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균형감 없는 주주 행동주의는 경계해야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2024.03.15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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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행동주의펀드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이슈가 확산하면서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세다.

15일로 예정된 삼성물산 주주총회부터 행동주의펀드와 표대결이 시작될 전망이다. 앞서 영국계 행동주의펀드인 시티오브런던 등 5개사는 삼성물산에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추가매입과 보통주와 우선주에 각각 4500원, 4550원의 현금배당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냈다. 이는 총 1조2364억원에 달한다.



삼성물산 측은 "주주제안 내용에 대해 대내외 경영환경을 고려해 수립한 회사 측의 주주환원정책 규모를 크게 초과하는 내용으로 경영상 부담이 되는 규모"라며 "이같은 규모의 현금 유출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사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재원 확보가 어렵게 된다"는 의견을 냈다.

대표이사 선임에 반대하고 이사회에 참여하겠다는 적극적인 주주행동도 이어진다.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의 주주제안권을 위임받은 차파트너스는 금호석유화학에 김경호 KB금융지주 이사회의장을 사외이사로 추천하고 주주총회 결의만으로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는 정관변경 건과 2년 내 자사주 전량소각 건을 주주제안으로 주총에 상정할 것을 요청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에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을 요구했고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지주에 이사회 이사 후보 5명 추천과 이사증원 안건을 제안했다.



그러나 행동주의펀드의 주주행동이 회사의 성장과 발전보다는 단기이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의심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KGCI는 지난해 3월 DB하이텍 주식을 312만8300주 사들였다가 올 1월 대주주에 250만주 매각했다. 매입 당시 주가는 6만원 초반. 매각가는 6만6000원이었다. 물론 DB하이텍이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친화정책 강화를 골자로 하는 경영혁신 계획을 발표하며 주주행동 성과가 없었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곧바로 대량의 지분을 높은 가격에 매각한 것은 단기차익을 노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현재 DB하이텍 주가는 매각단가 대비 33% 떨어진 4만4450원이다.

특히 밸류업 흐름에 소액주주나 기관들의 동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물산 주주제안에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이 찬성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경영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꼭 필요한 활동이다. 하지만 기업이 성장하고 본업 경쟁력을 갖춰 늘어난 이익을 주주와 나누는 것이 더 옳은 주주환원일 것이다. 자칫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저지르게 될 수도 있다. 성장과 밸류업 사이 균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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