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배상, 시작되는 눈치싸움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24.03.15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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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홍콩 H지수 ELS 검사결과 및 분쟁조정기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홍콩 H지수 ELS 검사결과 및 분쟁조정기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손실배상이 다음달 말쯤에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이 배상기준안을 제시했지만 판매사들이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 결과를 확인하고 배상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은행들은 특히 우리은행의 배상시점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우리은행은 판매규모가 400억원으로 은행권 중 가장 규모가 작아 분조위 결과와 상관없이 먼저 지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14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에 접수된 홍콩 ELS 투자자 민원이 최근 4000여건을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접수된 민원 가운데 대표사례를 신속하게 선별해 다음달 분조위를 개최할 예정이다.



판매사들은 지난 11일 금감원이 제시한 배상기준안에 따라 20~53%(기본배상) 수준으로 선제적으로 자율배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사회 등을 거쳐야 하는 만큼 금감원 분조위 결과를 최종 확인한 뒤 자율배상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올 1~3월 손실이 확정된 투자자에 한해 손실배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판매규모가 400억원에 그친 우리은행이 다른 은행보다 먼저 배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콩 ELS 판매규모는 판매사별로 △KB국민은행 8조1200억원 △하나은행 2조700억원 △신한은행 2조3600억원 △NH농협은행 2조600억원 △SC제일은행 1조2400억원 등이다. 대부분 '조 단위'지만 우리은행은 상대적으로 판매금액이 크지 않아 금감원 검사대상에서도 제외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고객민원이 쇄도하기 전에 미리 배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며 "선배상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의 배상을 한다면 타 은행 고객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은행 행보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의 배상 여부와 시기 등 행보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소송에 부정적이다. 이 원장은 "정말 거액의 법률비용을 들여서 로펌만 배 불리는 식으로 굳이 해야 할까"라며 "사법절차로 가냐, 안가냐는 전적으로 당사자 자유지만 분쟁조정·당국의 판단이 (법정의) 판단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홍콩 H지수 ELS 판매액/그래픽=이지혜시중은행 홍콩 H지수 ELS 판매액/그래픽=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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