세가 강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쉽지만 양천구는 당보다 인물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실제로 20대 총선에서 황 후보는 당시 새누리당 이기재 후보를 12.26%p라는 큰 차이로 꺾으며 24년 만에 양천갑의 진보정당 국회의원이 됐다. 원 후보가 양천구를 떠난 후, 본인이 지역 현안인 재건축 문제의 적임자임을 어필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21대 총선 당시에도 황 후보는 의사, 검사 출신 송한섭 미래통합당 후보를 누르며 재선에 성공했다.



황 후보는 1967년생으로 전남 목포 출신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서울 양천구로 이주해 강서고를 졸업했다. 황 후보는 1997년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노무현 대통령비서실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고, 2011년부터 2017년까진 노무현재단의 기획위원으로 일했다. 20대, 21대 총선에서 양천구 갑 국회의원으로 당선됐고 2021년 문체부 장관에 임명됐다.

구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회에서 1차 국민인재로 영입됐고 비대위원으로도 임명됐다. 1978년생으로 서울 출신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양정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홍익대학교 법학과 학사학위를 받았다. 제50회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 40기를 수료했다. 이후 학교법인 우일학원 교원징계위원회 위원과 학교법인 아리학원 이사를 역임했고 법무법인 한별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구 후보는 2021년 이 대표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을 법리적으로 비판하며 '이재명 저격수'라는 별명도 얻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